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이루어진 사랑과 우정의 약속. 6월 23일부터 방영 예정인 MBC 의 메인 카피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격동을 다루지만 결국 이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루는 건, 그 혼란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장우(소지섭), 수연(김하늘), 태호(윤계상), 세 젊은이다. 호화 캐스팅이라는 외형적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이들 세 배우에게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게 되는 건 그래서다. 과연 그들은 스타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이 아닌 전쟁 앞에 놓인 평범한 젊은이 장우, 수연, 태호가 될 수 있을까. 충북 보은군의 촬영 현장에서 진행한 매체 공동 인터뷰에서 이들에게 드라마 속 캐릭터로 살아온 지난 5개월여의 시간에 대해 들어보았다.남자 배우들은 얼굴이 많이 탄 게, 고생한 티가 난다. 거칠어 보이기도 하고.
소지섭 : 타기도 많이 탔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했다. 몸 좋은 이미지를 버리려고 근육도 빼서 다른 작품 할 때보다 3㎏ 정도 빠졌다.
윤계상 : 극 중 엘리트 장교로 나오지만 내가 실패해야 장우가 치고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중대원 중에서 수류탄을 가장 많이 맞았던 거 같다. 자빠지는 장면도 많고. 내 손도 많이 거칠어졌는데 그런 만큼 신이 잘 나올 거 같다.
“이렇게 재밌고 감동적인 대본은 처음” 위험할 수도 있겠다.
윤계상 : 위험한 신은 계속 있는데 감독님께서 ‘간지’난다고 해서 열심히 찍고 있다. (웃음) 매 신 찍을 때마다 힘들긴 했지만 감독님께서 잘 찍어주시니까 한 치의 걱정도 없다.
두 사람만큼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더라도 비주얼의 장식을 거두고 연기하는 게 여자 배우로서 쉽진 않았을 거 같다.
김하늘 : 그게 부담스러운 적은 없다. 배우로서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만나 그걸 표현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지. 수연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그 외적인 부분을 신경 안 쓰는 건 아니지만, 감독님이 내가 예쁘게 보이면 보일수록 우리 작품이 망한다고 하시더라. (웃음)
상당히 힘든 작품인데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윤계상 : 처음 대본 받았을 때 1부부터 20부까지 정말 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읽었다. 정말 재밌었고 이걸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면 보는 사람에게 뭔가 남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캐릭터보다는 드라마 자체가 너무 좋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
김하늘 : 내가 영화, 드라마 다 해서 약 20편 정도를 찍었는데 이렇게 재밌고 감동적인 대본은 처음이었다. 사실 내가 연기하는 수연의 분량을 보면 과거에 했던 작품에 비해 비중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수연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전에 연기한 캐릭터는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내 어머니 같고 고향 같은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부딪쳤다.
소지섭 : 우선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고생 많이 하는 작품만 고른다고 하는데 양복 입고 멋을 내는 그런 건 재미가 없다. 몸으로 움직이는 작품이 재밌더라. 아마 다음 작품도 그런 게 되지 않을까.
결국 작품이 좋기 때문에 하게 됐다는 건데 이미 80퍼센트 이상 찍은 상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는 어떤 건가.
소지섭 : 어떤 장면이 기억난다기보다는 모든 장면이 다 기억난다. 어떤 포인트를 잡아 ‘여기를 봐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줬으면 좋겠다.
김하늘 : 나도 마찬가지다. 앞서 다른 작품에 비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장면마다 다 강하게 나온다. 드라마를 촬영하면 보통 편집이 있는데 내가 나오는 부분은 거의 편집 안 당할 거다. 강할 뿐 아니라 꼭 있어야 하는 장면이니까.
윤계상 : 솔직히 나는 어떤 것도 기억에 안 남는다. 전쟁 신 찍을 때는 정말 전쟁처럼 저기를 가야 한다는 생각, 적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찍었고, 장우를 볼 땐 장우를 봐야 한다는 것만 떠올렸다.
“멜로를 정말 전투처럼 촬영했다” 김하늘이 말한 강한 장면이라는 건 어떤 건가.
김하늘 : 멜로인데 이렇게 액션처럼 멜로를 찍어본 적이 없다. 멜로 장면을 찍고 나면 온몸에 멍이 들었다. 그만큼 격렬하게 에너지 넘치게 찍었다.
소지섭 : 멜로를 정말 전투처럼 촬영했다. 아마 여태 볼 수 없었던 걸 볼 수 있을 거다. 나도 찍으면서 놀랐다.
김하늘 : 심의에 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웃음)
영화나 드라마 안에서 노출을 잘 안 하던 배우 중 하나인데 쉽지 않은 촬영이었겠다. 그걸 가능하게 했던 건 무엇인가.
김하늘 : 첫 번째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었고 그 다음은 앞서 말한 것처럼 상황이 억지스럽지 않고 꼭 있어야 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어떤 장면을 보고 ‘왜 노출을 했지?’라는 생각이 드는 노출은 옳지 않다고 보지만 우리 드라마에서는 다 이해가 된다.
소지섭 : 드라마로 보면 야하기보다는 아름다울 거다.
두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인 만큼 남자 배우들과 친해야 할 거 같은데 소지섭과는 과거 스톰 모델이었고, 윤계상과는 영화 을 찍었다.
김하늘 : 윤계상 씨와는 영화를 통해 오랜 시간 알고 지내는 관계라 친하게 지냈다. 현장에서 말장난도 많이 걸고 놀리기도 많이 놀린다. 가끔 화를 돋우기도 하고. (웃음) 그래서 편하게 촬영했다. 소지섭 씨와는 1997년 이후 처음 만난 거다. 사실 그 때는 둘 다 데뷔 초라 너무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대화도 별로 못했다.
소지섭 : 만난 것도 두세 번 정도였다.
김하늘 :그런데 우리 드라마 안에서는 처음부터 깊게 사랑하는 관계라 빨리 호흡이 맞아야 했다. 그래서 노력을 많이 했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혹 카메라 바깥에서 빨리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진 않았나. 가령 술을 마신다거나.
소지섭 : 술을 마신 적은 없다. 월요일에 촬영장에 나오면 토요일에 집에 가는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김하늘 : 그냥 애정 신을 찍으며 많이 친해졌다.
소지섭 : 오늘 기사 타이틀 많이 나오겠는데? (웃음)
사진제공. MBC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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