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보지 못하는 이유" />
MBC 이 3주째 결방했다. 4월 3일은 천안함 침몰 정국으로, 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5일 이후 4월 10일과 17일 방송은 로 대체되었다. 200회 특집 방송을 코앞에 두고 멈춰 있는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다음 회가 보고 싶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며 파업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주를 이룬다. MBC는 지금, 파업 중이다.
지난 2월 18일 75.9%라는 높은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되기 오래 전부터 MBC 파업은 예견된 사태였다. 2008년 < PD 수첩 > ‘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한 검찰 고소, 신경민 앵커 하차, 손석희 교수 하차 등 이명박 정부 들어 MBC에는 외압과 관련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9일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자진 사퇴하고 ‘MB와 가장 가까운 MBC 인사’라는 평을 듣는 김재철 청주 MBC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며 사태는 새로운 파국으로 치닫는 듯 했다. 그러나 김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지 사흘 만인 3월 4일 MBC 노조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었던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의 보직 철회를 조건으로 노사 정상화에 합의했고 ‘천막 투쟁’을 벌이던 김 사장 역시 업무에 복귀했다. 비교적 조용히 봉합되는 것 같던 갈등을 증폭시킨 것은 한 건의 기사였다. 4월호는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좌파에 휘둘리던 김 사장이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보도했다.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의혹으로 MBC 안팎이 들끓자 3월 19일 김 사장은 기자 회견을 열어 해당 기자와 김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천안함 침몰 사고의 혼란이 절정에 이르렀던 4월 2일, 김 사장은 황희만 특임이사를 부사장에 임명했다. 이에 MBC 노조는 황희만 부사장 퇴진과 김우룡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2주가 흘렀다.
김재철 개인의 피해인가 MBC 전체의 피해인가 을 보지 못하는 이유" />
사내에서 노조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던 4월 8일 이후 여의도 인근 호텔 로비에서 업무를 보며 침묵하던 김 사장은 18일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갑작스런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함께 피어 어우러지듯 상생하면 좋겠다. 진보냐 보수냐의 논쟁보다 노조와 화합하고 상생하고 싶다”는 말로 입을 연 김 사장은 우선 최근 , 등의 보도와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특히 고향인 사천 방문이 총선 출마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날짜에 사천에 가지 않았으며 총동창회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구체적 반박과 “어려운 고향 사람들에 대한 봉사가 지역 출신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사장은 “내가 집이 두 채가 있습니까. 고향에 땅을 한 평 가졌습니까. 저는 콘도도 하나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 털어봐 주세요”라고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현 사태가 개인의 청렴성이나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김 사장은 노조와 마찰이 있을 것이 예견되었던 황 부사장을 임명한 데 대해 “노조와의 합의는 보도본부장에 앉히지 않는다는 거였지 부사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하며 “총매출이 1조 7,8천억에 이르는 MBC 그룹을 사장 혼자 이끌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지역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는 인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현재 미국에 출국 중인 김 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기자 생활 31년 하면서 그렇게 먹물을 뒤집어 쓴 적이 없다. 건으로 가장 피해를 받은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말로 억울함을 표한 김 사장은 일단 노조가 파업을 풀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김 사장은 파업을 풀기 위한 대화의 채널로 노조 측과 사 측의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싸움은 계속된다 을 보지 못하는 이유" />그러나 김 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불법 행동 불법 파업’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강조하며 노조의 요구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노조에서 두 가지 조건을 계속 얘기한다면) 더운 여름이 올 때까지, 여의도 공원에 단풍이 들고 겨울에 눈이 내려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MBC 현관에서 쓰러지고 몽둥이로 맞는 한이 있어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겠다”는 다소 과격한 수사도 동원되었다. “둘 중 하나라도 양보하라는데 내가 양보할 게 뭐 있나. 인사권은 사장이 행사하는 것이며 김 이사장의 발언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나”라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김 사장은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왜냐하면 이건 시청자,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19일 오전 MBC 노조원 3백여 명이 김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김 사장은 사옥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 사건 보도로 파업에서 제외되었던 보도국 기자 50여 명은 파업에 복귀했다. 싸움은 길어질 전망이다. 봄이 가고, 월드컵이 열리고, 더위가 밀어닥칠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김 사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김 이사장의 발언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김재철 개인인가 공영방송 MBC인가. 그리고 그가 말하는 시청자, 국민에 대한 약속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글. 최지은 five@
MBC 이 3주째 결방했다. 4월 3일은 천안함 침몰 정국으로, 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5일 이후 4월 10일과 17일 방송은 로 대체되었다. 200회 특집 방송을 코앞에 두고 멈춰 있는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다음 회가 보고 싶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며 파업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주를 이룬다. MBC는 지금, 파업 중이다.
