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생초리>│시골로 발령나고, 벼락 맞고, 살인사건까지
│시골로 발령나고, 벼락 맞고, 살인사건까지" />
우선 한 가지부터 명확하게 말해야겠다. 오는 5일 저녁 11시에 첫 방송하는 tvN (이하 )는 이미 수없이 언급된 보도자료처럼 분명 ‘김병욱 사단’의 작품이다. 하지만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은 ‘김병욱’이 아닌 ‘사단’이다. 즉 김병욱이라는 시트콤의 마에스트로와 함께 오랜 시간 SBS , MBC , 같은 명작을 만들었던 김영기 감독과 이영철 작가,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들이 김병욱 감독 없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기획단계에서의 아이디어 제시와 라는 작명 등, 제작진 목록에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올린 김병욱 감독의 입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그림 찍은 거 보고 멘트만 하는 정도”(김영기 감독)로 일종의 멘토링만을 담당하고 있다. 영업 실적이 바닥인 삼진증권 가리봉 지점 식구들이 사장 박규(김학철)의 미움을 받아 생초리라고 하는 시골 지점으로 낙향한다는 의 설정은 흥미롭지만 좋은 시트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설정 자체에 만족하거나 매몰되지 않고 캐릭터와 사건을 통해 동력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김병욱 감독이 아닌 ‘사단’인 셈이다. ‘김병욱 감독’의 작품을 기대했던 시청자로서는 기대 혹은 예상을 벗어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예측이 벗어나는 그 지점에서 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코미디와 미스터리 섞은 과감한 멜로
tvN <생초리>│시골로 발령나고, 벼락 맞고, 살인사건까지
│시골로 발령나고, 벼락 맞고, 살인사건까지" />
“시트콤이라고 해서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에요. 제작발표회 끝나고 바로 대본 리딩이라니.” 2일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를 마치며 최달국 역의 조상기가 말했다. 조상기뿐이 아니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영기, 조찬주 감독, 이영철 작가, 그리고 배우 하석진, 이영은, 김학철, 남보라, 조상기, 김동윤, 김경범, 정지아, 배그린의 말을 종합하면 ‘예상과는 달랐다’였다. 한 주 다섯 편씩 찍어내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한 주에 한 편 만드는 시스템이라 좀 더 많은 여유를 기대했던 이영철 작가는 “오히려 더 빡빡한 일정”에 대해 토로했고, 김영기 감독은 “45분짜리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의 피드백을 경험해보지 못해” 어렵다는 것을 고백했다. 차가운 도시남자를 꿈꾸며 펀드매니저 조민성 역을 맡았던 하석진 역시 “1부 마지막에 벼락을 맞아” 구구단도 못하는 숫자치가 된다. 중요한 건, 이처럼 예상과는 다른 엇박자의 상황 안에서 오히려 이들이 창작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령 는 첫 회부터 삼진증권 가리봉 지점 직원의 의문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이처럼 “30분짜리는 스피디하게 갈 수 있지만 45분에서는 그게 어렵기 때문에 코미디와 미스터리를 섞은”(김영기 감독) 구성은 과거 시트콤과는 다른 좀 더 드라마적인 호흡을 기대하게 한다.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멜로의 과감함”(김영기 감독)이나 “첫 회부터 서울에서 직장 다니던 사람들을 무인도 같은 섬으로 보내는 (회사의) 야만성”(이영철 작가) 같은 요소들은 공중파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 사단이 케이블 채널 안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이다. 시트콤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 역시 “리허설 때 이렇게 실컷 웃고 촬영 들어가는 현장은 처음”(조상기)이라거나, “화성, 평택, 옥천을 돌아다니지만 힘들기보다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김동윤)며 오히려 새로운 상황을 통해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를 통해 “새로운 연기에 눈을 뜰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연기 30년차의 배우 김학철의 말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그래서 는 예측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리고 기대와 예측을 벗어난다는 것은 실망을 뜻할 수도, 신선함을 뜻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후자의 경험을 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 과정이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함을 주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번 주 금요일의 첫 회에서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tvN

글. 위근우 e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