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아이돌이 예능과 드라마 다음으로 찾은 기회의 땅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은 이 장르에는 스타가 필요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아이돌도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그들은 가무에 능통해 진입 장벽도 비교적 낮으니 아이돌과 뮤지컬은 궁합이 딱 맞는 만남인 셈이다. 2008년 빅뱅의 승리가 에 출연한 후, 두 집단의 만남은 눈에 띄게 늘어나며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생소한 뮤지컬 작품들은 순식간에 ‘○○의 뮤지컬’로 바뀌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티켓은 예매사이트 서버를 폭파시키며 수십만 장이 팔려나갔다. 공연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평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스타들과 국경을 넘어 ‘오빠’를 만나러 온 해외팬들로 북적였다. 지금 뮤지컬 업계에서 아이돌은 작품의 상업적 성과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아이돌의 출연은 뮤지컬시장에 성과만큼의 걱정거리를 안겨줬다. 지난 10월 1일 개막한 뮤지컬 은 “참 슬픈 현실이죠. 대박 내고 싶으면 연예인을 잡아요. 삐까뻔쩍한 세트, 쭉쭉빵빵 앙상블, 비싼 조명에 돈 쓸 필요 없죠. 노래 못해도 상관없죠. 일단 TV에 나왔다면 콜”이라는 노래로 연예인 일색의 뮤지컬 시장을 비판한다. 진득한 뚝심으로 잘 만들어진 좋은 작품들도 많지만, 어떤 작품들은 연예인, 혹은 아이돌이라는 포장지를 걷어내고 나면 텅 빈 객석과 허술한 완성도의 작품이 관객을 초라하게 맞이한다. 작품의 내실 대신 인기에 편승한 아이돌의 캐스팅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면서 작품 전체가 어그러지는 일이 종종 발견된다.
가수보다 성우에 더욱 가까운 뮤지컬 그 점에서 뮤지컬에서 아이돌이 보여주는 노래와 연기는 작품의 상업성과 완성도 모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아이돌이 그저 이름값만으로 작품에 나올 경우 그 작품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의 성패는 단지 아이돌이 노래를 잘 부른다, 못 부른다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에 출연한 샤이니의 온유는 아이돌이 뮤지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온유가 가장 뛰어난 가수이거나 댄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샤이니를 통해 평소 보여준 ‘훈대딩st’의 성실한 이미지와 담백한 음색은 에서 순수하고 열정적인 록스타 지망생 드류의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Mnet 의 앤드류 넬슨이 노래 실력과 별개로 “풋풋한 캐릭터에 맞는 표현과 전달”로 뮤지컬 미션에서 1위를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온유의 담백하고 깨끗한 창법은 뮤지컬이라는 ‘극’과 만나면서 상당한 힘을 얻는다. 뮤지컬에서 극 중 노래가사는 곧 캐릭터의 대사와 같다. 그래서, 뮤지컬에서 노래란 테크닉적으로 잘 부르기 이전에 얼마나 내용에 스며들어 캐릭터의 감정을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 점에서 온유는 완벽하진 않지만 뮤지컬이 노래로 하는 연기라는 걸 알고 있고, 노래에 과하지 않게 감정을 실을 줄 안다. 영화 에서 극 중 광식(김주혁)이 부르는 ‘세월이 가면’이 정확히 잘 부르는 곡은 아니어도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던 것과 같다.
아이돌과 제작사, 좀 더 약아져도 된다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은 자신이 원래 가진 캐릭터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노래 스타일을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건 가수로서의 노래 실력과는 또 다른 문제다. 온유보다 먼저 뮤지컬을 시작한 슈퍼주니어의 예성은 탁월한 보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그는 자신의 음역대나 음색과는 다른 노래를 부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소녀시대의 태연은 에서 불치병에도 씩씩한 열일곱 소녀를 연기했다. 이 캐릭터는 태연에게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태연의 노래 중 몇 곡은 그녀가 불렀던 ‘만약에’ 같은 드라마 OST를 연상시키며 극에서 도드라지기도 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돌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이 단지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뮤지컬과 아이돌 산업 양쪽을 움직이는 하나의 축이 됐다면, 작품 선택에도 보다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주역에 걸맞는 실력과 프로정신은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돌은 그들이 만들어온 캐릭터와 노래 실력을 뮤지컬에 반영하고, 뮤지컬은 아이돌을 작품의 일부로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은 그들이 가진 이미지 안에서 소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좀 더 정확히 자신을 파악하는 영리한 선택이 필요하다. 좀 더 약아져도 된다. 그들은 그만한 재능을 가졌다.