지난 2월 18일 75.9%라는 높은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되기 오래 전부터 MBC 파업은 예견된 사태였다. 2008년 < PD 수첩 > ‘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한 검찰 고소, 신경민 앵커 하차, 손석희 교수 하차 등 이명박 정부 들어 MBC에는 외압과 관련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9일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자진 사퇴하고 ‘MB와 가장 가까운 MBC 인사’라는 평을 듣는 김재철 청주 MBC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되며 사태는 새로운 파국으로 치닫는 듯 했다. 그러나 김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지 사흘 만인 3월 4일 MBC 노조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었던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의 보직 철회를 조건으로 노사 정상화에 합의했고 ‘천막 투쟁’을 벌이던 김 사장 역시 업무에 복귀했다. 비교적 조용히 봉합되는 것 같던 갈등을 증폭시킨 것은 한 건의 기사였다. 4월호는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좌파에 휘둘리던 김 사장이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보도했다.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의혹으로 MBC 안팎이 들끓자 3월 19일 김 사장은 기자 회견을 열어 해당 기자와 김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천안함 침몰 사고의 혼란이 절정에 이르렀던 4월 2일, 김 사장은 황희만 특임이사를 부사장에 임명했다. 이에 MBC 노조는 황희만 부사장 퇴진과 김우룡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2주가 흘렀다.
김재철 개인의 피해인가 MBC 전체의 피해인가 을 보지 못하는 이유" />
사내에서 노조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던 4월 8일 이후 여의도 인근 호텔 로비에서 업무를 보며 침묵하던 김 사장은 18일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갑작스런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함께 피어 어우러지듯 상생하면 좋겠다. 진보냐 보수냐의 논쟁보다 노조와 화합하고 상생하고 싶다”는 말로 입을 연 김 사장은 우선 최근 , 등의 보도와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특히 고향인 사천 방문이 총선 출마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날짜에 사천에 가지 않았으며 총동창회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구체적 반박과 “어려운 고향 사람들에 대한 봉사가 지역 출신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사장은 “내가 집이 두 채가 있습니까. 고향에 땅을 한 평 가졌습니까. 저는 콘도도 하나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 털어봐 주세요”라고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현 사태가 개인의 청렴성이나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김 사장은 노조와 마찰이 있을 것이 예견되었던 황 부사장을 임명한 데 대해 “노조와의 합의는 보도본부장에 앉히지 않는다는 거였지 부사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하며 “총매출이 1조 7,8천억에 이르는 MBC 그룹을 사장 혼자 이끌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지역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는 인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현재 미국에 출국 중인 김 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기자 생활 31년 하면서 그렇게 먹물을 뒤집어 쓴 적이 없다. 건으로 가장 피해를 받은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말로 억울함을 표한 김 사장은 일단 노조가 파업을 풀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김 사장은 파업을 풀기 위한 대화의 채널로 노조 측과 사 측의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싸움은 계속된다 을 보지 못하는 이유" />그러나 김 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불법 행동 불법 파업’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강조하며 노조의 요구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노조에서 두 가지 조건을 계속 얘기한다면) 더운 여름이 올 때까지, 여의도 공원에 단풍이 들고 겨울에 눈이 내려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MBC 현관에서 쓰러지고 몽둥이로 맞는 한이 있어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겠다”는 다소 과격한 수사도 동원되었다. “둘 중 하나라도 양보하라는데 내가 양보할 게 뭐 있나. 인사권은 사장이 행사하는 것이며 김 이사장의 발언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나”라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김 사장은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왜냐하면 이건 시청자,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19일 오전 MBC 노조원 3백여 명이 김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김 사장은 사옥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 사건 보도로 파업에서 제외되었던 보도국 기자 50여 명은 파업에 복귀했다. 싸움은 길어질 전망이다. 봄이 가고, 월드컵이 열리고, 더위가 밀어닥칠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김 사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김 이사장의 발언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김재철 개인인가 공영방송 MBC인가. 그리고 그가 말하는 시청자, 국민에 대한 약속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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