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예매율 1위, 류승완의 최고작, 배우들의 연기 올림픽. 영화 에는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식어들과 떠들썩한 호평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요란함과는 달랐다. 주변에서 한껏 높여놓은 열기에 “기분은 좋다”면서도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것은 애써 포장한 겸손이 아니라 흥행 성적으로 인해 “본의 아닌 안식년”을 보내본 이가 내놓은 절박함이었다. “의미 있는 스코어가 기록되지 않는 한 점점 우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힘들어져요. 그리고 저같이 한 십 년 일한 사람에게는 기대치라는 것도 점점 없어지기 마련이라 갈수록 불안감이 크죠. 올해 서른여덟인데 이렇게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은퇴를 생각해야 하고요. (웃음)”
하지만 그의 걱정은 가 관객들에게 공개되자마자 기우로 밝혀졌다.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영화의 가치를 동원한 관객 수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영화산업 안에서 그는 든든한 다음 스텝을 보장받은 셈이다. 그러나 가 류승완 감독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이유는 탄탄한 수치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를 해왔던 그의 전환점이 되었기에 중요하다. “작년 한 해만 6-7편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다 엎어졌어요. 그러면서 제 현재 위치를 파악했고 ‘아, 지난 10년 동안 난 되게 행복하게 영화를 했구나, 감독의 권리를 무지하게 누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 이제는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엔지와 오케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감독의 의무를 다한 결과 탄생한 에는 “2010년 류승완이 살아가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 대한민국을 담고 있는 영화는 극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실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 어느 순간보다도 현재를 치열하게 말하고 있는 류승완이 고른 노래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유행이 한참 지난 노래들이다. “취향이 궁상이라고 할 정도로 옛날 노래 듣는 걸 좋아해요. 근데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은 걸 어떡해요. (웃음)” 다음은 그의 말처럼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좋은 음악들이다. 1. 바비 킴
“제가 보기랑 다르게 귀가 되게 보수적이에요. 흘러간 노래들을 좋아해요. 오죽하면 에 나갔다가 배철수 아저씨께서 깜짝 놀랐겠어요. 제가 선곡한 걸 보고선 어쩜 이렇게 다 옛날 노래만 골랐냐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 킴의 ‘친구여(Feat. 강산에)’는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곡이에요. 저번 주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참 좋더라고요.” 들을 때마다 소주 한 잔을 생각나게 하는 바비 킴의 보컬은 사랑을 노래할 때도 탁월하지만 ‘친구여(Feat. 강산에)’처럼 남자들의 우정이나 꿈에 대해 말할 때 더 짙은 호소력을 가진다. 2. 장현
“원래 각본에는 철기(황정민)의 최후가 지금과 달랐어요. 가라오케에서 진급 축하파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장현의 ‘미련’이었어요. 원래도 이 노래를 좋아했는데 각색하면서 참 많이 들었습니다. 요새는 들을 수 없는 귀차니즘 창법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음이 높이 올라간다 싶으면 잠깐 쉬었다가 부르고. (웃음)” 신중현에 의해 발탁되어 1970년대를 풍미한 故 장현은 류승완이 가장 좋아하는 ‘미련’ 외에도 영화 에 삽입되기도 한 ‘빗속의 여인’과 ‘님은 먼 곳에’ 등 그 시절 히트곡을 부르기도 했다. 3. 송골매
지금은 라디오를 진행하는 DJ로 더 친숙하지만 배철수는 록밴드 송골매의 우수에 젖은 기타리스트였다. 때로는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던 고운 구창모와 다르게 반항적인 보컬로 무대 위에서 포효하기도 했다. “송골매의 ‘빗물’은 아주 작긴 하지만 에서도 쓴 노래예요. 배철수 아저씨의 보컬이… 어우 진짜 죽여요. 테크닉이 아니라 순전히 느낌으로만 가는 거 있잖아요. 조용필의 시대에 이렇게 부르다니! (웃음) 뭐 멜로디가 일단 좋고 연주도 말할 것 없이 좋죠.” 4. 김민기 < Past Life Of >
극단 학전을 이끌며 등의 뮤지컬로 사랑을 받은 김민기는 1970년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 Past Life Of >에는 ‘아침 이슬’, ‘가을 편지’ 등 그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그가 만들었던 노래극까지 수록돼, 그의 음악 세계를 총정리 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연못’은 특히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듣고 있으면 아리다고 할까요? 작은 연못에 물고기 두 마리가 살다가 어느 날 싸운 거예요. 그러다가 한 마리가 죽어서 떠오르고 그 물고기 살이 썩으면서 연못도 썩게 되죠. 싸움에서 이긴 물고기도 연못 안에서 죽어가고요. 상징적인 내용이면서도 또 멜로디는 너무나 아름답죠.” 5. 하남석
