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은 전쟁 사이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한다. 소지섭-김하늘-윤계상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은 MBC 식의 전쟁의 비장함과 SBS 의 멜로가 배합된 전쟁멜로물이다. 전쟁이라는 역사의 폭풍우를 견디고 피어난 들꽃 같은 이야기에 김하늘은 “향후 10년 안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이 탄탄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고, 소지섭은 “편집한 1회를 미리 봤는데, 그 떨림이 지금까지 안 지워질 정도”라며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상기된 얼굴로 말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서울 상명대 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의 발언을 통해 드라마의 온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했다.의 기획 의도는.
이장수 감독 : 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만들어 졌다. 첫째는 동남아를 넘어선 한류 작품 만들어 보자는 것으로 3년 전에 기획이 됐다. 현재는 멜로 장르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전쟁을 소재로 이를 넘어 보자는 측면에서 만들어졌다. 또 하나는 전쟁이 점점 잊혀가는 세대에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 한국전쟁을 두 남자와 한 여자의 60년간의 사랑이라는 테마로 조명해 보았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그렸다” 주연배우들에게 묻겠다. 각자 소감을 말해 달라.
소지섭 : (웃음) 정말 힘들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대본이 이미 나와 있지만 후반부터 촬영해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나 힘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사고 없이 끝난 게 다행일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 참여 할 수 있는 게 영광이었다. 촬영하는 내내 작품에 대한 내용을 보거나 듣거나 한 게 없어서 대본에 더욱 빠져들어서 했다.
김하늘 : 따뜻한 품을 가지고 있고 희생정신이 투철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의사 김수현 역할을 맡았다. 김수현은 여자로서 나약하고 누군가에게 보호받기 보다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고, 강인한 면을 가진 매력 있는 캐릭터다. 아직도 배역에 빠져 있고, 수현을 놓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윤계상 : 끝나고 나니까 마음 밖에 생각이 안 난다.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이고,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게 영광이다.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힘들었다. 안 다친 것만 해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런 속에서 배역 맡아서 했다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민수 : 6.25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촬영을 했는데, 별로 기억이 안 난다. 힘들고 배고팠고. 그게 정답 아니겠냐. 무조건 굶겨야 되고 촬영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촬영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 우리 가슴 속에서 표현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 김진민 감독, 이장수 감독은 얼굴로 기억되기보다 가슴으로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작품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두 분과 작업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었다. 행복은 우리만이 느껴야 할 특권이다. 나머지는 6월 23일 여러분들이 확인하실 수 있다.
6.25 전쟁은 민감한 소재다. 인민군 부분은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연출했나.
김진민 감독 : 피해가려고 한 것은 없다. 가질 수 있는 정직한 방법으로 묘사했다. 전쟁 때 일어났던 전사를 바탕으로, 치열한 것은 치열한 대로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던 대로 연출했다. 시청자들이 판단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는 없고, 그건 드라마에 선입견을 가지게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그렸다. 개인이 역사 속에서 살아가면서 판단할 부분이다.
전쟁 장면 가운데 다리를 폭파하는 장면은 스턴트를 안 쓰고 윤계상이 자원했다고 들었는데.
윤계상 : 자원한 것은 아니고. 감독님이 시켜서 했다. (웃음) 신태호라는 역할이 변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몸소 체험하지 않으면 그 감정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열심히 했다.
여배우가 전쟁 드라마를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김하늘 : 시대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 감독님을 믿었고, 대본이 20부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향후 10년 안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이 탄탄했고, 시대를 표현한다는 게 배우로서 영광이었다. 김수현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다. 메이크업 같은 건 좀 덜하지만 외면적인 모습보다 수현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 당당해서 매력적이다. 작품을 할까 말까가 아니라 내가 김수현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고민하면서 작품을 선택했던 것 같다.
“영화와 달리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 방송을 하기도 전에 제작을 끝을 냈다. 이런 사전제작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장수 감독 : 기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수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겠지만, 우리가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작품 끝난 게 아니라 컴퓨터 작업 등 후반작업에서 해야 할 부분들이 아직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작업이 끝난 건 아니다. 사전제작은 많은 제작비 들어가고 계절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대본이 먼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다행 중 불행인지 은 많은 제작비를 필요로 했고, 그런 제작비를 만드는 동안 대본을 쓸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소지섭, 윤계상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하늘 :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윤계상 같은 경우는 영화 을 같이 해서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사이여서 현장에서 편안하게 촬영했다. 소지섭과는 첫 촬영이었다. 장우(소지섭)와 수현(김하늘)의 관계는 차근차근히 사랑을 싹 틔워 나가는 드라마가 아니라서, 처음부터 정말 이 사람을 내가 사랑하는 이장우로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그러니까 육체적으로 힘들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의지가 돼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한지훈 작가는 이번 드라마 이 영화 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어떤 방향으로 집필했나.
한지훈 작가 : 애초에 의 기획의도가 전사자 유골 찾지 못한 미망인 다큐멘터리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형제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드라마로 긴 호흡으로 풀어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작업 했을 때와 달리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쟁을 겪어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배우들이 실제 드라마 현장에서 느낀 서로의 매력이 뭔지 궁금하다.
소지섭 : 같이 드라마를 완성시킨 배우들 전부가 매력적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김하늘의 매력은 좀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웃음) 나는 배우가 배우를 평가하는 걸 싫어한다. 굳이 하자면… 배우에게는 뭔가를 줄 수 있는 배우와 튕겨내는 배우 있다. 김하늘은 무엇을 줘도 받을 수 있는 배우였다. 그래서 연기할 때 편했다.
