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포트만: “I`m fine.” – 나탈리 포트만, 영화 <블랙스완>에서
모든 일에 “I`m fine”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배우. 그리고, 그 배우가 “I`m perfect”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Natalie Hershlag: 나탈리 포트만의 본명. 포트만(Portman)은 할머니의 결혼 전 성으로, 나탈리 포트만의 부모는 그와 가족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가명을 쓰게 했다. 그만큼 가족이 나탈리 포트만의 성장에 관심을 썼다는 얘기. 그 스스로 자신이 과잉보호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의 관심 아래 나탈리 포트만은 에이전시에 캐스팅 됐고, 브로드웨이의 댄서가 되길 원했다. 그는 4살부터 발레를 배웠고, 이후 현대무용, 탭댄스, 재즈 댄스 등도 배웠다. 그러나, 13살이 되던 해에 레옹이 찾아왔다.

뤽 베송: 영화 <레옹>의 감독. 나탈리 포트만이 너무 마음에 들어 각본까지 바꿔가며 캐스팅했다. <레옹>은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그는 순식간에 세계적인 아역 스타가 됐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옹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연기를 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또한 <롤리타>를 비롯, 성인 남성과 이성적인 관계가 되는 소녀를 연기하는 배역들이 계속 들어왔다. 그리고, 학교에 돌아가니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어린 시절 나탈리 포트만이 좋아했던 배우. 이후 그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다. 나탈리 포트만의 애견 ‘누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별명. 그는 <레옹> 시사회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는 줄 알고 울기도 했다. 하지만 기쁜 일은 거기까지. 학교 친구들은 그가 스타가 된 것을 질투하거나, 영화 속에서 성인 남성과 로맨스를 만드는 걸 비난했다. 나탈리 포트만은 학교에서 왕따가 됐고, 전학을 선택했다. 백조들 사이의 검은 백조, 또는 평범한 아이들 사이의 ‘Princess’의 인생 시작.

아마달라 여왕: <스타워즈 에피소드> 1~3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배역. 현명하고 강인하고 올바르지만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며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레옹>에서 소녀의 몸에 어른처럼 깊고 성숙한 분위기를 가지며 어른들을 빠져들게 했던 그는 성인이 되면서 오히려 다른 사람의 매력에 흔들리는 모범생 같은 여자가 됐다.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하버드 입학에 5개 국어가 가능하고, 불임 전문의인 아버지가 실험을 위해 레이저로 닭을 수술하는 모습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된 이 ‘엄친딸’에게 반듯하고 야무진 것 이외의 매력을 찾기는 어려웠다. 영화 내내 무표정에 가까운 모습으로 뻔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아마달라는 그 당시 나탈리 포트만의 상황을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유명하고, 똑똑하고,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만 ‘배우’의 저력을 보여줄 단 하나의 작품이 없었다.

제리 스프링어: 게스트의 사생활을 낱낱이 폭로하는 토크쇼의 진행자. 나탈리 포트만이 좋아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코미디 쇼 < Saturday night live >에서 어마어마한 욕설이 담긴 랩을 하며 시청자들을 뒤집어 놨다. 어린 시절 시험에서 94점을 받으면 가족들이 “6점은 어딨니?”라고 했다던 우등생의 스트레스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해 “꼭 한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말하고, 노출 연기에 대해 부모의 말을 빌어 “결국 중요한 것은 인생이고, 그런 것이 인생에 미치는 파장이 커리어나 예술적 결단보다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배우가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에 대해 “촬영을 마친 뒤에는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대신 연기를 포함한 자신의 인생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쪽에 가깝다. <스타워즈>를 찍으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높은 학점을 받고, 욕설 가득한 랩으로 망가지면서도 실제로는 너무나 모범적인 사회운동가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정확히 100점을 채우는 삶.

주드 로: 노출 연기가 많은 여배우에게 미치는 인생의 파장 중 하나는 연기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나탈리 포트만도 주드 로와 함께한 <클로저>에서 스트리퍼를 연기,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수상은 도로에 누워 주드 로에게 “Hi, stranger”를 말하는 영화 첫 신에서 결정된 것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이 <클로저>만큼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은 작품은 그전까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앨리스가 “나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선택했고,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출연기가 아니라 자신과 닮은 배역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면서 어른이 되었다. 신비로운 소녀, 여왕, 하버드의 천재,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가 온전히 자신이 평소에 지을 수 있는 표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임스 맥티그: <브이 포 벤데타>의 감독. 나탈리 포트만은 영화를 위해 삭발을 했다. 영화에서 삭발 뒤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굳건하게 지키고, 때론 강렬하게 분노하는 여성으로 변한다. 그건 나탈리 포트만 자신의 선언처럼 보였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 보다는 늘 “I‘m fine”을 말하는 쪽에 가까웠던 캐릭터를 보여준 그는 <브이 포 벤데타>의 삭발 이후 보다 거침없이 감정을 표현한다. 이후 <천일의 스캔들>에서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여성을 연기했다. 한 여성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또는 통제되지 않은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늘 모범적이거나 속 깊은 모습으로 나온 연기자는 감정이 통제되지 않고 흘러넘치는 순간을 연기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랙스완>의 르로이(벵상 카셀)는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니나에게 말한다. “통제가 완벽은 아니”라고.

니나: <블랙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캐릭터. 나탈리 포트만에만 초점을 맞추면, <블랙스완>은 예술가의 자기 통제와 완벽의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예술가로서 완벽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한 개인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제가 필요하다. 평생 자신의 뜻대로 살아본 적 없는 니나는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그 두 가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니나가 좀 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다가도 움츠러들고, 다시 표현하면서 생기는 리듬과 긴장감은 <블랙스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연기로 발레리나, 배우 또는 예술가가 삶과 예술 사이에서 겪는 진폭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러나, 그의 연기에서 정말로 빛나는 건 ‘블랙스완’으로 변해가면서 보여주는 극단적인 감정 표현이 아니다. 늘 똑똑하고 자기 삶에 있어 당당한 여자일 것 같았던 그는 <블랙스완>에서 나약하고, 자신 없고, 주체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불쌍할 만큼 무엇도 자기 뜻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연약한 ‘백조’의 모습으로 인해 점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니나의 모습이 더욱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는 자신의 연기가 보여주는 감정의 진폭을 정확하게 통제하면서 백조와 흑조 사이의 수많은 감정과 표정 변화를 보여준다. 니나가 토슈즈를 신는 순간 발레로 인해 박힌 엄지발가락의 굳은살은 나탈리 포트만이 <블랙스완>을 위해 자신을 얼마나 잘 통제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블랙스완>은 늘 자신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온 배우가 통제 바깥의 광기까지 아슬아슬하게 통제의 범위에 둘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준다. 조금씩 자기를 드러내고, 통제하고, 다시 드러내면서 무언가 넘치기 직전에 밸런스가 맞춰졌다. 그래서, <블랙스완>에 대해서만큼은 나탈리 포트만에 대해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난 완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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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포트만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했던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주연 이영애와 MBC <사랑과 성공>에 출연한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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