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어린 나이에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안일한 골목보다 분투하다 쓰러지자는 심정으로 일했다. 한국에서 가장 멋진 남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모델로 일등을 했고, 배우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40대에 접어들었다. 그는 이제 무엇을 향해 살아갈 것인가.

차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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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차승원에게 모델 교육을 시킨 모델 교육자. 고등학생이던 차승원을 보고 “머리 뒤로 아우라가 크게 보였다”고 할 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차승원은 “그냥” 모델 일을 했다. 그러나 ‘그냥’ 일을 하는 사이 아내와 아들이 생겼고, IMF로 모델 일은 줄어들었다. 가족과 함께 반 지하 단칸방에 살기도 했다. 그 때 만난 매니저가 그에게 방송 일을 제안했다.

이승연: 차승원은 이승연이 진행한 SBS 에 이어 후속 프로그램인 에서도 보조 MC로 남았다. 그만큼 예능감이 좋았다. 토크쇼에서 여러 명의 게스트가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이야기하던 2부 시간에 출연하던 그는 멋진 옷을 입고 모델임을 강조하는 대신 편한 옷을 입고 남녀의 애정 문제나 인생사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했다. 당연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차승원은 역시 “그냥” 배우 생활을 시작한다.

고소영: 그냥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지만, 차승원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은 좁았다. 고소영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에서는 고소영을 좋아하는 멋진 경영자였고, 영화 에서는 바람둥이 귀신이었다. “모델 출신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이 엄청났”던 당시 모델 출신이자 예능으로 유명해진 차승원에게 들어오는 캐릭터는 한정적이었다. 스스로 “그 당시의 이슈가 될 만한 남자들을 끌어다가 잘못된 용도로 쓰고는 얘는 별로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그 중에 하나였다. 소모품이 돼버린 많은 사람들의 전철”을 밟았다고 한 시절. 이 때문인지 차승원은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빅뱅의 멤버 탑에 대해 “나도 다른 직종에서 옮겨 오면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이 친구한테는 동떨어진 느낌을 받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송능한: 차승원이 “나하고 가까운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한 대학 강사를 연기한 영화 의 감독. 차승원은 모델이라는 편견을 깨려고 자신의 모습을 망가뜨리는 코미디 영화와 진지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에서 훤칠한 외모로 온갖 세속적인 욕망을 쏟아내는 대학강사를 연기하며 그가 얼마든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상진: 차승원 주연의 영화 , , 의 감독. 세 편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차승원은 영화계의 톱스타가 됐다. 에서 ‘모델 기럭지’에 추리닝을 껄렁하게 입고 돌아다니는 차승원은 한국 영화계에서 없던 유형의 코미디 배우였다. 하지만 는 과 비슷해 보였고, 는 차승원의 원맨쇼에 가까운 코믹 연기만 부각됐다. 차승원은 “일부러라도 모델 이미지로 나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코미디를 했지만, 연속적인 코미디 영화 출연은 “자연을 가장한 부자연의 연속”인 상태로 코미디 연기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한 인물의 이야기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당시 차승원의 모든 감정연기를 시험한 듯 했던 영화 는 그의 연기력에 더 이상 의문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와 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고, 차승원은 “영화 안에서 위트를 주는 거라면 몰라도 장르 자체가 코미디인 작품은 안 하려”하기 시작했다.

안판석: 차승원이 “내 필모그래프에 있다는 게 너무 흐뭇”하다고 한 의 감독. 영화계에서 인정받은 차승원은 연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한다. 촬영 당시에는 안판석 감독의 숙소에 “능구렁이처럼 찾아들어” 연기에 대해 토론했고, KBS 촬영 당시에도 새벽에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차승원은 자신의 연기를 “순차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했고, 작품의 캐릭터도 바뀌기 시작했다.