김하늘 : 이렇게 얘기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웃음). 소지섭, 윤계상 모두 현장에서 보고 깜짝 놀란 게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감동을 받았다. 그런 부분이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에서 윤계상의 연기변신이 화제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윤계상 : 언제까지 ‘윤계상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작품에도 재발견이라고 했는데. (웃음) 지금까지는 트렌디 드라마에 장난스러운 역할이었고, 가수였을 때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않아서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은 굉장히 남자답고 여러 가지 심적인 고통을 겪는 캐릭터다. 이런 연기를 처음해서 힘들었다. 이걸 보시면서 눈빛이 달라졌다든지, 남자다워 졌다고 판단해 주시면 고맙겠다.
“정신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았다” 위험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했다. 안전장치가 소홀했나.
소지섭: 안전장치의 문제는 아니다. 공포탄을 쏘지만 조심해서 될 문제는 아니고, 위험한 장면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랬다.
윤계상 :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신이기 때문에 실제로 폭파장면을 만든다. 실제 다이너마이트를 쓰기도 한다. 파편이 흙이라도 따가워서 멍이 들 때가 한두 번도 아니었고, 지섭이 형은 눈에 들어가서 망막이 손상된 적도 있었다.
소지섭 : 크게 다친 건 아니고 파편이 약간 튀었는데, 병원 가서 바로 치료 받았다.
은 휴먼멜로를 지향하고 있다. 전쟁과 멜로 가운데 더 힘든 것은.
소지섭 : 멜로 부분이 더 힘들었다. 전쟁이라는 부분이 스펙터클하고 크기 때문에, 멜로 부분에서 다운이 되지 않도록 멜로도 전쟁처럼 격하게 찍었다.
하이라이트 영상에 보면 두 배우의 베드 신이 굉장히 강렬한데.
김하늘 : 이게 정말 말랑말랑한 멜로가 아니다. 지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어서 정말 급박하고 처절한 상황 속에서 멜로다. 장우와 수현이 정말 만날 수 있을까. 헤어지면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정말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들이 많다.
노출 부담은 없었나.
김하늘 : 조금이라도 살이 보이면 이슈가 된다. 굳이 그렇게 안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중요했던 장면이고, 수현이를 기억하기 위해서 필요했다. 그 부분의 대본을 보면서 엉엉 울었다. 수현이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시청자들이 그런 사진만 보고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소지섭 : 정말 다 힘들었다. 절벽에 올라가는 신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50m 정도 된다. 웬만하면 겁이 없는데 꼭대기에 매달려 있을 때 정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윤계상 : 탱크가 남한으로 넘어오는 신이 있었다. 그곳을 사수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다리에 와이어 줄을 매달고 5시간 정도 있었는데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몸도 힘들었고 신태호가 고통을 가지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들지 않았나 싶다.
김하늘 : 예고편에 나온 것처럼 극한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경험하고 살아남기 위해 눈밭에서 흙을 먹으려는 게 첫 촬영이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아, 이 장면보다 힘든 장면은 없겠구나’ 했는데, 그 다음 촬영도 더 힘들고 매 촬영이 너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너무나 극한 상황이 많아서, 우는 게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았다.
“은 전쟁처럼 촬영했다” 각본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나.
소지섭 : 처음 들어왔을 때는 걱정을 먼저 했다.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제대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대본을 읽어보니 전체적인 스토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한 단계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번에 하면 조금은 더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했다. 끝내고 편집한 1부를 봤는데, 그 가슴 떨림이 지금까지 안 지워지고 있다. 시청자 분들도 같이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한류를 겨냥하고 있는데, 성공할 것 같나.
소지섭 : 한류라는 단어를 안 좋아한다. 한쪽으로 흐르는 기류라고 생각해서 우리 것만 주고, 받지는 않는 거 같아서다. 우리나라만 한류 스타, 월드 스타라는 단어를 쓰는 거 같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을 통한 전우애와 사랑은 공감하는 사안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 실 것 같다.
윤계상 :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 있는 거 같다.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사랑 같은. 그런 게 있기 때문에 외국 팬들도 꿈을 꾸는 거 같다. 저런 사랑을 해봤으면 하고. 6.25의 아픔을 담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 시장에서도 사랑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홍보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 위해서 헬스를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소지섭 : 연기 생활하고 운동 안한 적은 처음이었다. 1950년대, 옷을 벗었을 때 당시에는 몸짱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될 수 있으면 운동 안하고 내추럴 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에게 드라마가 주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본인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 느낀 것은.
윤계상 : 6.25 세대가 아니라서 실감을 못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교육 받았던 것만 보고 고통스럽고 아팠겠구나 생각했다. 6개월 넘게 하다 보니,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껴 본 거 같다. 정말 은 전쟁처럼 촬영했다. 그리고 한 민족 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게 고스란히 담겨졌다. 이게 처럼 현장감이 투철한 게 아니라, 한민족 간의 싸움이기 때문에 더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하고 말이 통하는 전쟁이다. 똑같은 한국말을 하고. 그런 아픔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김하늘 :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전쟁을 겪었고, 피난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이야기들로 드라마 안에서 연기 하면서 조금은 직접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그렇게만 전달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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