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가슴 뛰는 엔터테인먼트도 없다
이보다 더 가슴 뛰는 엔터테인먼트도 없다
일동, 묵념! 어쩐지 지난 주말 월드컵 시청을 위해 희생당한 수많은 닭들을 위해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 같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스포츠 시청에는 역시 바삭-한 치킨과 시원-한 맥주라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보슬비 내리던 토요일 저녁.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국 통닭집 전화가 불통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축구에 대한 상식이라면 ‘내일은 10관왕’의 ‘그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포츠 무뇌아이자, 국가대항 경기라 해도 늘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월드컵만큼은 빼놓지 않고 보게 됩니다. 고래도 오버헤드킥하게 만드는 이 전 세계적인 축제는 단순히 나라와 나라 간의 피튀기는 전장이 아니라,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모여 사는 사람들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만나는 벅찬 포옹의 장입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월드컵, 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조건반사처럼 떠오르는 얼굴. 이 땅에 사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어쩌면 조금은 행복하다고 자족하던 그 시절. 2002년 6월의 우리는 어쩌면 다시 못 올 짜릿한 시간을 공짜로 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세대가 피와 눈물로 부어놓은 적금의 혜택을 따박따박 받아먹고 살았던 철부지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그 짧은 행복의 이자를 지난 8년간 꼬박꼬박 힘들게 갚아오긴 했지만요.

이제는 우리는 더 이상 행복을 거저 누릴 만큼 뻔뻔하지도, 무지하지도 않습니다. 행동 없이는 어떤 혜택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다시 붉은 구장에 모인 당신들. 부부젤라 소리보다 더 큰 함성으로 이 시간을 즐기세요. 이기면 좋지만 져도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여름 밤 ‘치맥’을 즐길 수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오락과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로운 것을요.

글. 백은하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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