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마이클 잭슨은 ‘We Are The World’의 완성도를 위해 이례적으로 한국 뮤지션인 UV를 코러스로 세웠다. 아이유와 구하라가 UV의 제자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수제자로 인정받은 건 빅뱅뿐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Mnet < UV 신드롬 비긴즈 >는 UV에 대한 일종의 복음이다. 어느 날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비디오를 UCC처럼 인터넷에 올리며 시스템 바깥에서 농담처럼 등장했던 이들은 이 엄청난 허구의 스토리를 통해 대중음악계의 메인스트림을 말 그대로 가지고 논다. 부담 없이 낄낄 거리며 볼 수 있는, 하지만 웃는 사이 방송과 음악계의 엄숙주의에 균열을 일으키는 < UV 신드롬 비긴즈 >는 UV 퍼포먼스의 지형도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Mnet < UV 신드롬 비긴즈 >를 통해 UV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즌 1보다 훨씬 이야기의 스케일도 커졌다. 이젠 게르만족의 이동 얘기까지 나온다. (웃음)
유세윤 : 기 소보르망 박사 너무 웃기지 않나? (웃음) 우리 프로그램의 메인이다.
뮤지 : 눈빛도 장난 아니지. (웃음)
“< UV 신드롬 비긴즈 > 회의실 웃음소리가 방 두 개를 건너서까지 들린다” 시즌 1도 그렇고 UV라는 팀을 제대로 이해하기에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같다.
유세윤 : Mnet 소속이자 친구인 ‘유치콕’ 유일한 감독이 처음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비디오를 찍어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지. 그냥 재밌는 거 하는데 연출 해봐라, 해서 만들고 인터넷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 (유)일한이가 Mnet에서 너희를 통해 방송을 하고 싶은 의견이 나왔다고 제의를 했다. 처음에 우리끼리 약속한 건, 절대 UV로 방송하지 말자는 거였는데, 일한이에게는 네가 하는 거면 하겠다고 했다. 비록 메인은 박준수 PD였지만 박준수 PD 역시 우리와 감이 맞아서 기획을 같이 했다. 처음에는 처럼 < UV TV > 같은 거, 몰래 카메라인데 다 보이는데 설치하는 그런 콘셉트를 생각했다가 지금 같은 페이크다큐로 음악의 신, UV의 삶을 담아보자고 했다.
처음에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건, 어떤 의미의 다짐이었나.
뮤지 : 어떤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발을 벗고 있다가 사람들이 몰리면 가발을 쓰는 그런 설정을 제의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웃기려는 이유로만 가발을 쓰는 게 아니다. 처음에 방송을 안 한다고 했던 것도 그래서다. 우리 콘셉트를 이해해주고 공유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지. 그런데 그렇지 못할 게 불 보듯 뻔해서 안 했던 건데, 지금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보고 싶어 하니까 고집만 부릴 게 아니라 되도록 안 다치는 선 안에서 음악 활동을 고려하고 있는 거다. 좋은 취미로 사랑을 받은 만큼, 좋은 취지의 공연 같은 건 만나보고 얘기하고 있다.
유세윤 : 요즘은 음악 프로그램, 는 아니더라도 라이브를 할 수 있는 무대에 나갈까 생각 중인데 가발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도 고민이다.
뮤지 : 진짜 고민이다. 그건 변신인데, 변신한 채로 있기가 ‘뻘쭘’하니까.
유세윤 : 가발 벗고 나가면 음악 한다고 내세우는 것 같고, 가발 쓰자니 너무 웃기려는 것 같고. 선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뮤지 : 차라리 다른 가발을 쓸까?
유세윤 : 너바나 가발?
결국 그 선을 잡을 무대가 필요한 건데, 새 시즌인 < UV 신드롬 비긴즈 > 역시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나온 건가.
유세윤 : 회의를 많이 했는데, 내가 ‘비긴즈’를 하고 싶다고 했다. Mnet에서 을 했었는데, 도 그렇고 ‘비긴즈’는 좀 거창하지 않나. 아무 것도 아닌데 거창하게 하면 웃길 거 같았다. 다만 너무 뻥을 치면 재미 없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박준수 PD가 연출을 잘해주고 있다. 이번 시즌에선 빠진 ‘유치콕’에게는 미안하지만 ‘시즌 1보다 재밌는데?’ 이런다.
