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노>의 업복이(공형진)가 좌의정 이경식(김응수)을 향해 총을 쏜다. 총알이 핑그르르 돌면서 크기가 점점 커져간다. 큰 궤적을 그리던 총알은 이내 포탄만한 크기가 되어, 시야 밖으로 휙하고 사라진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티아라가 ‘너 때문에 미쳐’를 부른다. V자로 도열했다 앞뒤로 열을 바꾸며 펼치는 퍼포먼스는 사실적인 공간감으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바로 3DTV가 구현해낸 영상기술의 성취다. KBS는 23일 공개홀 앞에서 열린 ‘한국의 3DTV 현주소’ 기자설명회에서 “5월 19일에 열리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부터 세계 최초로 생방송 지상파 3D 중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3DTV는 수도권을 기준으로 4000가구 밖에 보급되지 않았지만, KBS는 이번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시작으로 3DTV의 보급률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청계광장에 600인치 대형 3D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일반시청자들이 3DTV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전략에서다.

관객석으로 뿌려지는 물방울과 입체감 있는 무대



레드원 카메라로 뛰어난 영상미를 일궈낸 <추노>처럼 3D 기술은 드라마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영화 <아바타>의 등장으로 대중들의 3D 영상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3D 콘텐츠를 내놓는 게 생경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KBS는 3DTV를 2002년부터 연구해오는 등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특히 자체적으로 2004년 1, 2차에 걸쳐 3D 카메라를 제작해 관련 특허를 등록했고, 두 개의 렌즈를 하나로 합치는 ‘양안식 일체형’ 3DTV 카메라 국산화 개발을 앞두고 있다. 타 방송사가 해외제품을 쓰는 것과 구별되는 점이다. 현재 KBS는 ‘3DTV 추진을 위한 전사 TF’ 를 구성해 <추노>(드라마), <유희열의 스케치북>(음악), <뮤직뱅크>(음악), <개그콘서트>(오락) 등의 자사 프로그램을 3D 자체 콘텐츠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 8월에 방송될 <유희열의 스케치북> 1탄 ’공연의 제왕들‘ (김장훈, 싸이, 타이거JK, 윤미래), 2탄 ’한류의 외침‘ (비, 보아, SS501, 소녀시대)을 `3D 특집’이나, 다큐멘터리 <푸른 지구의 마지막 유산, 콩고 열대림>(11월)은 기대해볼만한 3D 콘텐츠다.

무엇보다 3D의 기술력은 드라마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추노> 3D 트레일러에서도 이런 기대를 가능케 했다. 이미 레드원 카메라가 빚어내는 사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송태하(오지호)와 황철웅(이종혁)이 제주 바닷가에서 일합을 겨룬 신은 3D의 공간감이 더해지면서 영상의 폭과 너비가 한층 더 넓어졌다. 흩날리는 물방울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석으로 뿌려지는 듯한 인상마저 줄 정도였다. 이는 동시에 ‘입체적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3D 카메라 워킹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숙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최철호 KBS 기획팀장은 “현재 3D 카메라 제작 기술은 (일본의) 소니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하며, 이를 바탕으로 3D 방송 송출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아바타>가 영화를 집에서 다운로드 받아보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듯이, 앞으로 방송사가 개발하는 3D 콘텐츠 역시 방송환경 시장의 일대 변혁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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