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뮤지컬 (thrill me)는 두 남자 사이의 비틀린 애정과 권력을 그린 작품이다. 1924년 실제 시카고에서 일어난 어린이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두 남자의 묘한 심리를 다룬 이 작품은 매회 관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특히, 2007년 초연의 류정한은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김무열, 최재웅, 김우형, 이창용, 정상윤 등은 이 작품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 가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 2010년 에는 초연을 함께 한 김무열과 최재웅이 돌아오고, 2009년 ‘그’를 연기했던 김하늘이 ‘나’로 관객을 찾는다. 이 외에도 최지호, 지창욱과 뮤지컬배우 김재범, 조강현, 최수형이 함께한다. 5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6개월 동안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계속되는 를 향한 갈증은 아래의 인터뷰가 얼마간 채워줄 것이다. 또 한 가지, 여덟 배우의 더욱 자세한 모습이 궁금한 독자라면 5월 14일 ‘GOGO 10’을 주목하길 바란다.김무열과 최재웅은 2007년 초연에 이어 다시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오래간만에 작품을 접하니 어떤가.
김무열 :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님 다음으로 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나다. (웃음) 이번엔 많은 팀과 연습을 하다 보니 힘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2009년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에 참여했는데, 세 번째 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사실 다시 작품을 하게 되면 익숙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스스로도 낯설었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최재웅 : 나 역시 오래간만에 를 하게 돼서 설렌다. 힘들었던 기억들은 지금 생각해보니 다 즐거운 것 같다.
“무대는 시공간을 같이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3년 만에 조우한 김무열과 최재웅, 세월의 변화를 느끼나.
최재웅 : 김무열이라는 배우는 2005년 을 하면서 처음 알았다. 그 이후 2007년에 와 를 같이 했는데, 올해 다시 만나니 그가 많이 유해졌구나 싶다. 예전에는 연습과정에서 인물을 만들어갈때의 느낌이 굉장히 직선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폭이 많이 넓어졌다. 특히 내가 어떤 액션을 했을 때 보여주는 리액션이 굉장히 유들유들해졌다. 능구렁이가 된 느낌이라 좀 놀랬다. (웃음) 기본적으로는 너무 호흡이 좋은 배우라서 굉장히 편하고, 서로 굳이 어떤 약속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정도다.
김무열 : 예전에 를 같이 하면서 정말 욕을 많이 얻어먹었었다. (웃음) 옛날에 최재웅이라는 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잘 몰랐던 것들을 내가 이제야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알겠다 싶다. 보면 볼수록 날카롭고 기민한 배우가 됐구나, 하는 걸 느낀다. 그렇지만 형 역시도 유들유들하고 능구렁이 같은 게 생겨서, 연습을 할 때 상당히 편하게 했다. 내가 순간 느껴지는 행동을 하면 신날 정도로 잘 받아주셔서 그동안 믿고 있던 좋은 배우, 선배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했다. 아름답네요. (웃음)
앞서 언급했듯, 김무열의 경우 2009년을 제외하고 에 참여해왔다. 김무열에게 는 어떤 의미인가.
김무열 : 는 배우로서 성장에 큰 발판이 되었다. 나는 현재 내가 하는 공연이 제일 소중한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계속 남아 있는 작품이었다. 작년엔 을 하고 있었는데, 종종 가 생각났다.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그 곳에 와있는 기분이랄까.
최근 무대 외에도 드라마, 영화 등에 도전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무대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무열 : 무대는 시간과 공간을 같이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는 신과 신 사이를 100% 피아노 선율이 연결시켜준다. 그로 인해 관객들이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관객의 몰입도가 배우들에게 온 몸으로 전달이 된다. 이 작품은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극 전체 피아노의 완주가 끝났을 때 탁 하고 풀리는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이번엔 무대 위에 객석이 올라와 있는데, 배우들의 움직임 때문에 관객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거리가 많이 줄었다. 그런 부분들이 무대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김무열이 전투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패션모델로 무대에 섰을 때와 배우로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최지호 : 와 로 무대에 서보니 뮤지컬 무대는 패션쇼 무대와는 많이 달랐다. 무대라는 공간과 뭔가를 표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하지만, 긴 시간을 무대에서 떠나지 않고 표현해낸다는 것이 앞으로 배우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와 같은 대극장 공연을 했던 최수형은 소극장 무대에 서보니 어떤가.
