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니즈 탄원서 '허수' 의혹
뉴진스 / 사진제공=어도어
뉴진스 / 사진제공=어도어
뉴진스 팬덤 '팀버니즈'가 "어도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내용으로 법원에 '3만명 서명 탄원서'를 제출한 가운데 여기 서명한 사람의 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 링크로 서명을 받으면서 중복 서명이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한 명이 수백건 이상 서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14일 텐아시아는 팀버니즈가 탄원서 서명 기간에 활용했던 구글 폼 전자 링크를 입수해 실제로 서명을 해봤다. 팀버니즈는 지난 2월 말부터 이달 5일까지 이 전자 링크를 활용해 서명을 받았고 이를 어도어가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담당 재판부에 지난 12일 제출했다. 재판부에 이미 서명 자료가 넘어갔지만, 지금도 링크를 없애지는 않은 상태다.

팀버니즈는 이 전자 링크에 표시되는 언어를 서명 참여자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내 팬뿐만 아니라 해외 팬도 서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건 이 전자 링크에 중복 서명을 막는 기능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 폼을 이용하면 클릭 한 번으로 중복서명 방지 기능을 넣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팀버니즈가 만든 글로벌 팬 대상 전자 서명 화면. 이름, 생년월일,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여부를 묻는 내용이다. 무제한 중복 제출이 가능하다.
팀버니즈가 만든 글로벌 팬 대상 전자 서명 화면. 이름, 생년월일,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여부를 묻는 내용이다. 무제한 중복 제출이 가능하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 링크를 통해 한 사람이 빠르면 10초 내에 서명을 한 번씩 수 있었다. 이름을 'ㄱㄴㄷ', 생년월일을 2025년 1월 13일(어제 날짜)과 같은 식으로 무성의하게 기재해도 서명이 가능했다. 한 차례 서명하고 나면 "응답이 기록됐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화면 아래 '다른 응답 제출' 버튼이 나왔다. 이 버튼을 누르면 바로 첫 화면으로 돌아가 다시 서명할 수 있었다.

팀버니즈는 다국적 이용자를 위한 이 구글 폼 링크 외에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 폼 링크(한글로만 표시됨), 전자 서명 플랫폼 글로싸인을 통해서도 탄원서 서명을 받았다. 이 두 가지 경로를 통한 서명에는 중복 서명을 막는 기능이 적용돼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대상 링크에만 이 기능을 적용하지 않았다.
응답을 끝낸 뒤에 나오는 화면. '다른 응답 제출'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재응답이 가능하다.
응답을 끝낸 뒤에 나오는 화면. '다른 응답 제출'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재응답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팀버니즈가 제출한 탄원서의 공신력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연예 관계자는 "서명인 수를 부풀리는 건 여론 조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무수히 많이 참여한 탄원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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