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종일 그대 생각뿐입니다. 그래도 그리운 날은 꿈에서 보입니다.” 보랏빛 조명으로 물든 무대에 이소라의 목소리가 꿈꾸듯 나직이 울려 퍼지는 순간, 객석은 숨죽인 채 정적으로 빠져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지그시 감은 눈가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늘 그랬다. 주위의 숨소리까지 빨아들이는 듯한 놀라운 집중력이 관객에게까지 전염되는 까닭이다. 수줍게 말을 건네는 것 같은 노래에 집중하는 동안 그녀가 직접 쓴 노랫말 하나하나는 바로 듣는 이의 이야기가 된다. 때론 설레고 자주 서럽지만 대부분은 위로받는다. 이소라의 무대에선 늘 그런 일이 일어났다. 무척 오랜만에 공중파에 컴백한 어제도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끝마친 ‘세 번째 봄’ 콘서트를 고스란히 압축한 공연은 아직 그 여운을 떨치지 못한 팬들에겐 또 한 번의 설렘을, 그리고 안방의 시청자들에게는 그 소극장 무대의 교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콘서트에서처럼 6집 수록곡 ‘봄’으로 공연을 시작한 이소라가 최근작 7집 곡들과 ‘바람이 분다’, ‘제발’, ‘청혼’ 과 같은 기존의 히트곡들을 들려주는 동안 60분이 꿈처럼 흘러갔다. 콘서트에서보다 더 가까워진, “대여섯 걸음 떨어진” 객석과의 거리가 어색하지 않게 말을 이끌어가는 편안한 진행 솜씨도 KBS 에 대한 향수를 더 진하게 했다. 공중파 방송 한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무대로 채울 수 있는 뮤지션이 얼마나 될까. 새삼 그녀의 존재감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난 행복해’ 이후 히트곡이 없다”는 자학개그도 좋으니 관객들과 음악 하나로 진정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그녀의 무대를 자주 보고 싶다. 하지만 그녀의 다음 무대는 아직 기약이 없는 상태다. ‘네 번째 봄’은 아직 멀기만 한데.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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