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취재팀은 3일 내내 일했다.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던 그 주말에 말이다. 하지만 일 좀 하면 어떤가. 그 3일 동안 우리는 하루는 G드래곤(이하 GD)과 TOP의 공연을 봤고, 하루는 그들이 공연하는 곳에서 인터뷰를 했고, 하루는 그들의 무대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저 크리스마스에 함께 지내 “서로에게 미안하다”던 두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돼 미안할 뿐이다. 더 이상 긴 말은 하지 않겠다. 우선 GD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내일은 TOP, 그 다음 날은 GD&TOP의 인터뷰가 이어진다.눈에 다크서클이 좀 있네요. (웃음)
GD: 네, 어제도 밤새 공연을 해서. (웃음)
바쁜 생활로 돌아왔네요. 솔로 활동 후엔 조금 여유를 가졌던 걸로 아는데.
GD: 솔로활동이 끝나고 나서 사장님 허락을 받고 한두 달 정도 굉장히 열심히 놀았죠. (웃음)
“이제는 작은 것도 크게, 소중하게 보인다” 데뷔 후 그런 시간을 가진 건 처음이죠? 여유 있는 시간이 어떤 영향을 주던가요?
GD: 저희(빅뱅)가 스케줄이 막 있을 때는 졸리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데, 스케줄이 끝나면 그 모든 게 없어져요 (웃음) 그거하고 똑같았던 거 같아요. 그 전의 일들이, 다 지나고 나니까 아무 일도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정리도 되고, 앞으로의 준비를 열심히 할 수 있게 됐죠. 솔로 끝내고 1년이란 시간이 저에게는 데뷔 후 처음으로 무언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그 전에는 계속 달리기만 했는데, 지난 1년 동안 쉬는 시간이든 생각할 시간이든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다음 앨범에 대한 자신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커졌죠.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그러는데, 굳이 말하자면 애티튜드가 좀 달라졌네요.
GD: 네. 많이 달라졌어요. 많이 유해졌고, 많이 이해하려고 하는 거 같고. 사장님께서도 그러시더라구요. 항상 너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 서서도 생각해 보라구요. 그 말씀을 듣고 나서는 왠만한 일은 다 이해가 가더라구요. 그 전에는 스케줄이 많을 때는 “왜 이렇게 스케줄이 많은 거야”하면서 짜증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작은 것도 크게, 소중하게 보여요. 꼭 큰 병을 앓았다가 건강을 되찾은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컨디션도 굉장히 좋고,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 기대가 돼요.
뭔가 해탈한 것 같은 느낌인데요? (웃음)
GD: 해탈이라기보다는 모든 걸 “내 몫이겠거니” 생각하니까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어요. 제가 사람들이 보기에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성공이라기보다는 자극이 됐고, 성장하는 과정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 하는 부담을 갖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제가 선물을 할 수 있는 것들을 드리고 싶어요.
그 전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썼다는 건가요?
GD: 예전엔 사람들 앞에서 내 직업을 의식해서 말투도 바꾸고, 여러 가지를 바꾸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의 모습과 친구들 앞에서의 모습이 다르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이제는 같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오히려 인터뷰하는 게 무섭기도 해요. 평소의 저와 연예인으로서의 제 경계가 없어지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인터뷰를 하거나 할 때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잖아요. (웃음) 그런 거 말고는 남들에게 제가 어떻게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겁이 안 나는 것 같아요. 이게 내 자신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절 좋아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구요. 앞으로도 이런 모습일 것 같아요.
그래선지 이번 앨범의 ‘Intro’에서 ‘내 키는 작지만 내 여자는 키 커’란 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동안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긴 말 하지 않고 “아, 그냥 이래요”라고 담담하게 정리하는 것 같았거든요.
GD: 정리가 많이 됐죠. 데뷔했을 때는 나이도 지금보다 어렸고, 한 번도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이 어떨지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어요. 그런데 솔로 앨범이 나오고 나서 저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기 시작한 거잖아요. 상처도 굉장히 많이 받았고, 하루하루가 잠에서 일어나기가 무서웠죠. 일어나면 또 다른 일이 생겨 있고, 일어나면 다른 일이 생겨 있고. 그래서 제 자신이 좀 많이 망가졌던 거 같아요.
그걸 어떻게 극복한 거죠?
