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역배우’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면구스러워졌다. 나이를 제외하면 경력도 실력도 어지간한 성인 연기자들을 훌쩍 뛰어넘는 이 어린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보는 것은 즐거울 뿐 아니라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MBC 에서 동이(한효주) 아역으로 초반 시선을 붙들고 KBS (이하 )에서는 비극적 멜로의 주인공이자 한을 품은 약자의 처연함을 보여준, 그리고 MBC 에서는 독하다 못해 그악스럽기까지 한 나영(신은경)과 혜진(서우)의 아역으로 비범한 1인 2역을 연기한 김유정은 그런 면에서 올해의 가장 인상적인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99년생, 다섯 살에 엄마 손을 붙들고 카메라 앞에 처음 선 이후 13편의 드라마와 15편의 영화에 출연한 김유정은 아직도 초등학교 5학년이다. 하지만 의 공포 밑바닥에 깔린 슬픔을 읽어내고 나영과 혜진 캐릭터의 미묘한 차이를 본능적으로 알아챈 이 ‘초딩’에게 ‘아역계의 김갑수’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그저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SBS 까지 찍고 나서 촬영 중인 작품은 없죠? 좋아요?
김유정 : 심심해요. 촬영이 계속 있어서 바쁜 게 재밌어요. 그런데 너무 바쁠 때는 쉬고 싶기도 해요. 자고 싶을 때.

촬영 없어서 시간 있을 때는 주로 뭐 해요?
김유정 : 친구들하고 놀기도 하고, 집에서 TV 봐요.

“처럼 남장여자 연기도 해 보고 싶어요”
김유정│“연이는 나 혼자서 생각하고 쭉 이어갈 수 있었어요” -1
김유정│“연이는 나 혼자서 생각하고 쭉 이어갈 수 있었어요” -1
어떤 프로그램 좋아해요?
김유정 : 거의 다 좋아해요. 드라마도 꼬박꼬박 봐요. 지금은 끝났는데 KBS 재밌게 봤고요, SBS 이랑 KBS 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볼 때는 박민영 언니처럼 남장여자 연기 해 보고 싶었어요.

거기 나오는 남자 배우들 중에서는 누가 제일 멋있었어요?
김유정 : 송중기요. 흐흐. 같은 회사에 있는데 아직 실제로는 못 봤어요. 저번에 무슨 행사 때 볼 뻔 했는데 촬영 때문에 못 왔어요. 그런데, KBS 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만나면 뭐라고 할 거에요?
김유정 : 팬이라고요. (웃음)

올해는 작품을 좀 많이 했잖아요. 언제가 제일 기억나요?
김유정 : 음… 하고 (이하 ) 찍을 때 제일 힘들었는데 가 조금 더 힘들었어요. 많이 뛰기도 하고, 추울 때, 겨울에 눈 오는 날이랑 비 오는 날 한복 입고 찍어서. (웃음) 한복 안에 티셔츠도 입고 짚신 안에 수면양말이랑 실내화 신고 비닐 이렇게 씌우고 그 위에 버선 신고 짚신 신고…경주, 담양, 단양 다 가본 것 같아요.

는 변신하고 빙의하는 것처럼 좀 무서운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걸 찍을 때는 어땠어요?
김유정 : 그게 화면으로 편집해서 무섭게 나오는 거지, 찍을 때는 안 무서워요. 사극은 세트가 어두우니까 밤에 찍으면 으스스하고 그런데 솔직히 는 별로 안 무서웠거든요. 슬픈 이야긴데 애들이 다 무섭다고 했어요. 한은정 이모가 꼬리도 3개 밖에 안 달았고, 치마 뒤로 꼬리 단 게 다 표시 나는데 그것도 모르고 너무 무섭다고. 심지어 까마귀도 무섭다고 그래요! (웃음) 그런데 진짜 무서운 건, 용인 민속촌에서 저녁 때 촬영을 하면 가로등이 하나도 없거든요. 매점도 다 문 닫으면 완전히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이니까 조명 들고 다니는 스태프들 졸졸 따라다녔어요. 길 잃을까봐. 그리고 화장실 바로 옆에서 소가 음메- 우는데, 여름에 화장실 가서 문을 열면 모기가 막 새까맣게 몰려와요. 그래서 한 번 갔다 오면 엉덩이를 모기에 다 물리고.