글. 장경진 three@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아이돌의 출연은 뮤지컬시장에 성과만큼의 걱정거리를 안겨줬다. 지난 10월 1일 개막한 뮤지컬 은 “참 슬픈 현실이죠. 대박 내고 싶으면 연예인을 잡아요. 삐까뻔쩍한 세트, 쭉쭉빵빵 앙상블, 비싼 조명에 돈 쓸 필요 없죠. 노래 못해도 상관없죠. 일단 TV에 나왔다면 콜”이라는 노래로 연예인 일색의 뮤지컬 시장을 비판한다. 진득한 뚝심으로 잘 만들어진 좋은 작품들도 많지만, 어떤 작품들은 연예인, 혹은 아이돌이라는 포장지를 걷어내고 나면 텅 빈 객석과 허술한 완성도의 작품이 관객을 초라하게 맞이한다. 작품의 내실 대신 인기에 편승한 아이돌의 캐스팅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면서 작품 전체가 어그러지는 일이 종종 발견된다.
가수보다 성우에 더욱 가까운 뮤지컬 그 점에서 뮤지컬에서 아이돌이 보여주는 노래와 연기는 작품의 상업성과 완성도 모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아이돌이 그저 이름값만으로 작품에 나올 경우 그 작품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의 성패는 단지 아이돌이 노래를 잘 부른다, 못 부른다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에 출연한 샤이니의 온유는 아이돌이 뮤지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온유가 가장 뛰어난 가수이거나 댄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샤이니를 통해 평소 보여준 ‘훈대딩st’의 성실한 이미지와 담백한 음색은 에서 순수하고 열정적인 록스타 지망생 드류의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Mnet 의 앤드류 넬슨이 노래 실력과 별개로 “풋풋한 캐릭터에 맞는 표현과 전달”로 뮤지컬 미션에서 1위를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온유의 담백하고 깨끗한 창법은 뮤지컬이라는 ‘극’과 만나면서 상당한 힘을 얻는다. 뮤지컬에서 극 중 노래가사는 곧 캐릭터의 대사와 같다. 그래서, 뮤지컬에서 노래란 테크닉적으로 잘 부르기 이전에 얼마나 내용에 스며들어 캐릭터의 감정을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 점에서 온유는 완벽하진 않지만 뮤지컬이 노래로 하는 연기라는 걸 알고 있고, 노래에 과하지 않게 감정을 실을 줄 안다. 영화 에서 극 중 광식(김주혁)이 부르는 ‘세월이 가면’이 정확히 잘 부르는 곡은 아니어도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던 것과 같다.
아이돌과 제작사, 좀 더 약아져도 된다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은 자신이 원래 가진 캐릭터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노래 스타일을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건 가수로서의 노래 실력과는 또 다른 문제다. 온유보다 먼저 뮤지컬을 시작한 슈퍼주니어의 예성은 탁월한 보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그는 자신의 음역대나 음색과는 다른 노래를 부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소녀시대의 태연은 에서 불치병에도 씩씩한 열일곱 소녀를 연기했다. 이 캐릭터는 태연에게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러나, 태연의 노래 중 몇 곡은 그녀가 불렀던 ‘만약에’ 같은 드라마 OST를 연상시키며 극에서 도드라지기도 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돌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이 단지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뮤지컬과 아이돌 산업 양쪽을 움직이는 하나의 축이 됐다면, 작품 선택에도 보다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주역에 걸맞는 실력과 프로정신은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돌은 그들이 만들어온 캐릭터와 노래 실력을 뮤지컬에 반영하고, 뮤지컬은 아이돌을 작품의 일부로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은 그들이 가진 이미지 안에서 소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좀 더 정확히 자신을 파악하는 영리한 선택이 필요하다. 좀 더 약아져도 된다. 그들은 그만한 재능을 가졌다.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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