최수형 : 관객이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 많이 놀랐다. (웃음) 그 앞에서 연기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겨내야 하고, 를 통해 이겨낼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
조강현 :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가장 어려웠다. 는 2인극이기 때문에 나 혼자 한다고 되는 작품이 아니다.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게 가장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김)재범이 형이 잘 하시니까 나는 묻어가는 셈이다. (웃음)
김재범의 경우 뮤지컬 의 로맨틱가이, 연극 의 변태 성욕자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은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김재범 : 나는 로맨틱가이도 변태 성욕자도 아닌 것 같다. (웃음)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이다. 는 우선 초연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연습을 하면서 ‘그’를 많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2009년 에서 김하늘은 ‘그’로 공연을 했는데, 올해는 ‘나’를 맡았다. 형들의 연기에 영향을 받진 않았나.
김하늘 : 연습실에서 계속 같이 생활을 했고, 늘 형님들 연기를 보고 형들도 내 연기를 봐주셔서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형님들 덕에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로 공연한다는 것을 떠나서 좋은 선배들에게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겐 너무 좋은 기회인 것 같다. 형님들 덕분에 나를 더 채찍질 할 수 있었다. 냉철하게 나를 바라보고 그만큼 나에게 많은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등장하는 배우가 여덟 명이나 된다. 현재 공개된 페어만 해도 4팀인데, 각자 페어별 매력을 소개해 달라.
김하늘 : 우리 페어(김하늘-지창욱)의 장점은 형님들보다…형님들보다…형님들보다… 경력도 없고 아는 게 많이 없어서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페어인 것 같다. (웃음)
최재웅 : 우리 팀(최재웅-김무열)의 장점은 김무열이 있다는 것. (웃음) 농담이 아니라 김무열이라는 배우가 우리 팀의 전투력을 50% 이상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내세울 건 한번 해봤던 사람들이라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다시 연습을 해보니까 3팀 모두 다 다른, 우리에게 없는 매력이 있어서 우리도 회의를 했다. 김하늘-지창욱 페어가 나이가 가장 어린데 (지)창욱이네 어린 걸 흉내 낼 순 없고, (최)지호나 (최)수형이네의 저 남성성을 따라갈 수도 없을 것 같고. (웃음) 그나마 비슷한 게 (김)재범이랑 (조)강현인 것 같다. 앞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저 팀 보다 약간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조강현 : 우리(김재범-조강현)는 무난한 게 장점이지 않을까. 열심히 대본보고 분석한 것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최수형 : 우리(최수형-최지호)는 장점이 별로 없는데… 굳이 꼽자면 4팀 중에 평균 신장이 가장 높은 것? (웃음) 등치도 제일 좋아서 무대가 꽉 찰 것 같다.
이종석 연출 : EBS식으로 총정리를 하자면, 김하늘-지창욱 두 배우는 현재 가장 젊다. 그래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들이 솔직하다. 많은 꾸밈없이 그들이 가진 걸 그대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최재웅-김무열의 경우엔 오랜시간 동안 작품을 보아온 배우들이라 그동안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 공연에서 많이 시도 중이다. 그래서 내가 배울 때가 많다. 김재범-조강현 페어는 내 생각과 가장 비슷한 인물을 같이 잘 만들어냈고, 최수형-최지호 역시 김하늘-지창욱 페어와 같이 깨끗하고 건강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특별한 것을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자기 몸에 맞는 걸 잘 이끌어내고 있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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