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 인터뷰를 서둘러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7월 공연에 다녀온 직후였다. 거의 모든 곡을 ‘떼창’한 팬들의 목소리는 ‘이러다 밴드 연주가 묻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렁찼고, 멤버들이 던지는 멘트 하나에도 객석은 크게 술렁였다. 그리고 그들과 인터뷰하던 날, 이미 2집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 티켓은 매진된 상태였다. 물론 지금 이 시점이 그들의 전성기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2010년이 그들에게 굉장히 특별한 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작년 11월 EBS 의 ‘헬로루키’로 선정되면서 현재의 소속사와 많은 팬들을 만났고, “아쉬움이 가장 덜 남는” 2집 앨범을 완성했다. 밴드도, 음악도, 사람도 이전보다 확실히 밝아졌다. 이원석(보컬), 김선일(베이스), 김장원(키보드) 그리고 정유종(기타)과 함께한 토크쇼 같았던 인터뷰를 공개한다.3년 만에 정규 2집 앨범이 나왔다. 소감이 어떤가.
김장원: 어떤 곡이나 앨범을 작업하든간에 늘 아쉬움이 남는 편인데, 이번 2집은 아쉬움이 가장 덜 남는 앨범이다. 제가 할 건 다 했습니다. (웃음)
정유종: 아무래도 예전 앨범보다 우리 얘기를 많이 넣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곡을 작업할 때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타이틀곡이 ‘들었다놨다’다. 한 번만 들어도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인데,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
이원석: 모티브는 내가 가져왔다. 가이드 가사를 만들 때 바로 ‘들었다놨다’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물론 녹음할 때 발음을 상당히 조심해야 하지만, (웃음) 발음이나 그루브감이 너무 좋아서 다른 단어 찾을 생각을 안했다.
김장원: 나머지 가사는 내가 썼는데, 사실 내가 사람들한테 굉장히 잘 낚이는 편이다. 특히, 여자들한테. (웃음) 예전에 어떤 여자분과 굉장히 잘 되가고 있는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술 먹고 진지하게 전화통화를 하다가 결국 사귀기로 했다. 다음 날 전화해서 다정한 목소리로 “밥은 먹었어~?”라고 물어봤더니, 그 여자분이 전날 기억을 못하더라. 너무 당황해서 얼굴이 진짜 새빨개졌다. 그래서 이번 가사는 내가 한 번 써보겠다고. (웃음) 저는 데이브레이크에서 사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곡에 사연을 부여하죠.
정유종: 듣고 보니 그렇게 밝은 가사만은 아니네요.
진짜 그렇네. ‘머리가 자란다’ 못지않게 슬픈 가사인데?
김장원: 그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거다.
그나저나 ‘머리가 자란다’ 같은 경우는 정말 공감이 많이 가더라. 가사를 몇 번이나 정독할 정도였다.
이원석: 오, 그랬나? 사실 ‘들었다놨다’가 입에 잘 붙는 가사라면, ‘머리가 자란다’는 아무래도 발음보다는 내용에 충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7분 가까이 되는 곡을 굳이 줄이지 않았다. 이 곡 뿐만 아니라 모든 곡을 작업할 때 우리 경험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 게 없다면 거짓말이 될 것 같다. 조금이라도 우리의 모습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가을, 다시’도 ‘머리가 자란다’와 비슷한 분위기의 곡인데, 김선일이 혼자 여행까지 다녀오면서 작업했다고 들었다.
김선일: 사실 가사 때문에 여행간 건 아니고, 우리 2집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사진 찍으러 잠깐 서해에 다녀온 거다. 나 같은 경우는 가사쓰는 게 너무 어려워서 딱 ‘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을, 다시’를 작업했다. 나 역시 가이드 가사를 만들 때 바로 ‘fall again’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원석이가 가사 작업에 도움을 많이 줬고.
이원석: 저는 팀에서 가사 검수를 맡고 있습니다. 하하하.
김선일: ‘fall’은 중의적인 단어다. 가을이라는 의미도 있고, 떨어진다는 의미도 있고.
정유종: 사랑에 빠진다는 의미도 있고.
세 멤버들의 곡 작업을 들어봤는데, 정유종이 참여한 곡은 뭔가.
이원석: 유종이는 ‘판타지’ 작사를 했다. 그 가사가 어떻게 나오게 됐냐면… 유종아, 네가 얘기해!
