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은 살아있다. KBS 에서 김병만이 맡았던 이 코너는 현재의 김병만을 말하기에 더없이 좋은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부침 심하고 수명도 짧은 개그계에서 ‘달인’의 김병만으로 3년동안 살아오고, 또한 살아남았다. 달인으로 살아온 살아온 시간이 누적되며 ‘달인’의 김병만은 그냥 달인 김병만이 됐고, 코너 하나로 3년째 KBS 의 대상 후보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단순히 어떤 캐릭터를 오랜 시간 연기하며 캐릭터와 실제 인물 사이의 벽이 희미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돌진하는 몸은 가상을 부순다 2008년 (이하 ) 초기의 ‘달인’은 개그의 달인 펭귄 김병만이나 투시의 달인 몰카 김병만처럼 달인을 연기하는 사기꾼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시기의 ‘달인’은 설정 안에서 움직이는 콩트였다. 방청객과 시청자를 충격에 빠뜨린 설태 김병만처럼 리얼한 고통을 전시하며 연기라는 프레임을 벗어난 적도 있었지만, 그 자학적인 리얼리티는 결국 하나의 캐릭터 쇼로 소급했다. 초기 ‘달인’은 김병만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개그를 미리 보여줬다고 말하는 버스터 키튼 식의 슬랩스틱과 많이 닮았다. 그는 온 몸을 던져 의외의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설정 개그를 했다. ‘김병만은 살아있다’는 ‘달인’만큼 화제가 되진 못했지만 김병만이 추구했던 스턴트 슬랩스틱이 무엇인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코너다.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면서 캐리어를 타고 계단을 내려오거나, 사다리 가운데를 부수며 미끄러지는 모습은 일종의 기인열전이지만 멋있다기보다는 어눌하고 우스꽝스러운 톤으로 그려진다. ‘김병만이 살아있다’의 스턴트는 영구가 자빠지고 쟁반에 맞는 것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김병만이 살아있다’에는 리얼에 대한 어떤 집착 같은 것이 보였다. 매트리스에 돌돌 감기며 계단을 내려오는 것처럼 위험한 장면마다 카메라는 몇 가지 각도로 그 장면을 계속 리플레이 한다. 이는 영화 에서 액션에 어떤 트릭도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썼던 방식이다. 그가 과거 ‘무림남녀’에서 “무대 위에서는 맞은 척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때리면 진짜 맞는 합을 고민하다 프로레슬링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건 의미심장하다. 중요한 건 프로레슬링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진짜 ‘맞는’ 합에 대한 고민이다. 단순히 “장기가 운동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테크닉이 아닌 몸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코믹한 가상을 만드는 개그 방식은, 어느 순간 몸의 리얼함이 가상을 붕괴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김병만이 닦아낸 새로운 예능의 길 아직도 김병만이 추구하고 의도하는 것이 버스터 키튼의 현대적 해석이라면 현재의 ‘달인’은 그 의도에서 벗어났다. 육체로 만들어내는 특별한 순간을 추구하면서 언젠가부터 ‘달인’은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낼, 링과 철봉, 사다리 등을 이용한 기예의 형태로 변모했다. 하지만 SBS 과도 다르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평행봉을 잡고 몸을 지탱하면서도 힘들지 않다고 능청을 떨 때, 탁월한 신체능력을 가진 달인 김병만과 몸의 고통을 무릅쓰고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애쓰는 예능인 김병만은 오버랩된다. 그것은 투박하기 때문에 신뢰가 가는 진심이다. 이처럼 노력하는 예능인의 진심 자체를 예능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걸 의도적으로 실현했던 건 MBC ‘프로레슬링 편’ 정도다. 비록 ‘달인’의 김병만은 자신이 연습하는 과정을 따로 보여주지 않지만 매주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누적된 서사와 그가 무대 위에서 흘리는 땀은 그 몇 분의 방송을 위해 그가 일주일 동안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짐작케 한다. 이것은 콩트의 영역이 아니다. ‘달인’과 김병만은 어느새 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지만, 현재의 ‘달인’은 짧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깝다. 그것도 캐릭터와 실제 인물 사이의 간극이 가장 완벽하게 지워졌다. 김병만 본인이 의도한 결과물인지, 오랜 시간 몸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다 우연히 도달한 영역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달인’의 그 영역이 전혀 새로운 무엇이라는 것이다. ‘달인’ 김병만은 새로운 예능인의 범주를 만들어냈다.