“저희 집사람이 제가 하도 옛날 노래들만 들으니까 음악 듣는 취향을 궁상이라고 하는데 ‘밤에 떠난 여인’은 그런 취향의 결정타인 것 같아요. 이러다 저 정말 옛날 사람 같아 보이는 거 아니에요? (웃음)” 영화 에서 배우 오광록이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했던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은 어쿠스틱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어떤 화려한 효과도 배제한 채 통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이별을 그리는 노래는 전자음이 줄 수 없는 담백함으로 듣는 이의 귀를 더 깊게 파고든다. “류승완 영화, 류승완 영화하는데 제 영화는 제가 봐도 큰 공통점이 없어요. 류승범이 자주 나온다는 것과 쌈박질을 자주 한다는 거 말고는요. (웃음)” 는 분명 류승완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다. 그의 말대로 “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 는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를 보는 것은 “좋아하던 고수들의 폼을 따라”하려는 액션키드에서 “류승완의 것을 찾으려는” 감독으로 방향을 전환시킨 그의 항로가 얼마나 탁월한 것이었는지를 절감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하지만 그의 걱정은 가 관객들에게 공개되자마자 기우로 밝혀졌다.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영화의 가치를 동원한 관객 수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영화산업 안에서 그는 든든한 다음 스텝을 보장받은 셈이다. 그러나 가 류승완 감독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이유는 탄탄한 수치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를 해왔던 그의 전환점이 되었기에 중요하다. “작년 한 해만 6-7편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다 엎어졌어요. 그러면서 제 현재 위치를 파악했고 ‘아, 지난 10년 동안 난 되게 행복하게 영화를 했구나, 감독의 권리를 무지하게 누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 이제는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엔지와 오케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감독의 의무를 다한 결과 탄생한 에는 “2010년 류승완이 살아가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 대한민국을 담고 있는 영화는 극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실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 어느 순간보다도 현재를 치열하게 말하고 있는 류승완이 고른 노래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유행이 한참 지난 노래들이다. “취향이 궁상이라고 할 정도로 옛날 노래 듣는 걸 좋아해요. 근데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은 걸 어떡해요. (웃음)” 다음은 그의 말처럼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좋은 음악들이다. 1. 바비 킴
“제가 보기랑 다르게 귀가 되게 보수적이에요. 흘러간 노래들을 좋아해요. 오죽하면 에 나갔다가 배철수 아저씨께서 깜짝 놀랐겠어요. 제가 선곡한 걸 보고선 어쩜 이렇게 다 옛날 노래만 골랐냐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 킴의 ‘친구여(Feat. 강산에)’는 요즘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곡이에요. 저번 주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참 좋더라고요.” 들을 때마다 소주 한 잔을 생각나게 하는 바비 킴의 보컬은 사랑을 노래할 때도 탁월하지만 ‘친구여(Feat. 강산에)’처럼 남자들의 우정이나 꿈에 대해 말할 때 더 짙은 호소력을 가진다. 2. 장현
“원래 각본에는 철기(황정민)의 최후가 지금과 달랐어요. 가라오케에서 진급 축하파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장현의 ‘미련’이었어요. 원래도 이 노래를 좋아했는데 각색하면서 참 많이 들었습니다. 요새는 들을 수 없는 귀차니즘 창법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음이 높이 올라간다 싶으면 잠깐 쉬었다가 부르고. (웃음)” 신중현에 의해 발탁되어 1970년대를 풍미한 故 장현은 류승완이 가장 좋아하는 ‘미련’ 외에도 영화 에 삽입되기도 한 ‘빗속의 여인’과 ‘님은 먼 곳에’ 등 그 시절 히트곡을 부르기도 했다. 3. 송골매
지금은 라디오를 진행하는 DJ로 더 친숙하지만 배철수는 록밴드 송골매의 우수에 젖은 기타리스트였다. 때로는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던 고운 구창모와 다르게 반항적인 보컬로 무대 위에서 포효하기도 했다. “송골매의 ‘빗물’은 아주 작긴 하지만 에서도 쓴 노래예요. 배철수 아저씨의 보컬이… 어우 진짜 죽여요. 테크닉이 아니라 순전히 느낌으로만 가는 거 있잖아요. 조용필의 시대에 이렇게 부르다니! (웃음) 뭐 멜로디가 일단 좋고 연주도 말할 것 없이 좋죠.” 4. 김민기 < Past Life Of >
극단 학전을 이끌며 등의 뮤지컬로 사랑을 받은 김민기는 1970년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 Past Life Of >에는 ‘아침 이슬’, ‘가을 편지’ 등 그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그가 만들었던 노래극까지 수록돼, 그의 음악 세계를 총정리 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연못’은 특히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듣고 있으면 아리다고 할까요? 작은 연못에 물고기 두 마리가 살다가 어느 날 싸운 거예요. 그러다가 한 마리가 죽어서 떠오르고 그 물고기 살이 썩으면서 연못도 썩게 되죠. 싸움에서 이긴 물고기도 연못 안에서 죽어가고요. 상징적인 내용이면서도 또 멜로디는 너무나 아름답죠.” 5. 하남석
“저희 집사람이 제가 하도 옛날 노래들만 들으니까 음악 듣는 취향을 궁상이라고 하는데 ‘밤에 떠난 여인’은 그런 취향의 결정타인 것 같아요. 이러다 저 정말 옛날 사람 같아 보이는 거 아니에요? (웃음)” 영화 에서 배우 오광록이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했던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은 어쿠스틱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어떤 화려한 효과도 배제한 채 통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이별을 그리는 노래는 전자음이 줄 수 없는 담백함으로 듣는 이의 귀를 더 깊게 파고든다. “류승완 영화, 류승완 영화하는데 제 영화는 제가 봐도 큰 공통점이 없어요. 류승범이 자주 나온다는 것과 쌈박질을 자주 한다는 거 말고는요. (웃음)” 는 분명 류승완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다. 그의 말대로 “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에게 는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를 보는 것은 “좋아하던 고수들의 폼을 따라”하려는 액션키드에서 “류승완의 것을 찾으려는” 감독으로 방향을 전환시킨 그의 항로가 얼마나 탁월한 것이었는지를 절감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