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U-20 여자 월드컵>, ‘지메시’를 위한 길
, ‘지메시’를 위한 길" /> 한국 대 독일 SBS 밤 9시 55분
기적 같은 첫 4강. 그리고 독일과의 승부. 아마 많은 이들이 20세 이하 여성 멤버들이 참여하는 독일 U-20 여자 월드컵 4강전을 보며 2002년에 대한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시감은 승패의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 남자 고등학교 팀과 붙여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차범근 해설위원의 말대로 독일 여자팀의 피지컬은 압도적이었고, 골문 근처에서 공을 얼마나 잘 운반하느냐가 득점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그 피지컬의 벽은 종종 한국팀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심지어 독일은 심지어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공격적이기까지 했다. 패스는 수비의 사각을 파고들었고, 공격의 선두에 선 선수들, 특히 알렉산드라 포프의 움직임은 유려했다. 또한 그럼에도 ‘지메시’ 지소연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은 남녀를 통틀어 한국 축구대표팀이 국제 경기에서 보여준 가장 탁월한 골이었다. 다시 말해 아쉽되, 납득할 수 있는 패배였고 잘 싸웠다. 하지만 정말 이번 U-20 여자 월드컵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은 우리나라 여자 대표팀이 4강에 오를 만큼 잘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이제야 우리는 여자 축구대표팀이 있다는 것, 20세 이하의 소녀들이 축구라는 필드 위의 전쟁을 위해 청춘을 걸고 있다는 걸 관념이 아닌 생생한 경험으로 알게 됐다. 펠레부터 지단을 거쳐 메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웅들의 이름을 댈 수 있는 남자 축구와 달리 잘해야 미국의 미아 햄 정도만을 언급할 수 있는 이 척박한 필드 위에서 그녀들이 펼친 수준 높은 플레이는 여자 축구라는 세계의 초석을 다지는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여러분(한국팀)의 투혼을 기억하겠습니다’는 회고적인 말투의 응원보다는 독일과 나이지리아의 결승전에 주목하는 것이 ‘지메시’를 비롯한 한국팀을 위해서라도 더 나을 것 같다. 아, 중계 안 해주려나?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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