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는 내용만으로는 그다지 문제적인 작품이 아니다. 웃기려고 마음먹은 몇 몇 부분에서는 관객을 웃기는 무난한 코미디고, 바보 같지만 착한 주인공이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다. 하지만 에 대해 언급하거나 어떤 평가를 내리는 것은 종종 문제적인 일이 된다. 감독 심형래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할 때, 심형래라는 한 개인이 코미디언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온 서사의 맥락으로부터 자유롭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나 에서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를, 또 다른 이들은 같은 작품에서 자기 최면에 빠진 조증을 감지한다. 심형래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심형래에 대한 이야기로 소급한다. 심형래와의 인터뷰에서 좀 더 직접적으로 작품 바깥을 둘러싼 그의 욕망과 꿈을 듣고 싶었던 건 그래서다. 물론 쉽지 않았다. 다음은 유독 경계가 심했던, 그래서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그와의 대화 기록이다.의 국내 성적이 상당히 좋다.
심형래 :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개봉 전부터 는 할리우드를 겨냥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흥행은 어떤 의미인가.
심형래 : 굉장히 중요하다. 다른 할리우드 작품들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메이저 배급사들도 한국을 주시하고 있고, 이곳에서의 반응으로 해외에서 상영관을 몇 개나 잡아 개봉할지 가늠하기도 한다. 역시 해외에서 상영관을 잡을 때 한국에서의 성적이 영향을 미친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반응이 과연 다른 나라에서의 바로미터가 될지 모르겠다. 현재 한국의 어른 관객은 어릴 때 본 영구를 떠올리며 웃는 지점이 있다.
심형래 :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미국인들이 더 많이 웃는 코드가 있다. 영어 대사 같은 것들. 가령 토니(마이클 리스폴리)가 “Kabish(알아들었느냐는 뜻의 속어)?”라고 물으면 나는 “Quiche(키쉬:파이와 비슷하게 생긴 빵)”라고 대답한다. 알아들었느냐고 물었을 때 전혀 딴 소리를 하는 건데, 그 때마다 빵빵 터지더라. 나는 하면서도 왜 웃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 외에도 원더걸스가 노래하는 술집에서 영구랑 마초(존 피넷)가 술 마시고 주정하는 것 보고도 많이 웃고.
그렇다면 왜 영구여야 했는지 더 궁금하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슬랩스틱과 미국식 말장난이라면 굳이 영구, 그리고 심형래가 아니어도 가능하지 않나.
심형래 : 대부가 한국에 갔다가 실수로 낳은 아들이 있다는 설정이 재밌지 않나. 마피아는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암흑가 개념인데 여기에 이방인이자 착한 영구가 들어오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었다. 만약 그저 웃기기만 하려고 했다면 더 갈 수 있었다. 화장실 코미디 같은 거. 사실 코미디 클럽에서 하는 유머는 다 성인 유머고, 그걸 최고 잘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코미디에 대해서는 외국이 더 보수적이다. 그렇게 섹스 터치를 하고 저속하게 웃기는 영화를 볼 땐 우선 웃지만, 나가서는 욕을 한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수위와 코드를 맞추고 싶었다. 영구와 마피아의 만남은 여기에 맞는 콘셉트였다.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건가, 온가족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장을 원하는 건가.
심형래 : 가족들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지 않나. 어떤 분들은 가족끼리 함께 볼 영화가 없어서 영화를 보기 어렵다고도 하더라. 너무 상업적으로 가면 자극적이고 도가 지나치게 되는데 관객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웃음 강도가 조금 덜하더라도 모두가 관람할 수 있도록. 물론 시장도 봐야지. 자기만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감독이 아니지 않나. 부가가치라는 걸 생각해서 TV나 DVD로 가족 영화를 보는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당신이 좋게 보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이나 가 아닌.
심형래 : 한국 영화 중에서는 같은 영화? 이펙트가 강하진 않지만 예쁜 영화 아닌가. 나는 코미디언 출신인데, 코미디는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장르 중 하나다. 그걸 피하면서 예쁘게, 나이 드신 분과 아이가 함께 봐도 어색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에서도 영구가 했던 바보짓이 의도치 않게 그 지역을 발전시키지 않나. 그 때 짓게 되는 미소도 웃음이다. 꼭 자지러지는 폭소가 아니더라도.
같은 코미디를 하지만 과거 코미디언 시절 때와는 다른 거 같다.
심형래 : 많이 다르지. 차 안에서 영구가 벌을 잡으려다 여주인공을 덮치는 장면의 경우 대본에서는 섹스 터치가 더 심했다. 이 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선택하는 건 감독의 몫이었다. 물론 대본대로 갔으면 웃음은 더 컸겠지만 너무 선정적으로 가면 욕먹지.
“콘텐츠 하나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게 필요하다” 욕먹는 것에 민감한 편인가.
심형래 : 옛날부터 방송을 하다보니까 그런 게 몸에 많이 뱄다. 이번에 SBS ‘런닝맨’에서도 후배들 함부로 대했다고 리플이 장난 아니게 달렸는데, 그런 걸 무시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일까. tvN 같은 인터뷰 프로그램이나 지면 인터뷰에서도 상당히 말을 조심하는 것 같았다.
심형래 : 이게 친구들끼리의 대화가 아니라 매체와의 인터뷰니까 많이 조심하지.
특히 를 비롯한 과거 작업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던데.
심형래 : 계속 옛날 거를 끄집어내서 소모적인 걸 물어보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찍을 때 왜 피아노줄이 보였느냐, 왜 나무 밑으로 날아다녔느냐, 복장은 왜 그 따위였느냐고 끌어내면 피곤하지 않나.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을 하는 건데. 도 그렇게 해서 나올 수 있었고. 내가 할리우드에서 외국 유명 배우들과 작업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하비 케이틀과 작업하고 모든 장면을 LA에서 찍었다. 배경부터 자동차, 엑스트라 복장까지 그 시기의 미국을 퀄리티 있게 재현하려 했고.
여기서도 시각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가.
심형래 : 영화 내내 50년대 분위기가 묻어나려면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영구의 꿈 신 같은 건, 예전 에선 못하지. 미술이나 전체 색감을 고급스럽게 하고 싶었다.
사실 과거에는 시각효과에 너무 경도된 느낌도 있었다.
심형래 : 제임스 카메론도 를 만들었기에 을 만들 수 있는 거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게 필요하다. 우리 영화도 코미디지만 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제시만 하고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문제지 않나. 분할해서 찍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와이드 샷으로 진짜 뉴욕의 느낌을 주려면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런 작업들이 과정으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작품을 만드는 건 또 다른 의미이지 않나. 한국 최고 수준의 CG를 선보이고, 하비 케이틀과 작업하는 것이 Only One의 의미라면, 작품은 Best를 목표로 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심형래 : 베스트를 만들려 노력하지만 어떤 것이 베스트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영화 전문가의 기준에 맞춰 베스트를 만들 것이냐, 그냥 아이들도 웃으며 전 연령이 볼 수 있는 기준에 맞춰 베스트를 만들 것이냐. 나름대로는 베스트를 만들려고 했다.
그게 궁금했다. 과연 할리우드 시장을 개척한 개척자로 기억되고 싶은지, 좋은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심형래 :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가 더 좋다는 분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이 다 다른 사람들의 최대 공약수를 찾아서 모든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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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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