시즌 1을 통한 믿음이 있기에 먼저 제안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유세윤 : 공중파에서 좀 빤하게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사람 중에도 끼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시스템의 꼭대기에 어르신이 있다 보니 그들 역시 시스템에 맞춰가게 된다. Mnet은 젊은 채널인 게, 너희들의 끼를 발산하라고 한다. < UV 신드롬 >에선 작가들이고 PD도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사실 시즌 1은 ‘유치콕’ 때문에 시작했던 건데, 얘가 빠지니까 박준수 PD가 작가들을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멤버들로 시즌 2의 팀을 짜줬다. 얘기 들어보니 < UV 신드롬 비긴즈 > 팀 회의실 웃음소리는 방 두 개를 건너서까지 들린다고, 뭐 그리 행복하냐고 하더라. 그게 내가 원하는 거다. 우리가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Mnet의 구성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채널을 보기 좋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시청률 걱정은 가 하라고 하고. (웃음)
뮤지 : 우리는 시청률보다는 ‘어제 그거 봤느냐’는 식으로 입소문을 타는 것 같다.
“뭘 하는지 모를 때가 뭘 하기 제일 좋더라” 말하자면 UV가 만든 놀이의 룰 안에서 함께 노는 멤버들이 늘어난 건데, 그런 확장이란 측면에서 유세윤과 유일한 감독이 직접 연출한 산이의 ‘Love Sick’ 뮤직비디오는 흥미로웠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도 그렇지만 노래방 콘셉트로 가사를 바로 보여주는 방법 같은 건, 다른 뮤직비디오 감독들이 생각만 하다 미처 실현하지 못할 장면들이다.
유세윤 : 나는 ‘내가 하는 건데, 뭐’ 이런 게 있으니까. (웃음) 나는 모든 종류의 강압이 싫은 게, 개그맨이면 웃겨야 하는데 그런 강박을 느끼면 못 웃긴다. 음악인이면 음악으로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면 음악이 안 나오고, 뮤직비디오 감독이 뭘 보여주려 하면 그 역시 잘 안 된다. 어떤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 같은데, 뭘 하는지 모를 때가 뭘 하기 제일 좋더라. 부담이 없지 않나. 그건 내 분야가 아니야.
그래도 다른 가수의 작업을 해주는 거에 대한 부담 혹은 어려움은 없었나.
유세윤 : 어려웠던 건, (박)진영이 형이 짠한 걸 바랐다. 그게 안 떠올랐다. 내가 영상으로 표현하는 게, 감동은 없는 거 같은데, 그래서 일한이한테 이 부분은 신경써달라고 했었다.
그럼 ‘이태원 프리덤’은 어땠나. 이건 반대로 UV의 작업에 박진영이 함께 한 경우인데.
유세윤 : 뮤지가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음악을 만들어놓고, 진영이 형이랑 하게 된 게 아니라 진영이 형이랑 술자리에서 재밌겠다고 해서 하게 된 작업이라. 그래도 그분의 퀄리티가 있는 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
뮤지 : 진영이 형과 함께 할 때, 우리는 즐거워서 하는 거지만 진영이 형한테 피해가 갈 수 있는 예민한 문제가 있어서 셋 모두에게 잘 맞는 음악을 고르려 했다. 그 중 80년대 디스코가 여기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UV와 진영이 형 모두가 같이 소화할 수 있는.
80년대 멜로디에 박진영의 올드스쿨 랩이 독특한 조화를 이뤘다.
뮤지 : 원래 랩 가사는 그게 아니었다. 뭐였지?
유세윤 : 노래할 땐 힘차게, 랩을 할 땐 정확히, 사랑할 땐 여기서. 이걸 내가 썼는데 진영이 형이 이 가사를 하면 웃길 거 같아서 제안했던 건데 형이 바꿨다. ‘이태원 프리덤’ 가사에서 형이 바꾼 랩 파트만 웃음 코드가 있어서, 형이 안 바꿨으면 심심했을 것 같다.
뮤지 : 나는 처음에는 세윤이 형 게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이게 더 괜찮네 하는 걸 보면…
유세윤 : 처음에는 대놓고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곡 자체가 괜찮으니까 그 정도로 가도 귀여운 것 같다. 역시 JYP구나. (웃음)
글, 인터뷰. 위근우 기자 eight@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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