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쩨쩨한 로맨스>│남녀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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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스토리 때문에 매번 출판사에서 퇴짜 맞는 만화가 정배(이선균)는 “엄마 그 자체”인 초상화를 지키기 위해 당장 돈 오천만 원이 필요하다. 각종 논문과 온갖 보고서를 짜깁기하며 섹스 칼럼을 쓰던 다림(최강희)은 남자 경험도 없는 주제에 자신만의 섹스 칼럼을 써보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해고된다. 남자는 스토리 작가가 필요하고, 여자는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돈이 필요하다. 약 1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은 그래서 그들을 둘도 없는 명콤비로 만들어 줄 것 같지만, 성인만화에 철학적인 주제를 무리하게 들이미는 남자와 “만화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여자의 공동 작업은 처음부터 삐걱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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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지 못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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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는 한 마디로 벌거벗은 로맨틱 코미디다. 남녀가 본의 아니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여느 로맨스 물과 다를 게 없지만, 문제는 그 너머에 있다.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매너, 내숭, 배려는 결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커플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사소한 감정이라도 허투루 흘려보내는 법 없이 매 순간을 리얼하게 만들어내는 이선균과 최강희의 호흡 덕분이다. 특히, 정배가 화를 버럭 내다가도 어느새 로맨틱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다림은 여자가 봐도 사랑스런 여주인공이다.

정배와 다림의 로맨스가 현실적이라면, 그들이 만드는 성인만화 은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아슬아슬하다. 그런 면에서 수위 높은 베드신이나 폭력적인 장면들을 실제로 재현하지 않고 만화적인 연출로 담아낸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상상은 있을지언정 어떤 포장이나 과장도 찾아볼 수 없는 는 공감과 재미를 모두 건져낸다. 무엇보다도 섹스를 글로 배운 다림의 첫 경험 신은 올해의 코믹 명장면으로 꼽힐만하니, 놓치지 말도록 하자. 영화는 12월 2일 개봉한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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