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프라임>, 타인의 삶을 말할 때
, 타인의 삶을 말할 때" /> ‘챠강티메-흰 낙타 이야기’ 수-목 EBS 밤 9시 50분
고비.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의 몽골어. 고비 사막에서 사는 유목민, 그리고 그들이 기르는 가축의 관계를 담은 ‘챠강티메-흰 낙타 이야기’(이하 ‘챠강티메’) 속 자연은 그래서 삭막하다. 몽골야생당나귀는 튼튼한 발굽으로 땅을 파 겨우 물을 마실 수 있고, 그나마도 종종 낙타 무리에 뺏긴다. 하여 이런 내레이션이 흐른다. 사막에서는 부족한 것이 귀한 것이라고. 자원은 한정됐고, 살고 싶어 하는 생명은 많다. 약육강식, 혹은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남을 것 같은 사막. 하지만 그 다음 내레이션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정말 귀한 건 나눈다”고. 펌프를 이용해 지하수를 퍼 올리던 유목민은 목마른 가축을 위해 그 자리에 물을 남겨두고 간다. 손으로 떠서 더러워진 물은 뒷사람이 마실 수 없기에 반드시 그릇으로 물을 뜨는 몽골의 전통에서 알 수 있듯, 풍족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함께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챠강티메’는 “반복은 지루한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라며 그렇게 몽골 유목민들의 오랜 전통과 마음가짐을 사막에서 인간답게 사는 지혜로서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그 조곤조곤한 대본은, 양을 잡는 장면에서 “내가 너를 죽이는 게 아니라 네가 나를 살리는 것”이라 할 때처럼 간혹 서정적 과잉을 드러내지만, 또한 “유목민은 장소가 아닌 계절의 영지로 기억”한다는 표현처럼 종종 핵심을 찌른다. 물론 이것 역시 일종의 필터링이다. 때문에 온전히, 아무런 왜곡 없는 그들의 삶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프레임 없이 타자를 순수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건 환상이다. 중요한 건 관점의 선택이다. ‘챠강티메’는 지친 할아버지가 유목 생활을 떠나 읍내에 정착하는 과정을 굳이 부정적으로 해석하진 않는다. 그의 선택을 존중하되, 깊은 주름에 밴 쓸쓸함을 응시하며 “낙타를 돌보지 못할 만큼 늙었”노라 여전히 차분한 말투로 전할 뿐이다. 어쩌면 이 조심스러운 존중이야말로 타자의 삶을 말할 때 허락된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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