유해진: MBC 의 ‘차승원의 헬스클럽’에 함께 출연한 배우. ‘차승원의 헬스클럽’은 개봉 전 그가 아이디어를 내 8주간 방영됐다. “남자배우들은 턱선의 각 하나만으로도 연기 이상의 표정이 나오기 때문”에 몸 관리에 철저하게 신경쓴다는 차승원이 트레이너가 된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재물욕보다 명예욕이 많”고, “아닌 것에 대해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하는 절실함과 방향성이 희미해지면 끝장”이라는 그는 홍보활동도 “될 만한 것에는 목을 매서” 했고, 그래서 “나는 지금 100% 올인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다 이루지 못했는가라는 오기와 근성“이 있다고 자신한다. 웃기되 열심히, 프로페셔널로서 웃긴다. 일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해질수록 더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는 만큼 바라는 것을 관철시키려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차승원에게 “되게 긴장감이 있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장진: 영화 , 에서 차승원과 함께한 감독. 영화 와 에서 그는 모두 사건을 조사하는 역할이었고, 자신의 의지와 신념이 꺾이는 순간을 경험한다. 주변 사람들이 긴장감을 느낄 정도로 강한 그의 의지는 스크린에도 그대로 드러났고, 두 편의 영화는 그가 내뿜는 긴장감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 그의 긴장감을 영화 전체에 퍼지도록 만들어 끝까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갑갑함을 증폭시켰다면, 는 그의 긴장감에 리듬을 넣어 유머와 진지함을 절묘하게 오갔다. 그리고 그가 “나를 버리려고” 했던 의 대중적인 실패 는 “내가 지운다고 지워지지 않으니 내가 잘 하는 걸 하는 게 가장 편하”다고 생각토록 했다. 여전히 그는 코미디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점점 송곳니 같은 본성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한석규: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모델 차승원에서 배우 차승원으로 건너는 중간다리에 코미디 영화가 있었”다던 차승원은 의도적으로 “인위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 했고, 편안함 대신 긴장감을 택했다. 는 그가 “그 때까지 출연작 중 가장 잘생기게 나오는 영화”라고 할 만큼 자신의 비주얼을 적극적으로 드러냈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의 인민군 장교든, 의 검객이든, 그는 영화 안에서 강렬한 ‘포스’를 뿜어냈고, 주변의 공기에 서스펜스를 불어넣을 만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쟁영화에서도 등장과 함께 누아르의 기운을 불어넣는 남자. 잘생긴데 잘 망가지던 배우는 어느 순간부터 ‘차간지’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김선아: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차승원은 자신의 비주얼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스크린 속에서 점점 멋있어졌다. 그러나 그는 그만큼 다른 사람과 섞이기 어려워 보일만큼 압도적인 기운을 뿜었다. 은 그 기운이 난세에 자신의 뜻을 펼치려는 영화 속 배역과 잘 어울렸지만, 에서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형사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았다. 갈수록 멋있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 연기 폭은 좁아졌다. 에서도 그는 독선에 가까울 만큼 자기 주관이 강하고, 대중 앞에서 카리스마적인 연설을 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김선아와의 멜로가 섞이면서 그의 연기에는 리듬이 생겼고, 그는 코미디를 위한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고도 리듬과 상황만으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자와 박쥐의 얼굴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고 싶다던 그에게 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는 방법에 대한 해법이었다.

공효진: MBC 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스스로 “사람들에게 푸근하게 다가갈 소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던 차승원은 에서 독선적이고 까칠한 톱스타 독고진을 연기한다. 그는 독고진을 연기하며 과거처럼 자신의 비주얼을 지우기 위해 코믹 연기에만 몰두하지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긴장감을 풍기지도 않는다. 그는 언제나 멋있는 톱스타지만 상황에 따라 촐싹 맞은 행동을 하기도 하고, 동시에 고기 한 점을 먹으면서도 상대방을 압박할 만큼의 위압감을 가졌다. “너그럽게 살며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50대”가 되고 싶다던 그는 자신의 외모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그것들로부터 자신을 놓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차승원은 지금 연기를 “좋아서” 하고 있다.

Who is next
MBC ‘차승원의 헬스클럽’에 함께 출연한 정형돈과 MBC 에 나오는 박명수가 출연 중인 MBC 의 ‘나는 가수다’ 박정현

10 Line list
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심형래정우성하정우진중권박신양배용준임성한 작가MC몽나탈리 포트만김희애이소라염정아김건모유세윤양준혁임재범이지아 – 차승원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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