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넘버원>, 슬픈 연인들의 전쟁
, 슬픈 연인들의 전쟁" /> 1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죽음 직전에 겨우 살아난 남자 옆에 흐르는 전우의 핏물. 이제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된 떨리는 손. 사랑하는 여인을 불길 속에 두고 떠나는 배신당한 남자의 눈빛. 한 여인을 두고 싸우기 전에 전쟁을 맞게 된 두 남자를 향해 다가오는 ‘바퀴달린 대포’ 탱크. 의 첫 회는 이런 몇 장면들로 요약된다. 은 사연을 설명하거나 상황을 묘사하는 대신, 길지 않은 대사나 순간의 이미지로 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처한 상황을 드러낸다. 주인집 큰 아가씨 수연(김하늘)과 종의 아들인 장우(소지섭)의 사랑은, 어린 시절 상처를 싸매주던 연민 같은 감정에서 훌쩍 세월을 뛰어 넘어 소나기도 식힐 수 없는 뜨거운 열정으로 변한다. 하지만 은 그 감정 변화의 과정을 생략하고 행복했던 찬란한 순간과 고통스런 이별의 순간만 보여준다. 충분한 설명 없이 그 다음 사건이 다가오는 이러한 방식의 이야기 전개는 분명히 불친절한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어 모두를 갈라놓기 전에 장우와 수연, 태호(윤계상) 사이의 멜로 구도가 완성되어야 하는 이 드라마에, 이러한 전개 방법은 꼭 필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너 차례의 마주침 만으로 단순한 사랑의 경쟁자를 넘어선 미묘한 긴장감을 보여준 장우와 태호 사이의 관계는, 의 멜로를 흔한 것으로 남지 않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전쟁이다. 의 전쟁이 단순히 스펙터클한 장면과 멜로의 배경이 될까, 아니면 실은 겨우 60년 밖에 지나지 않아 더욱 뼈아픈, 이 땅에 살았고, 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짜’ 전쟁이 될까. 이에 대한 평가는 조금 미뤄도 좋겠다. 속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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