정유종: 만화 ‘원피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되게 유치한 만화인데, 그 유치함을 배제하고 보면 진짜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 루피가 어떤 일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루피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가사를 써봤다.
김장원: 이 친구가 좀 만화적인 감성이 있다. (웃음)
정유종: 원래 만화책을 좋아한다. 처음과는 달리 요즘엔 점점 만화에 빠져들게 되면서 만화책을 직접 사서 수집하고 있다.
특별히 아끼는 만화책은 뭔가.
정유종: . 이것도 되게 뻔하고 유치한 내용인데,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 이런류의 만화를 좋아한다.
김장원의 말처럼, 굉장히 감성이 풍부한 것 같다.
김장원: 지금도 만화책 얘기를 하면서 거기에 푹 빠져 있다. 하하하.
정유종: 다른 얘기 할 때는 굉장히 조용하다.
이원석: 이 친구는 팀의 귀요미를 맡고 있습니다. (웃음)
“여성팬들이 유독 많은 건 아무래도 음악적인 성향 때문에” 1집과 EP앨범 그리고 이번 2집의 타이틀곡만 놓고 보면 점점 분위기가 밝아지는 것 같다. 1집의 ‘사나이’는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였는데, 이번 타이틀곡은 지난 EP앨범의 ‘좋다’보다 더 경쾌해졌다.
이원석: 밴드 운명은 타이틀 곡 제목 따라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P 앨범 때 ‘좋다’로 활동하면서 진짜 좋은 밴드가 됐으니, 이번 ‘들었다놨다’를 부르다보면 아마 가요계를 들었다놨다 하지 않을까? 하하하.
김장원: 와, 가요계를 얘기할 줄이야! 난 여심을 들었다놨다 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하하하.
도대체 1집 활동이 얼마나 암울했길래.
이원석: 1집 때는 다른 소속사에서 활동했는데, 일단 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아 굉장히 답답했다. 홍대 클럽 공연이 전부였을 걸? 음악 페스티벌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안 불러주더라. (웃음)
그런 마음을 회사에 전달해보지 그랬나.
이원석: 물론 건의는 해봤지. 근데 회사가 항상 모든 걸 해줄 순 없으니까. 그래서 그 회사를 나오게 됐고, 우리끼리 공연하다가 작년 11월에 ‘헬로루키’ 오디션을 보게 됐다. ‘헬로루키’에 선정되면 GMF(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에 설 수 있다길래 ‘이걸 해야겠다!’ 싶었다.
당시 오디션에서 부른 곡은 뭐였나?
이원석: ‘좋다’와 ‘사진’. 그때는 팬들도 거의 없었다.
김장원: 생각해보니까 그때와 지금은 완전 극과 극이네. (웃음)
이원석: 오디션 이후 팬들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다.
결국 ‘헬로루키’로 선정됐고, 소원대로 GMF 무대에 서게 됐다. 그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정유종: 되게 조용했다. 우리가 두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올랐는데, 그 때가 오후였다. 무대 앞에 한 12명 있었나? 나머지는 돗자리 깔고 서로 수다 떨고.
김장원: 점심도 드시고.
정유종: 근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노래를 하나씩 부를 때마다 사람이 모여들었다. 한 곡 하니까 관객들이 두 줄이 됐고, 또 한 곡 하니까 네 줄. 공연시간은 20분밖에 안됐지만, 그게 되게 감동적이었다. 우리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김장원: 사실 우리가 GMF 분위기를 띄웠다고 볼 수 있죠. 하하하.
사실 7월 공연을 보고 정말 놀랐다. 노래도 그렇지만 멘트들이 그야말로 여성 팬들을 ‘들었다놨다’ 하던데. 그런 건 따로 준비를 하나.
이원석: 따로 준비를 하진 않고… 본능적이랄까? 하하. 우리 중에 내성적인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김장원: 여성팬들이 유독 많은 건 아무래도 음악적인 성향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남성 팬들의 비중이 한 35% 정도된다.
그렇게 무대에서 팬들과 여유롭게 놀 수 있다는 건 이미 팀워크가 형성됐다는 얘기인데, 밴드가 결성된 지 5년이 지났으니 처음보다는 소통이 많이 수월해졌겠다.
김선일: 진짜 많이 좋아졌다. 특히, 무대에서 연주할 때 서로 눈을 많이 마주치는데, 한 쪽 악기 소리가 너무 커서 그 쪽으로 눈빛을 보내면 그걸 어떻게 알고 소리를 딱 줄인다. 멤버들 간의 호흡이 굉장히 좋아진거지.