여우 분장도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요.
김유정 : 포스터 찍을 때는 얼굴이 안 나오게 다 하니까 한 여섯 시간, 일곱 시간 앉아서 분장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얼굴이 되게 초록색이었어요. (서)신애 언니가 와서 “야, 너 슈렉이지?” 막 그러고. (웃음) 그리고 영화 개봉할 때라서 사람들이 다 아바타 같다고 하고, 나중에 드라마 촬영할 때는 코만 붙였는데 그래도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TV로 보면 ‘내가 이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까지는 누군가의 아역을 주로 했는데 의 연이는 커서 누가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연이인 거잖아요. 연기하면서는 어떤 점이 달랐어요?
김유정 : 아역 할 때가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연이는 나 혼자서 생각하고 쭉 이어갈 수 있는데 아역은 커서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내 생각하고 달라도 그 생각에 맞춰가야 하고 비슷하게 해야 하잖아요. 나일 때는 활발했는데 커서는 어두워질 수도 있고, 그래서 생각을 더 많이 해야 돼요.

“나영이는 욕심이 많고, 혜진이는 사람들을 부려먹고 싶어 한다”
김유정│“연이는 나 혼자서 생각하고 쭉 이어갈 수 있었어요” -1
김유정│“연이는 나 혼자서 생각하고 쭉 이어갈 수 있었어요” -1
때 무술팀 스태프에게 검술 배우는 사진을 봤어요. 액션 좋아해요?
김유정 : 네. 에 액션이 많다 보니까 액션 팀이 맨날 오는 거예요.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 보여서 같이 연습해 봤는데 진짜 재밌었어요. 와이어도 많이 타 봐서 이제 안 무섭고, 원래 물 무서워했는데 수중촬영하다 보니까 안 무서워요. 나중에 무술 영화도 찍고 싶어요.

그러면 중국이나 할리우드 같은 데서 영화 찍자고 제의가 들어오면 응할 거예요?
김유정 :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다 외국 사람만 있어서 가기 싫었는데 아는 사람 몇 명은 있겠죠. 엄마랑 매니저 오빠랑. (웃음) 근데 영어는 하기 싫어요.

에서 서신애 양과 호흡 맞추는 건 어땠어요?
김유정 : 언니랑은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이영유 언니랑 아역 3인방이라고 해서 같이 많이 나왔는데 둘이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너무 좋았어요. 같이 촬영하고, 호흡 맞추고. 그런데 원수로 나와서 (분하다는 듯) 내 간을 먹어 버렸어. (웃음)

예전에는 주로 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먼저 챙겨주는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최근 에서는 욕심도 많고 성격도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그것도 나영(신은경)하고 혜진(서우) 아역을 같이 맡아서 엄마와 딸을 1인 2역으로 했는데, 두 사람 성격이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김유정 : 일단 나영이는 뭔가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혜진이는 사람들을 부려먹고 싶은 마음. (웃음) 혜진이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 대사를 보면 “두고 봐라, 내가 어떻게 태어날지. 내 밑에 부하들 잔뜩 거느리고 살 거다” 그러거든요. 지금 서우 언니 보면 매니저도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나영이는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혜진이도 가수가 되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니까 꿈은 똑같은 것 같아요. 부자가 되는 거, 그래서 그걸 생각했어요. 혜진이는 노래도 부르지만. 하하. 그런데 그거 다 망쳤어요…

왜요, 더 잘 하고 싶었어요?
김유정 : 네, 엄마가 다 틀렸대요. 집에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밤차’ 같은 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나온 노래인데 원래 알고 있었어요?
김유정 : 조금은 알았어요. 제목은 몰랐고 이은하 아줌마도 몰랐는데 SBS 나오시는 걸 봤어요. 노래 되게 잘 부르세요.

에서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도 해야 했는데 어떻게 배웠어요?
김유정 : 원래 사투리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하게 돼서 좋았어요. 포항이 고향인 배우 분한테 배웠는데 되게 잘 해주셨어요.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다섯 번인가 여섯 번 연습하고 녹음기에 녹음해서 듣고 따라하고, 되게 색다른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한 거 같은데 다들 잘 했다고 그래서 좀… (웃음) 그래도 사투리도 쓰고, 특이하고, 돈을 가지고 싶어 하는 그런 욕심도 많은 애니까, 해보고 싶은데 하게 돼서 좋았던 거 같아요. 나영이 할 때는 고래 고기도 먹어 봤거든요.

고래 고기는 무슨 맛이에요?
김유정 : 안 씹고 그냥 입에 넣었다가 뱉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달콤한 거 같아요. 비린 맛도 있긴 있는데, 회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육회!

