“그동안 아프리카를 찍은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정작 한국인의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다. 오래, 깊게 담아낼 여건이 못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대한 깊은 지점까지 들어가고 싶었다.” 1일 여의도 MBC 사옥에서 시사회를 가진 다큐멘터리 의 제작진은 이 그랬던 것처럼 문명과의 접촉이 제일 적은 편인 수리족의 일상을 따라간다. 여자들은 아랫입술에 거대한 진흙 원반을 장신구 삼아 끼워 넣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남자들은 소 피를 받아 주식으로 삼는다. 장대 싸움 축제 ‘동가’에서 승리하면 마음에 드는 처녀에게 구혼할 수 있기에 남자들은 동가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한참 격렬해지던 동가는 어디선가 울려 퍼진 총성으로 끝난다.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다쳤다. 부족의 전통과 유혈사태의 비극은 이토록 바로 살을 맞대고 있다. 화면 속에 담긴 아프리카 대륙은 아름답고 경이롭지만, 비극적인 유혈사태가 난무하는 위태로운 총의 땅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제일 적은 대륙이 그로 인한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아이러니가 우리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하는 제작진은 아프리카의 비극을 직시하려 노력한다. 초지가 사라지며 삶의 터전을 잃은 유목민들은 총을 들고 이웃 부족의 소를 약탈하고,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이들은 피의 복수를 다짐한다. 물을 찾아 유랑하는 사막코끼리는 유일한 버팀목이던 반제나 호수마저 말라붙자 갈 길을 잃는다. 바짝 마른 진흙 벌판 곳곳에 널린 새끼 사막코끼리들의 사체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상 기후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모잠비크는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가 침수 위기에 처하고, 시민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어 수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남아공으로 넘어간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제노포비아 범죄로까지 번지는 비극을 제작진은 묵묵히 증언한다.

아프리카에 찾아온 변화

물론 제작진들도 인정하는 것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MBC 다큐멘터리 특유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하다. 남자가 성인식 소 뛰어넘기를 무사히 치러야 결혼을 할 수 있는 카로족의 연인들은 “누가 보잖아. 부끄러워”와 “나만 믿어”라는 인류 공통의 밀어를 나눈다. 외모에 대한 한없이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탐미적인 유목민 풀라니 족의 남자들은 능숙하게 아이라이너를 사용하고 소를 팔아 250만 원 어치 장신구를 구입한다. 핸드폰의 유입으로 즐거워하는 풀라니 족의 청춘들은 현대 문명의 달콤함을 만끽한다. 내레이션을 맡은 현빈은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안내한다. 은 전작 이나 에 비해 부쩍 무거워지긴 했지만, 다채롭고 경이로운 아프리카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풍성하게 담아내며 호흡의 강약을 조절한다. “사하라이기에 고통스럽지만, 사하라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 말하는 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오는 3일 밤 11시 10분 프롤로그가 방송되고, 10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 5분에 한 편씩 방송될 예정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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