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보스>, 회장님의 눈물
, 회장님의 눈물" /> 일 MBC 밤 11시 35분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공중파에 입성했다. 대기업 회장님이 말단 신입사원으로 분해서 일주일 동안 밑바닥 현장 체험을 한다. 왕자와 거지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는데, 직원들을 속이고 CEO가 말이 안 되는 상황에 빠진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언더커버 회장님의 위장취업 몰카는 ‘해프닝’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다. 언더커버보스는 자기가 만난 직원들의 사연을 듣는다(사연이 모두 기구하다). 그들의 딱한 처지에 마음 아파하면서 열정과 직업의식, 윤리에 영감을 받는다. 그래서 회장으로 돌아와 그 직원들을 다시 만나고, 그때 들었던 고충을 해결해준다. 그간 만난 홈리스 출신 직원, 편부모 직원, 입양한 아이들까지 다섯 자녀의 가장이지만 홍수로 집을 잃은 직원, 가정형편 때문에 14살 때 취직해 주경야독하며 장래의 CEO를 꿈꾸는 청년 직원 등등에게 노고를 치하하고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줬다. 이른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던 보답을 어느 날 등장한 귀인이 해주는 것이다. 허나 그 귀인은 산타클로스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 감동이 있는 이유는 대부분 피고용인인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고용자의 진심어린 눈물과 여러분의 소중함과 노고를 알게 됐다는 한마디 때문이다. 이번 주에 등장한 언더커버보스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도우려고 해도 모두를 도울 수는 없다며, 이 체험이 괴롭단다. 한편, 기구한 사연 소개에 꼭 따라오는 슬픈 음악도 없고, 대신 박명수의 깐족이는 내레이션을 입혀서 신파를 걷어 내고 담백하게 감동을 전달한다. 이 관습을 벗어난 모습만으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언더커버 회장님의 후일담을 똑같이 남기고 싶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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