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작가님께서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시니까, 기자분들 자리 뜨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홍보 담당자의 말 한 마디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제작진이 내세우는 화려한 배우들이 아무리 화제가 된다 하더라도 결국 SBS 를 정의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김순옥 작가일 수밖에 없다. 과 으로 순식간에 문제적 작가의 반열에 올라 선 김순옥은 파국적인 복수라는 소재와 특유의 빠른 스토리 전개로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칭도 얻었지만, 극의 전개를 위해 자신이 창조한 등장인물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등 개연성을 잃은 전개로 ‘막장 드라마 작가’라는 명예롭지 못 한 이름도 얻었다. 자식들과 갈등하고, 헌신하고, 반목하다가 결국 화해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이번 작품은 절대 막장이 아니”라며 힘주어 말했다. 김순옥은 를 통해 진화할 수 있을까. 29일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김순옥 작가와 나눈 대화를 옮긴다.는 어떤 드라마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김순옥: 가족극이다. 엄마들의 이야기고, 전작들에 비해 감동이나 웃음 코드의 비중이 커졌다. 물론 내가 지향하는 드라마는 재미있는 드라마니까 자극적인 요소들도 분명 나온다. 하지만 다른 걸 다 외면하고 센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웃음) 드라마 전체를 아울러 보면 분명 웃음과 감동이 있는 좋은 드라마일 것이다. 이미숙, 박원숙, 지수원의 나이 든 엄마들도 엄마들이지만, 윤정희도 일곱 살 난 아이를 가진 젊은 엄마다. 모든 엄마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정치 이야기와 연예계 이야기도 다루면서 폭넓게 볼 수 있는 드라마로 쓰려고 한다.
“이제껏 썼던 드라마 중에 제일 재미있는 드라마” 이번 드라마는 어디서 소재를 얻었나?
김순옥: 성공한 사람들 뒤엔 위대한 엄마들이 있다. 그 어머니들이 굉장히 강하지 않고는 그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주변의 내 또래 엄마들도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건 똑같다. 모두 아이들을 어떻게든 잘 키워 보려는 이상을 좇고 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취업에까지 개입을 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이런 작품을 하면 모두들 공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엄마들의 노력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톱 탤런트를 만드는 엄마는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혹시 본인의 경험이 담겨 있는 건 아닌가? 엄마로서의 본인이라거나, 본인의 어머니 같은.
김순옥: 내가 도곡동에 산다. 중학생 아이의 엄마다보니, 24시간 아이들 공부만 생각하는 엄마들이 내 친구의 전부다. 거기서 출발했다 볼 수 있다. 애 키우고, 애 공부가 자기 인생에 전부인 엄마들. 사실 내 엄마는 극 중 박원숙 선생님처럼 희생적인 엄마다. 새로운 엄마 유형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냐는 답이 없겠지만 모든 엄마들이 분명 이 세 엄마들 중에서 자기 모습을 찾을 거 같다. 원래 제목이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였으니까,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일지 답은 못 찾더라도 함께 생각은 해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배신과 음모, 복수를 다룬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전작들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
김순옥: 물론 윤정희가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남편의 지역구에 출마해서 경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평생 남편의 그림자로만 살았던 사람이 자기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간 내 드라마에 나왔던 인물처럼 상대를 망가뜨리는 게 목적의 전부였던 식의 복수와는 다르다. 전작들이 강한 이야기들로만 계속 이어져 간다면 이번엔 긴장을 풀어주는 부분들이 많다. 인물들도 전작에 비해 보다 더 정상적이고. 물론 드라마 초반에는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드라마를 봐야 하니까 극단적인 상황이 있긴 하다.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의 덕목은 재미니까. 이제껏 내가 썼던 드라마 중에 제일 재미있는 드라마다.
드라마의 제 1덕목으로 재미를 꼽았다.
김순옥: 작가마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게 된 계기는 다 다른 거 같다. 나는 오늘 아무 희망이 없는 사람이 죽으려고 난간에 서 있다가, 내 드라마를 보고 그 다음 전개가 너무 궁금해서 ‘내일 것까지는 보고 죽어야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 온 나라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겠다는 식의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다. 나도 어릴 때 ‘오늘 저녁에 재미있는 드라마를 한다’고 하면 아침부터 행복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내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감동도 들어가겠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간 동안은 재미있게 몰입해서 보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들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 하지만 재미를 추구했던 전작들은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도 받았다. 본인은 어떤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하는지?
김순옥: 살인교사나 불륜, 출생의 비밀 같은 소재가 나온다고 다 막장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와 명품 드라마의 차이는 그게 말이 안 될 때 막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뤘다고 해서 그게 꼭 막장이라 생각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 드라마에 불륜 나온다. 불륜이 나와서 막장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주인공이 왜 불륜을 범할 수밖에 없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이해가 되고, 그것조차 사랑이라고 이해가 된다면 막장은 아닌 거 같다.
전작들의 경우 너무 빠른 전개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온 가족이 보는 주말극의 경우 속도 조절이 중요한 관건일 텐데?
김순옥: 는 내용이 쉬워서 중간에 보기 시작했어도 쫓아가기 쉬웠을 거다. 그런데 의 경우는 전개 속도가 너무 빨라서 쓰면서 감정선을 굉장히 많이 고쳤다. 내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더라. 그때 감정을 놓치는 게 약점이라는 걸 배웠다. 이번 작품도 이야기 자체는 빠르지만. 예전보다 감정을 충분히 부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최근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있나.
김순옥: 굵은 스토리가 있고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생각한다. 특히 과 가 재미있더라. 최근엔 공부 삼아 드라마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참 재미있고, 모든 드라마가 다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보고 있다. 우리 드라마도 주말극이지만, 예외적인 요소들이 있으니까 재미있을 것이다.
라는 제목에서 엄마에게 웃으라고 말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김순옥: 결말과 관계되어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중적 의미다. 행복해서 웃으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반대로 비극적 상황에서 ‘엄마 웃어봐’ 라고 말했을 때는 또 느낌이 다를 거 아닌가. 이를테면 내일부터는 엄마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엄마 웃어봐’ 라고 하면 굉장히 비극적이겠지. 끝까지 가보면 이 두 가지 의미가 다 들어있을 거다. 슬픈 상황에선 ‘울지마 엄마’ 보다 ‘웃어요 엄마’란 말이 슬픈 것 같더라. 아무튼 엄마들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진제공. SBS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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