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어른들은 싸우고 책임은 카라가 진다
[강명석의 100퍼센트] 어른들은 싸우고 책임은 카라가 진다
일본에서 1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개인당 수익은 300만 원이다. 소속사가 일본 활동을 관리하는 회사와 불리한 계약을 맺어서다. 소속사는 한국에서 손꼽힐 만큼 유명하다. 그러나 회사의 대표는 투병 중이고, 매니지먼트 경험이 전혀 없는 대표의 아내가 경영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라의 세 멤버와 DSP엔터테인먼트(이하 DSP)의 공방은 웃을 수 없는 희극이 되고 있다. 일련의 사건은 DSP 정도의 회사도 주먹구구로 운영될 만큼, 한국 연예산업이 여전히 취약한 구조 위에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 회사의 허술한 지원이 계약 해지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매니지먼트를 잘한다고 반드시 ‘미스터’ 같은 곡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얼마 전 인텔 아시아 모델이 됐다. 그 사이 카라는 케이블 TV의 CF에 출연했다. 그 차이를 결정짓는 게 매니지먼트의 힘이다.

기획사 사장이 열심히 방송사를 돌며 열심히 PD에게 음료수 하나라도 더 돌리는 게 좋은 매니지먼트이던 시절도 있었다. 코어콘텐츠 미디어 대표 김광수는 그 시절 최고의 제작자였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 엄청난 톱스타들을 섭외했고, 뮤직비디오는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 시간대에 방송됐다. 티아라도 MBC 의 ‘라디오 스타’를 통해 데뷔했다. 그러니 그가 티아라가 아닌 카라의 일에 “카라가 소속사를 이적할 경우 가요계 퇴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할 법 하다. 다른 속사정도 있을 수 있지만, 그의 패러다임에서 카라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남규리가 씨야 시절 코어 콘텐츠 미디어와의 계약을 거부했을 때도, 그는 ‘도리와 의리’에 대해 말했다. 스타로 키워줬다. 남은 멤버들을 생각해라. 의리를 지켜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희극
[강명석의 100퍼센트] 어른들은 싸우고 책임은 카라가 진다
[강명석의 100퍼센트] 어른들은 싸우고 책임은 카라가 진다
반면 젊은 제작자 연대는 카라의 사건을 두고 김광수가 소속된 연예 제작자 협회를 겨냥해 “제작사의 권익만 보호하기 위한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말한다. 카라 사건의 본질은 “소속사의 계약 및 정산내역 공개 불이행”이라는 것이다. 젊은 제작자 연대는 주로 신진 기획사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그들에게 매니지먼트는 김광수와 다른 개념이다. 젊은 제작자 연대에 소속된 플레디스는 손담비가 데뷔하기 전 그에게 미국 활동을 시키기도 했다. 그들은 소속 가수를 매니지먼트하기 위해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회사와 가수 모두 계약서를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김광수가 악이고, 젊은 제작자 연대가 선이어서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은 재능 있는 연습생에 대한 가치를 높였다. 한류는 시장의 파이를 더욱 크게 키웠다. 젊은 제작자 연대의 기획사들이 성장하려면 보다 성공확률이 높은 매니지먼트 기법과 계약의 투명성으로 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반면 김광수나 DSP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한류 매니지먼트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이다. 반면 전 소속 가수들과 여전히 분쟁 중이다. 산업적으로 볼 때 시장의 선두주자인 SM은 소속 가수들에게 그들의 기준으로 계약을 맺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내 시장에 한정한다면 가수들도 그 계약에 반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류 시장에서의 성공은 다르다. 회사는 한류시장에서의 더 큰 성공에 주력할 수도 있다. 반면 가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보다 합리적인 대우를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나 벌어야 큰 성공이고,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대우인지는 누구도 합의하지 않았다. 시장이 변하고, 대중의 정서가 변하면 소속사와 가수의 관계도 당연히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은 SM도 덜컹거릴 만큼 빠르게 변화 중이다. 그리고 SM이 아닌 DSP가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맞이하면서 희극 아닌 희극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도 일본 활동을 해야하는 생계형 아이돌
[강명석의 100퍼센트] 어른들은 싸우고 책임은 카라가 진다
[강명석의 100퍼센트] 어른들은 싸우고 책임은 카라가 진다
희극에는 카라의 세 멤버측도 참여했다. 그들의 법적 대리인은 멤버들과 상의도 없이 DSP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무능을 보여줬다. 딸의 미래가 아무리 걱정됐다 해도 니콜의 어머니가 트위터로 감정적인 멘트를 남긴 건 사건을 확대시켰을 뿐이다. DSP나 세 멤버 측의 ‘어른들’이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미숙한 모습만 보여줬다. 제대로 돌아간 건 아무 것도 없다. 다만 한 쪽은 어쨌든 뭔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른 한 쪽은 변화가 필요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결국 어떤 기준 없이 각자의 판단만 남았다. 구하라는 소속사와의 관계를 좀 더 생각했고, 세 멤버는 보다 나은 조건을 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일본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선택했다. 카라가 일본 활동을 함께 하는 건 멤버들의 의지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서 말하면, 그들은 이 와중에도 일본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카라는 여전히 ‘생계형 아이돌’이다. 그들은 기존 패러다임 속에서 인기를 얻었다. 반면 한류는 그들의 패러다임 바깥의 일이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매니지먼트 여부에 따라 부와 명예가 결정된다. 하지만 어떤 계약이 좋은 계약인지, 어떤 매니지먼트가 좋은 매니지먼트인지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기준 없이 각자의 느낌에 따라 결정된다. 이 모든 상황에서 믿을 건 여전히 “카라는 무조건 다섯”이라는 멤버들과 팬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다. 물론 속사정은 카라와 DSP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전히 어른들은 싸우고, 책임은 17살짜리가 멤버가 진다는 사실이다.

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