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을 애국심으로 희생시키지 말라" /> 토 KBS1 오후 5시 10분
같은 시각, 방송 3사에서 원래 방영되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결방하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는 동안 KBS1에서는 ()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모든 공중파 채널이 순직 장병을 위한 추모에 동참한 셈이다. 물론 그럴만한 일이다. 다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전체적 추모의 토대 위에서 일종의 영웅 서사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일하던 장병들에게 영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영웅인 건, 나라를 지키던 수많은 장병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이지, 죽었기 때문은 아니다. 말하자면 이번 추모의 본질은 그런 수많은 ‘살아있던’ 영웅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인 것이지, 그 죽음을 영웅적 행위로 미화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방송 시작과 함께 언급된 “값진 희생”이라는 표현이 불편한 건 그래서다. 방송 중간 내레이션으로 나온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는 시는 감동적이었지만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는 구절을 통해 순직 장병들이 죽음의 순간 느꼈을 공포와 분노와 절규가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희석된다고 느끼면 과한 것일까.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오늘도 바다에 나서는’ 해군들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끝났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또 다른 영웅들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순간, 그들의 죽음은 억울한 것이 아닌, 군인이기에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이 된다. 황수경 아나운서가 흘린 눈물과 방송 내내 이어진 국민들의 후원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진정성을 모아 그들의 죽음을 교묘하게 정당화한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글. 위근우 eight@
같은 시각, 방송 3사에서 원래 방영되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결방하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는 동안 KBS1에서는 ()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모든 공중파 채널이 순직 장병을 위한 추모에 동참한 셈이다. 물론 그럴만한 일이다. 다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전체적 추모의 토대 위에서 일종의 영웅 서사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일하던 장병들에게 영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영웅인 건, 나라를 지키던 수많은 장병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이지, 죽었기 때문은 아니다. 말하자면 이번 추모의 본질은 그런 수많은 ‘살아있던’ 영웅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인 것이지, 그 죽음을 영웅적 행위로 미화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방송 시작과 함께 언급된 “값진 희생”이라는 표현이 불편한 건 그래서다. 방송 중간 내레이션으로 나온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는 시는 감동적이었지만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는 구절을 통해 순직 장병들이 죽음의 순간 느꼈을 공포와 분노와 절규가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희석된다고 느끼면 과한 것일까.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오늘도 바다에 나서는’ 해군들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끝났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또 다른 영웅들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순간, 그들의 죽음은 억울한 것이 아닌, 군인이기에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이 된다. 황수경 아나운서가 흘린 눈물과 방송 내내 이어진 국민들의 후원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진정성을 모아 그들의 죽음을 교묘하게 정당화한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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