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 스페인>, 필드 위의 싸움과 위닝일레븐이 다른 이유
, 필드 위의 싸움과 위닝일레븐이 다른 이유" />2010 남아공 월드컵 SBS 새벽 3시 30분
아마 실질적 결승전을, 그리고 현란한 공격 축구를 기대하며 새벽잠을 포기한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경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최종 스코어 1 대 0.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고의 화력을 보여줬던 전차 군단과 비록 조별 리그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전력을 갖춘 무적함대의 대결치고는 초라한 숫자다. 그럼 경기 자체는 아름다웠느냐고 묻는다면 이 역시 쉽게 말하기 어렵다. 지난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중원과 상대팀 페널티 공간까지 장악하며 시원시원한 공격 축구를 보여줬던 독일은 간만에 체격의 우위를 앞세워 순간순간의 세트피스에 의존하는 과거 스타일을 보여줬고, 패싱 게임의 교과서라 할 스페인은 여전한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날카롭게 공간의 균열을 만드는 창조적 패스를 그리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실제 필드 위의 싸움과 위닝일레븐이 다른 것이다. 싸움이라고 했지만 결승전 티켓을 건 단판 승부는 실로 전쟁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지면 끝장인 전투에서 무조건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지휘관은 없다. 하여 유일한 공격무기이자 상대편 손, 아니 발에 들어가면 자신들에 대한 살상무기가 될 공을 최대한 오래 안전하게 차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선수들은 살얼음판을 딛는 기분으로 녹색 잔디밭 위를 뛴다. 재미? 물론 떨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90분이라는 시간제한이 걸린 전투의 치열함이 증명되기도 한다. 월드컵은 분명 축제다. 하지만 축구는 아닐 수도 있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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