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호걸’, 가야할 길은 따로 있다
‘영웅호걸’, 가야할 길은 따로 있다
‘영웅호걸’ SBS 일 저녁 6시 40분
공중파 예능의 유일한 여성 버라이어티라는 정체성 때문일까. ‘영웅호걸’은 여타 리얼 버라이어티와 마찬가지로 항상 무언가에 도전하지만 멤버 사이의 관계가 빚어내는 맥락이 있다거나 팀워크로 이루어내는 성취감보다는 까르르 거리는 여자들의 수다와 장난을 보는 잔재미가 메인인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이는 다시 말해 여자 신입생의 풋풋함과 멋진 언니의 시크함, 친해지고 싶은 누나의 털털함 등의 다양한 여성상이 한군데 모여 있는 ‘판타지 월드’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들의 이번 과제는 ‘B-girl’ 되기. 당연히 백미는 멤버들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연습현장과 그 안에 보이는 이진, 나르샤, 노사연을 비롯한 몸치들의 향연이다. 결국 방전된 체력 속에 이휘재와 노홍철은 존재 자체가 거추장스러워졌고, “이제 3%남았다”는 강사와 끝을 내달라는 신봉선의 소소한 실랑이가 계속되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판타지 월드가 꼭 장점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영웅호걸’은 미션 수행의 단기속성과정이고, 시청자들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웅호걸’은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가 그러하듯 연습장면에서 마지막무대까지 틈만 나면 ‘고된 노력’, ‘연예인이지만 떨리는 무대’, ‘모두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같은 감동 코드를 과도하게 삽입한다. 고된 연습 후 230여명 관객 앞에서 멋진 공연을 펼쳤지만, 공감을 노리기엔 멤버가 너무 많고 이틀간 그들이 한 고생의 결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미션수행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멤버의 수만큼이나 버라이어티한 상황과 표정을 포착해내는 것. ‘영웅호걸’이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가야할 길이 아닐까.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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