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 독설가 사이먼 코웰. 그리고 Mnet 의 이승철과 윤종신, 그리고 MBC 의 드라마를 일구는 다섯 명의 멘토들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은 프로그램의 향방마저 좌우한다. 그런 의미에서 tvN 가 선정한 심사위원단의 구성은 흥미롭다. 영화감독 장진,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배우 송윤아라는 3인 구성은 다양한 재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전형적이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29일 열린 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세 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이덕재 tvN 채널국장과 함께 나눈 대화를 옮긴다.“누군가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에 심사위원으로 합류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박칼린: 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에 있을 때, 폴 포츠가 우승하던 시즌 1 파이널이었다. 그가 ‘Nessun Dorma’를 부르는 순간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 왔다. “뭐지? 이게 뭐지?” 싶었다. 저런 프로그램이 한국에도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tvN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한국은 재능 있는 사람이 많은 나라니까, 세계를 감동시킬 어마어마한 재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송윤아: 심사위원이란 타이틀이 부담이 됐고, 내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고민에 시간을 많이 보냈다. 결론은 심사나 평가 이전에, 이 프로그램이 선사하는 감동을 나도 누리고 싶다는 거였다. 한국의 폴 포츠나 수잔 보일과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감히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장진: 개인적인 일정 상의 고민 때문에 2주 정도 망설였다. 물론 브랜드가 가진 가치, 향후 내가 참가자들과 보낼 시간의 즐거움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이 없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심사한다는 게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서, 내가 하고 있는 매체와 관련된 경쟁이었다면 아마 나는 못 했을 거다. 하지만 는 기본적으로 장기자랑이지 않나. 항상 보면서 불안함이나 불편함보다는 같이 요동치고 즐겼던 신나는 기억이 있어서 참가하게 됐다.
시리즈의 특성 상 여러 가지 다른 재능의 소유자들이 나와 경쟁하게 될 텐데, 같은 선상에서 심사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박칼린: “춤사위가 어떻다, 노래의 음정이 어떻다” 이런 디테일한 지적을 하는 것보다는, 참가자의 무대를 보고 우리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피는 게 우리의 역할 아닐까. 수학적인 점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다양성 안에서 ‘오늘날의 한국에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판을 벌린 거니까. 어떤 춤이 10년 전에 큰 감동을 줬다고 치자. 10년 뒤 오늘 보는 그 춤은 또 다를 것이다. ‘오늘의 현실의 한국’을 움직일 감동을 기대하는 중이다.
장진: “세상에, 그것도 장기야?” 싶은 재주를 지닌 분들이 나와주신다면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이를테면 장기 외통수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아 먹는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서, 사람들 줄 세워놓고 계속 “내 장기 잡아먹어보라”고 하는데 아무도 못 잡는다거나. (웃음) 애를 정말 빨리 재우는 엄마가 나올 수도 있고. 손가락 뼈마디 소리가 끊임없이 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차별성과 독창성에 나는 많이 관심이 간다. 완성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수많은 대중 앞에 “나는 이런 장기가 있다”고 가지고 오는 용기도 내 마음을 많이 움직이지 않을까.
박칼린: 시리즈의 장점은 이런 숨어있는 재능들을 위해 제작진이 판을 벌인다는 것 아닌가. 한국 사람들은 ‘판 벌리다’라는 표현을 참 좋아하기도 하고. 한국에 거대한 판을 벌여준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접근 중이다.
심사위원 구성은 어떤 기준으로 했는지, 제작진들의 입장도 궁금하다.
이덕재 국장: 박칼린 음악감독은 음악적 재능과 표현력에 관련된 묘기나 연기 같은 재능, 그리고 의외의 면모를 가진 사람들을 알아봐주십사 하고 섭외했다. 송윤아 씨는 연기적인 부분 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인생 스토리에서 오는 감동을 느끼고 감성적으로 표현해 주시리라 기대하고 있다. 장진 감독은 1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든 분이지만, 사실 예능작가로 방송 일을 시작하셨다. 재능의 원천인 끼, 의외적인 재미에 대해서 파악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또한 영화 안에서도 다양한 인물 군상이 지닌 특징과 역할을 잘 살려오신 역량을 믿는다.
장진: 나한테는 박칼린 감독이 엑스를 너무 빨리 누를까 봐 그거 말리라고 섭외했다고 했으면서. (웃음)
이덕재 국장: 물론 박칼린 감독님이 독설을 하실 수도 있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웃음) 그런데 도 보면 그런 장면이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재능을 들고 나온 참가자에게 두 명의 심사위원이 엑스를 눌러도, 나머지 한 명이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그 아무 것도 아닌 재능에 관객들이 환호하는 순간이 온다. 엑스를 너무 빨리 누르는 걸 말려 달라는 이야기는 그런 의외의 순간을 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우리와 함께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에 사이먼 코웰이라는 독설의 대가가 있다면 심사위원 중에서 독설 담당은 누가 될 것 같나?
