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 A의 지아, 페이, 민, 수지. (왼쪽부터)
“우와, 이거 먹어도 되는 거예요?” 하지만 대답이 나오기 전 이미 miss A 멤버들의 손은 준비된 과자를 향해 뻗어졌다. 그리고 미리 준비했던, 몸매 관리를 위해 식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그 ‘뻔한’ 질문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초콜릿이 코팅된 과자를 입에 넣는 그들의 첫인상과 함께 바로 폐기됐다. 그리고 머릿속을 스치는 miss A의 노래 한 구절. ‘You don`t know me.’

“가사를 보고 되게 공감했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이해했고, 많은 여성분들이 공감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죠.” (민) 발매와 함께 음반 차트 수위를 차지했다는 그 외형적 성과는 차치하고서라도 miss A의 데뷔곡 ‘Bad Girl Good Girl’은 걸그룹이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는 걸그룹의 곡이라는 면에서 흥미로운 곡이다. 타이트하고 섹시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니 손가락질 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라고 조롱하는 걸그룹이라니. 하지만 miss A라는 그룹이 정말 흥미로운 건, ‘겉으론 Bad Girl 속으론 Good Girl’이라는 가사로도 쉽게 규정짓기 어려울 만큼 전형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뻔하지 않은 걸그룹의 자유로움



데뷔곡 ‘Bad Girl Good Girl’로 이미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 miss A.
“우리끼린 되게 편해요. 저나 언니들이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사람이었으면 막내 수지도 좀 힘들었을 거예요. 한국에선 언니 이런 거 많이 따지잖아요. 저흰 그런 거 하나도 없어서.” 나이로는 서열 3위지만 다른 멤버들의 표현대로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민의 설명처럼, miss A에는 따로 리더가 없다. 그리고 그 수평적 관계를 통해 5년 동안 미국에 있는 JYP USA에서 트레이닝을 했던 민과 전통 무용을 배운 중국인 멤버 페이와 지아, 그리고 소속사에 들어온 지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열일곱 수지처럼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멤버들은 그냥 또래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핑크 머리로 팀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지아는 막내 수지가 입은 파란색 티셔츠를 가리키며 “이런 옷은 입을 수 없다”며 머리색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툴툴대지만, 정작 지아 대신 핑크를 소화해줄 사람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맏언니 페이가 지아의 시선을 외면하며 “지아, 미안해~”라 말하고, 막내 수지는 “지아 언니 되게 잘 어울려요”라고 애교를 부리면 지아는 “에효, 제가 해야죠”라고 말하는 식이다. 긴장도 허세도 없는 이 분위기 속에서 ‘페이 여신’ 페이는 치즈를 넣어 맛있는 라면과 그렇지 않은 라면을 설명할 때 어느 때보다 진지해지고, 과자를 보며 “아, 보고 싶었어”라 혼잣말을 하는 수지의 엉뚱함은 다른 멤버들에 의해 폭로된다.

“라면 CF를 꼭 찍고 싶어요”



‘Bad Girl Good Girl’의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공에도 불구하고 miss A를 현재의 결과물만으로 평가하고 싶지 않은 건 그래서다. 신인으로서 아직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클래시컬한 트레이닝을 받아 기본기가 탄탄한 페이 언니와 몸의 리듬감이 탁월한 지아 언니”를 부러워하는 민과, 반대로 “오랜 시간 미국에서 생활해 프리스타일에 능한 민”이 부럽다는 페이, 그리고 그런 언니들을 보며 “전에는 이렇게 오래 연습해야 하는 줄 몰랐는데 언니들 실력 보니까…”라며 빨리 성장하길 바라는 수지처럼, 그들은 팀과 군무라는 이름 안에 자신 혹은 다른 멤버를 우겨넣길 원하지 않는다. 서로 웃고 떠드는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서로가 가진 개성을 존중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Bad Girl Good Girl’의 성공으로도 앞으로 그들이 어떤 식으로 가능성을 드러낼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예측하기 어려운 걸그룹이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으로 단번에 꼽은 건, 라면 CF. 라면 얘기만 나와도 “아,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민과 수지, 그리고 “라면 CF 찍으면 하루 종일 라면 먹어야 돼서 싫어요. 대신 중국 쌀국수로 하면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어요”라 말하며 역시 신나는 표정을 짓는 지아, 여기에 덧붙여 어제도 자신들은 치즈 라면을 먹었노라 자랑하는 페이를 보노라면 여전히, 이 소녀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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