GD: 시간이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제가 대중가수잖아요. 제가 어떻게 의도한 것이든, 대중이 받아들이게 하는 게 제 몫인데 그러지 못했다면 제 잘못인 거겠죠.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말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다음 앨범에서 더 멋진 음악으로 말해야지, 글이라든가, 다른 방법으로 제 입장을 표현하는 게 용납이 안 됐기 때문에 조용히 있었구요. 그래서 그 사이에 제가 할 수 있는 몫에서 최선을 다 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려고 애를 썼어요. 이제는 오히려 많이 옹호해주시는 분들도 보이구요. 그렇게 맞춰 나가면서 하면 되는 거 같아요.
“표절시비를 겪으면서 준비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런 내적인 변화가 음악에도 영향을 주나요? 이번 앨범에서 ‘Baby good night’ 같은 곡은 전에 없던 스타일이기도 한데요.
GD: 그렇죠. 틀이라는 걸 깨니까 나올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더라구요. 반대로 틀이라는 걸 한 번 정해 놓게 되면 매일 똑같은 음악을 하게 되구요. 모든 아이돌의 문제점일 수도 있고, 풀리지 않는 숙제일 수도 있는데 계속해서 앨범을 안 쉬고 내다보면 그런 문제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렇죠. 생각할 여유가 없으면 어느 순간 관성으로 가게 되니까.
GD: 네. 이게 일이란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음악이 제대로 나올 수 없는 거 같아요. 반대로 1년이든, 아니 3개월이든 저의 시간이 생기면 그건 제가 즐기면서 하는 게 되잖아요. 음악을 하던 퍼포먼스를 하든 놀면서 준비할 때 그게 음악에 그대로 반영되는 거 같아요.
그러면 점점 힘들었겠네요. 데뷔 후에 끊임없이 곡을 만들고, 활동을 했잖아요.
GD: 그러면서 자신감을 잃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제가 “평생 나는 잘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스스로 내 음악의 틀을 만들어서 거기에 저를 가둬 버리니까 슬럼프가 왔어요.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건방진 말일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서태지 선배님이나 그런 분들이 창작의 고통을 느꼈다고 하시잖아요. 저는 아직 거기까진 아니겠지만, 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게 다 나왔나 이런 생각에 벌써 이러면 앞으로 5년도, 10년도 보장이 안 되겠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Heartbreaker’는 아쉬웠어요. ‘거짓말’ 같은 곡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치밀하게 쌓아 올려서 만든 좋은 곡이었다면 ‘Heartbreaker’는 치밀함이 부족해져서 표절은 아니지만 표절시비가 일 수 있는 일종의 빌미를 제공한 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만약 시간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고.
GD: 그 때를 경험하면서 저는 항상 준비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예전에는 정말 자판기처럼 앉아서 뚝딱뚝딱 곡을 썼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기에는 제가 일단 팬 분들께도 죄송하고, 저도 일단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사람들에게 제가 설 때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 같아요.
플로라이다가 참여한 ‘Heartbreaker Part II’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어요. 파트 2는 원곡보다 훨씬 더 사운드를 이해한 상태에서 사운드를 분해하고 재조합해서 새로운 플로우와 라임을 만들었더라구요. 원곡이 파트 2처럼 나왔으면 정말 멋졌을 것 같았어요.
GD: 표절시비 때문에 그런지 많은 분들이 표절시비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던 플로라이다의 참여를 말씀하시는데,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저는 외국 가수와 한국 가수가 같은 트랙 안에서 랩을 해도 그 노래 가사처럼 “꿇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였는데, 아무래도 많은 분들의 관심이 그 전의 일에 쏠리다 보니까 호평이든 악평이든 음악 자체에 대한 평가를 많이 받지 못한 건 아쉽죠.
파트 2의 랩은 인상적이었어요. 랩의 플로우를 굉장히 짧은 단위로 나눠 가면서 사운드 하나하나에 랩이 대응하고, GD의 짧은 파트 안에서 완벽한 기승전결을 만들던데요.
GD: 속사포죠. (웃음) 솔로 앨범 활동할 때는 아무래도 앨범 타이틀곡이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안배를 했다면 두 번째에는 플로라이다의 랩이 나오기 전 제 파트 안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강한 것들만 넣었어요.