이원석: 초기에는 어깨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 막 ‘멋있게 해야지’ 이런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과 편안한 관계가 되니까 내 얘기를 편하게 들려줄 수 있는 곡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만큼 밴드가 숙성됐다.
“요즘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대니까” 평소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 편인가.
이원석: 혹시 우리 싸이클럽에서 ‘새벽뉴스’ 메뉴를 본 적 있나?
그렇다. 합주하거나 곡 작업하는 영상을 몇 개 봤다.
정유종: 연습실에서 그러고 논다. (웃음)
그럼 그 영상 촬영은 누가 하나?
정유종: (이원석을 가리키며) 우리 이 PD님께서!
김선일: 원석이 목소리만 나오고 얼굴은 잘 안 나온다. 그래서 내가 요즘 카메라를 뺏고 있다.
이원석: 그게, 내가 나오면 화면이 확 다크해지니까. 하하하.
김장원: 성격은 밝다며?
이원석: 아, 성격은 밝은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자꾸 (화면이) 다크해지네.
그런 영상들을 보면 김장원이 가장 재밌는 멤버인 것 같다. 일명 ‘장원쇼’라는 것도 있었고, 노홍철의 번데기 발음도 따라하고. (웃음) 원래 성대모사나 개그를 좋아하는 편인가.
김장원: 잘하지는 못하는데 따라하는 걸 되게 좋아한다.
정유종: 우리한테는 잘한다고 얘기한다.
김장원: 아, 넷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 하지.
혹시 개그맨을 꿈꾼 적은 없나. (웃음)
김장원: 사실 대학교 후배와 개그맨 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다. 엽기적인 소품을 이용한 개그로. 근데 시험은 보지 않았고, 지금 그 후배의 행방은 알 수 없다. (웃음)
이원석: 원래 밴드 활동을 하면 예능 욕심을 별로 안 내는데, 이 친구는 아주 욕심이 많다.
멤버들간에도 그렇고 팬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모습이 돋보이는 밴드인 것 같다.
이원석: 요즘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대니까. 카리스마나 신비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는 간 것 같다. 물론 싸이클럽에 팬들이 너무 많아지면 그걸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재밌다.
요즘 트위터 활동도 하던데.
이원석: 나랑 장원이만 하고 있다. 나머지 둘은 스마트폰이 없고.
정유종: 지금 내 핸드폰도 되게 스마트하다.
일동: 으하하하하
김장원: 와, 오늘의 명언이다! 단축번호 누르면 바로 전화된다고 되게 좋아한다. (웃음)
이원석: 유종이가 고집이 센 친구라서.
김장원: 거기다 아날로그 마니아다.
정유종: 다시 말하지만, 지금 핸드폰도 충분히 스마트하다. 문자를 길게 써도 MMS로 가니까 되게 좋고. 형들이 스마트폰 쓰는 거 보면 멋있긴 한데 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리고 내 핸드폰은 터치폰도 3G폰도 아니다. 그냥 2G폰이다.
정말 필요한 기능만 있는 핸드폰이네.
김장원: 통화기능만 있는 아버님들 핸드폰처럼. 근데 놀라운 건 이게 최근에 바꾼 핸드폰이라는 거. 얼마 전에 핸드폰을 샀다길래 ‘아, 좋은 걸로 바꿨겠구나’ 했는데, 2G폰을…
정유종: (주머니에서 꺼내며) 새 핸드폰이다.
일동: 으하하하하.
마지막 질문이다. 오는 29일 진행될 단독공연이 매진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앞으로의 바람이나 목표가 있다면.
정유종: 사실 1집 활동 끝나고 나서 밴드도 소강상태였고 개인적으로 음악을 많이 들어도 감흥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요즘은 너무 재밌다. 이게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
김장원: 그 때 유종이가 항상 나한테 하던 얘기가 있었다. ‘형,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하하.
정유종: 그게 뚜렷한 고민을 얘기했다기보다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그렇게 얘기한거다). 아무튼 지금처럼 음악하고 기타치고 밴드 활동하는 이 재미를 잃고 싶지 않다.
김장원: 유종이가 계속 음악을 재밌게 할 수 있으려면 이번 2집이 잘 되야 한다. (웃음) 만약에 2집이 잘 안되면 이 친구는 또 그럴거다. ‘형,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원석: 나도 진짜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 더 바랄 게 없다.
김장원: 그러니까 2집이 잘 되야지. (웃음)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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