박칼린: 아까 어디에 앉으면 좋냐고 물어 봤더니, 사이먼 코웰이 앉는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라. (좌중 웃음) 자리가 그렇다는 거다, 자리가. 그런데 정말 우리는 미리 짜인 걸 싫어해서, 마음이 가면 마음이 가는 거고, 안 가면 안 가는 거다. 진지하게 심사에 임하다 보면 심지어 우리끼리도 싸울 수도 있을 것 같고. 펼쳐 놓은 판을 우리도 진지하게 지켜볼 것이다.
출연자에게 공감하는 부분에 대한 제작진의 기대 면에서, 송윤아는 작년 Mnet 의 엄정화와 비교를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송윤아: 솔직히 다른 프로그램의 다른 분들과 차별화를 어떻게 둬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은 없다. 어마어마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분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 틈에 내가 끼어서 그 감동을 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 느낌을 받은 그대로,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게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KBS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 시즌 2를 기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박칼린에게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나? 가 8월까지 진행되면 스케줄 상 어렵지 않나?
박칼린: 사실 ‘남자의 자격’을 하고 있을 때부터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합창단 시즌 2는 아직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만약에 합창단 시즌 2가 나온다면,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시는 분들이 배턴 터치를 받아 더 좋은 색깔의 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좋은 결과가 나와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온 여름을 진심을 담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에 진심을 담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나에게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선 이런 걸 신경 써라” 하는 각자의 팁을 준다면?
장진: 너무 사소해서 설령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살 수 있는 장기라도, 무대 위에서 정말로 진지하게 모든 걸 다 바치는 모습이 보인다면 나는 잠깐이라도 마음이 흔들릴 거다.
송윤아: 감독님 말씀을 들으니 ‘아, 그런가?’ 싶기도 한데. (웃음) 참가자들을 직접 만나 보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진 않다. 현장에서 그 분들이 주시는 감동 속에서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거라 생각한다.
박칼린: 혹시 “여기 나가 봐야 할까? 한 번 해봐야 할까?” 라고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여기 나와 우리와 함께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그 결정을 내린 후에 온다고 하면, 장진 감독님 말씀처럼 있는 걸 다 쏟아 부어서 한 판 진지하게 놀고 갔으면 좋겠다. 그게 힌트다.
“발견되지 않았던 탤런트가 세계를 감동시켰으면” 장진 감독은 혹시 좋은 인재가 있다면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킬 의향이 있나?
장진: 어려운 질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영화감독은 매 작품이 유작이라, 내가 작품을 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요즘 대중은 일률적인 코스를 거쳐서 온 사람들 말고, 조금은 다른 경로를 통해 등장한 배우들, 예능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으니까, 이런 기회를 통해 보석 같은 누군가가 나온다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감독들에게 소개해 드릴 거다.
곧 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프로그램에 대한 각오 한마디씩 부탁한다.
박칼린: 나는 미디어의 속성이나, 이런 기자간담회 모임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무대에서 평생을 살았고, 그 순간을 같이 호흡하는 것만 알고 살았다. 하지만 미디어에 힘이 있다면, 좋은 사람들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데 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금껏 용기가 없어서, 통로가 없어서, 길이 달라서, 역사가 달라서 발견되지 않았던 탤런트가 세계를 감동시켰으면 한다.
송윤아: 다른 두 분은 늘 감독의 자리에서 많은 이들을 평가하고 심사하면서 생활을 하셨을 텐데, 나는 그런 경험은 해 보지 못 했다. 사실 여기 오신 기자분들도 “쟤가 저기 앉아서 앞으로 얼마나 말도 못 하고, 괜히 착한 척이나 하고, 점수는 후하게 주지 않을까” 생각하실 텐데, 글쎄.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다. (웃음)
장진: 대한민국 국민은 어릴 때부터 수많은 장기자랑을 거치며 자랐다. 학교에 오락부장이란 직책이 있는 것도 우리뿐인 것 같고 (웃음) 그 많은 장기자랑을 보며 느꼈던 기쁨과 즐거움이 다들 있으실 텐데, 그 분들을 모셔서 만드는 파이널 무대만큼은 “대한민국에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 비록 좀 숨어 있었지만 덕분에 한국이 구석구석 즐겁고 신났구나” 라고 느낄 수 있도록 잘 찾아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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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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