“가사만 읽었을 때도 ‘글’이 되었으면” 그렇게 한 곡을 다양하게 생각해 보면서 음악에 대한 관점이나 만드는 방식에 대한 생각도 더 다양해졌을 것 같아요.
GD: 일단 더 자유스러워진 것도 있고, 빅뱅을 할 때와 솔로 앨범을 할 때, 그리고 이번 앨범을 할 때의 느낌이 하나하나 다 다르고, 할수록 더 배워가고 더 성장한다는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지금이야 이번 앨범의 결과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이 다음에 나오는 빅뱅 앨범 때는 이 앨범을 통해서 느낀 점들이 반영이 될 거고, 그런 식으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저나 다른 멤버들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가사도 달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에 대한 표현보다 내면으로 파고든다는 생각이 들던데.
GD: 영화에도 코미디, 스릴러, 호러가 있듯 이번 가사에는 스토리텔링에 신경 썼어요. 사람들이 음악 없이 가사만 읽었을 때도 작가의 입장에서 ‘글’이 되는 가사를 쓰고 싶었거든요.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고 싶어서 전개도 뚜렷하게 하고 싶었고. 그냥 사랑 노래보다는 인상적인 표현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가사를 쓰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외국 래퍼들의 가사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있는 가사에 대한 향수가 큰 편이에요.
이번 앨범에서 특히 ‘악몽’이 그런 것 같아요. 눈을 감고 앞부분의 사운드 구성만 들어도 꼭 사람이 달리다가 하늘로 나는 것처럼, 어떤 기승전결의 전개와 분위기가 있던데요.
GD: 맞아요. ‘악몽’은 눈을 감고 들으면 그런 그림들이 그려지면 좋겠어요. 사람에 따라서 그게 잔인한 이야기가 될지 판타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가사와 사운드를 따라 가다 보면 영화 처럼 마지막 부분은 감상하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그런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정답이 없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그런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썼어요.
솔로곡이어서 더 그런지 ‘악몽’은 GD 작곡의 특징이 더 드러난 것 같아요. 파트와 파트의 변화 폭이 굉장히 크잖아요. 앞부분은 거의 4단계로 급격하게 변하기도 하고. ‘거짓말’이나 ‘Heartbreaker’도 파트마다 급격한 변화를 통해 기승전결을 완성하구요. 이런 작곡방식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GD: 제가 만든 음악을 온전하게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에요. 요즘은 사람들이 곡에서 원하는 구간을 벨소리로 만들 수 있잖아요. 벨소리로 정하는 부분들은 대부분 임팩트가 있구요. 그래서 후렴구를 많이 선택하게 되죠. 그리고 요즘에는 사람들이 음악을 몇 번만 듣고 들을지 말지 결정하면서 기억에 남는 후렴구가 더 중요해졌어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후렴만 기억해도 뜬 노래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내가 만든 노래의 모든 부분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곡의 구간마다 구성도 다르고, 이야기도 다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아요.
“진짜 이제부터 시작이다” 음악이나 자기 자신이나 어떤 한 시기를 지났다는 느낌이 드네요.
GD: 엔터테이너는 남에게 보여지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음악을 만들고 무대 위에서 부르는 사람이고, 그래서 내 생각과 내 음악이 있어야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거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온 건데, 동시에 보여지는 일에 부담이 됐던 것 같아요.
특히 작년에는 GD에 관련된 건 무슨 일이든 큰 일이 됐으니까요.
GD: 네. 그런 상황이 되니까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지고, 외로움도 많이 타게 되고 그런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시간을 갖고 음악을 하면서 깨다 보니까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제 안에 있는 것들을 100%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제 진짜 시작이란 느낌이네요.
GD: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걸 앞으로 발판을 차근차근 쌓아온 것 같고, 진짜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빅뱅 또한 그렇구요.
그러면 이 시작점에서 뭘 하고 싶어요? ‘High high’에서 보면 ‘인생은 한방’이라고 하지만, 사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계속 성실하게 음악하고 무대에 서면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GD: 아직 전 한 방을 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웃음)
정말? (웃음)
GD: 배부른 소리 같지만, 저는 지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가야할 길이 너무 많고, 제대로 한 방을 못 보여준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을 뿐이고, 빅뱅 멤버들도 다들 그걸 꿈꾸고 있을 거예요. 언젠가는 더 큰 한 방이 올 거예요. (웃음)
글. 강명석 two@
사진. 채기원 t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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