육회도 먹어봤어요?
김유정 : 예! 뭐든지 다 잘 먹어요. 그런데 피자에 들어 있는 까만 올리브는 싫어요.

“사회하고 과학 시험을 잘 봤어요”
김유정│“연이는 나 혼자서 생각하고 쭉 이어갈 수 있었어요” -1
김유정│“연이는 나 혼자서 생각하고 쭉 이어갈 수 있었어요” -1
연기를 몇 년 동안 했지만 요즘은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지 않았어요?
김유정 : 네. 하고 찍고서 변한 거 같아요. 막 “너 동이 아니냐” “연이 아니냐” 그러고 구미호 딸이라고, 저보고 간 파먹는 구미호라고 그러는 애들도 있고. (웃음)

그래서 화날 때도 있어요?
김유정 : 그냥 장난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내가 구미호는 아니니까. 그런데 끝나고 바로 이사를 갔거든요. 그래서 전학 간 첫 날 애들이 많이 알아보고 모여서 조금… 어색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아빠랑 일산에서 명일동 친구 집까지 버스, 지하철 타고 놀러갔는데 그렇게 한 게 오랜만이라 되게 보람을 느꼈어요.

학교에서는 뭐 할 때가 제일 좋아요?
김유정 : 음…. 쉬는 시간이 제일 좋아요. (웃음) 그리고 체육이랑 미술 시간 좋아해요. 달리기도 하면서 많이 뛰었더니 전보다 늘었어요. 시작할 때는 키가 138cm 정도였는데 때까지 산 속에서 막 달리고 그러니까 많이 자라서 150cm 정도 돼요.

얼마나 자라면 좋을 것 같아요?
김유정 : 168~9cm 정도요.

얼마 전 에서는 중학생 연기도 해봤는데 어땠어요?
김유정 : 교복도 입어보고 재밌었어요. 그런데 연기는 별로 차이가 없는 거 같아요.

중학교 가면 어떨 것 같아요?
김유정 :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중학교가 제일 재미있대요. 아, 공부 빼고요. (웃음) 요즘 중학교는 매점도 있고 그러잖아요. 근데 일산은 없더라고요! 신도시라 그런지 공부도 서울보다 더 많이 해요. 원래 서울 초등학교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밖에 시험을 안 보거든요. 교장선생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런데 고양시는 영어랑 예체능도 거의 다 봐요.

아, 그렇구나… 영어시험 보니까 어때요?
김유정 : 시험 시간이 원래는 4시간인데, 5시간으로 느니까 조금 지루한 느낌도 들고, 긴장감도 떨어지고. 영어 듣기 시험 할 때도 조금 헷갈리고. 영어 너무 어려워요…

공부 때문에 학원 같은 데도 다녀요?
김유정 : 예전 동네에서는 학원 꾸준히 다녔는데 전학 오고 나서는 안 갔어요. 일산 애들은 공부에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다 학원가니까 낮에 애들이 한 명도 없어요. 상가도 다 학원이고.

어떤 과목 점수가 제일 잘 나왔어요?
김유정 : 사회하고 과학이요. 이번에 시험 잘 봤다고 엄마가 강아지 입양해 줬어요. (웃음) 요크셔테리어고 이름은 토토인데 두 살 반 됐어요. 사람 나이로는 열 몇 살이라 저보다 오빤데 그래도 귀여워요.

말 잘 들어요?
김유정 : 네, 먹는 거 좋아해서 먹을 거 주면 잘 따라요. 사람 먹는 것도 다 먹고.

이렇게 시험 잘 보면 엄마가 뭐 해주기로 하신 게 또 있어요?
김유정 : 작년 어린이날, 중간고사 때는 핸드폰 케이스 바꿔 줬어요. 원래 돈이나 핸드폰 같은 거 많이 아껴 쓰는데 새로운 거 나오면 예쁘니까 색깔 케이스만 바꿨어요. 슬라이드만 써봤는데 요즘에는 폴더 핸드폰 갖고 싶어요.

집에서 TV는 몇 시까지 볼 수 있어요?
김유정 : 예전에는 늦게까지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학교 갔다 오면 낮 되고, 엄마가 낮에는 공부하라 그러고, 그럼 시간 후딱 지나가고, 밤에는 늦게 자면 키 안 큰다고 열시나 열한 시 전에 자라고 해요. 왜 미니 시리즈는 열 시에 하는지 모르겠어요! 재방송 못 보면 인터넷으로 돈 내고 봐야 되는데.

인터뷰, 글. 최지은 five@
인터뷰. 이승한 fou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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