최근 김병만은 ‘달인’ 바깥에서도 달인 김병만이다. 가령 박명수의 호통 캐릭터는 실제의 박명수 그대로를 드러내지만, 때론 상황극에서 설정으로 소비될 때도 있다. 하지만 김병만이 Y-Star 에서 ‘달인’의 설정극을 할 때, 그것은 캐릭터의 재활용이 아니라 실제 달인 김병만의 예능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게임 의 장면과 비슷해서 ‘병만신 크리드’라 불리는 의 장애물 통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달인’과 을 별개로 보기보다는 ‘그’ 달인이 드림팀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본다. 말하자면 ‘달인’과 김병만이 하나가 되면서 그의 모든 활동은 ‘달인’의 번외편으로 확장된다. 이것은 그가 다음의 목표로 삼고 있는 희극배우의 길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좋은 연기로서 극복해낸다면 그 도전 역시 달인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김병만은 살아있다. 그리고 그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젠 달인 김병만이라는 리얼한 예능 캐릭터의 서사가 된다. 그는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역술인의 말을 빌어 “남들과 똑같은 목적지에는 결국 도착하지만 가는 길이 자갈길”이라고 말했지만, 어쩌면 김병만은 이미 남들과 전혀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자신의 발걸음이 연 신대륙이 얼마나 넓은지 아직 모른 채.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돌진하는 몸은 가상을 부순다 2008년 (이하 ) 초기의 ‘달인’은 개그의 달인 펭귄 김병만이나 투시의 달인 몰카 김병만처럼 달인을 연기하는 사기꾼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시기의 ‘달인’은 설정 안에서 움직이는 콩트였다. 방청객과 시청자를 충격에 빠뜨린 설태 김병만처럼 리얼한 고통을 전시하며 연기라는 프레임을 벗어난 적도 있었지만, 그 자학적인 리얼리티는 결국 하나의 캐릭터 쇼로 소급했다. 초기 ‘달인’은 김병만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개그를 미리 보여줬다고 말하는 버스터 키튼 식의 슬랩스틱과 많이 닮았다. 그는 온 몸을 던져 의외의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설정 개그를 했다. ‘김병만은 살아있다’는 ‘달인’만큼 화제가 되진 못했지만 김병만이 추구했던 스턴트 슬랩스틱이 무엇인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코너다.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면서 캐리어를 타고 계단을 내려오거나, 사다리 가운데를 부수며 미끄러지는 모습은 일종의 기인열전이지만 멋있다기보다는 어눌하고 우스꽝스러운 톤으로 그려진다. ‘김병만이 살아있다’의 스턴트는 영구가 자빠지고 쟁반에 맞는 것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김병만이 살아있다’에는 리얼에 대한 어떤 집착 같은 것이 보였다. 매트리스에 돌돌 감기며 계단을 내려오는 것처럼 위험한 장면마다 카메라는 몇 가지 각도로 그 장면을 계속 리플레이 한다. 이는 영화 에서 액션에 어떤 트릭도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썼던 방식이다. 그가 과거 ‘무림남녀’에서 “무대 위에서는 맞은 척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때리면 진짜 맞는 합을 고민하다 프로레슬링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건 의미심장하다. 중요한 건 프로레슬링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진짜 ‘맞는’ 합에 대한 고민이다. 단순히 “장기가 운동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테크닉이 아닌 몸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코믹한 가상을 만드는 개그 방식은, 어느 순간 몸의 리얼함이 가상을 붕괴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김병만이 닦아낸 새로운 예능의 길 아직도 김병만이 추구하고 의도하는 것이 버스터 키튼의 현대적 해석이라면 현재의 ‘달인’은 그 의도에서 벗어났다. 육체로 만들어내는 특별한 순간을 추구하면서 언젠가부터 ‘달인’은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낼, 링과 철봉, 사다리 등을 이용한 기예의 형태로 변모했다. 하지만 SBS 과도 다르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평행봉을 잡고 몸을 지탱하면서도 힘들지 않다고 능청을 떨 때, 탁월한 신체능력을 가진 달인 김병만과 몸의 고통을 무릅쓰고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애쓰는 예능인 김병만은 오버랩된다. 그것은 투박하기 때문에 신뢰가 가는 진심이다. 이처럼 노력하는 예능인의 진심 자체를 예능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걸 의도적으로 실현했던 건 MBC ‘프로레슬링 편’ 정도다. 비록 ‘달인’의 김병만은 자신이 연습하는 과정을 따로 보여주지 않지만 매주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누적된 서사와 그가 무대 위에서 흘리는 땀은 그 몇 분의 방송을 위해 그가 일주일 동안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짐작케 한다. 이것은 콩트의 영역이 아니다. ‘달인’과 김병만은 어느새 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지만, 현재의 ‘달인’은 짧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깝다. 그것도 캐릭터와 실제 인물 사이의 간극이 가장 완벽하게 지워졌다. 김병만 본인이 의도한 결과물인지, 오랜 시간 몸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다 우연히 도달한 영역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달인’의 그 영역이 전혀 새로운 무엇이라는 것이다. ‘달인’ 김병만은 새로운 예능인의 범주를 만들어냈다.
최근 김병만은 ‘달인’ 바깥에서도 달인 김병만이다. 가령 박명수의 호통 캐릭터는 실제의 박명수 그대로를 드러내지만, 때론 상황극에서 설정으로 소비될 때도 있다. 하지만 김병만이 Y-Star 에서 ‘달인’의 설정극을 할 때, 그것은 캐릭터의 재활용이 아니라 실제 달인 김병만의 예능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게임 의 장면과 비슷해서 ‘병만신 크리드’라 불리는 의 장애물 통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달인’과 을 별개로 보기보다는 ‘그’ 달인이 드림팀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본다. 말하자면 ‘달인’과 김병만이 하나가 되면서 그의 모든 활동은 ‘달인’의 번외편으로 확장된다. 이것은 그가 다음의 목표로 삼고 있는 희극배우의 길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좋은 연기로서 극복해낸다면 그 도전 역시 달인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김병만은 살아있다. 그리고 그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젠 달인 김병만이라는 리얼한 예능 캐릭터의 서사가 된다. 그는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역술인의 말을 빌어 “남들과 똑같은 목적지에는 결국 도착하지만 가는 길이 자갈길”이라고 말했지만, 어쩌면 김병만은 이미 남들과 전혀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자신의 발걸음이 연 신대륙이 얼마나 넓은지 아직 모른 채.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