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 : “얘가 정말 왜 8년 동안 연습했는지 알겠다는 말을 들을 만큼 인정받고 싶다.”
– 조권, 와의 인터뷰에서
2567일을 기다렸다. 엄청나게 노래했고, 엄청나게 웃겼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스타트라인에 섰다. 이 타고난 엔터테이너는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조권
조권
구슬기 : SBS 에 함께 출연한 연습생. 과학영재 같은 얼굴에 보통의 남자아이들은 보여주기 어려운 나긋나긋하고 조심스러운 평소의 모습과 달리 마이크만 잡으면 주변을 다 쓸어 버리는 조권의 무대는 당시에도 화제였고, 그는 JYP엔터테인먼트 (이하 JYP)의 연습생으로 들어간다. 조권은 어린 시절 친척들 앞에서 “트로트 불러서 돈 받고”, “평소에는 되게 조용하다가 무대만 마련해 주면 춤추고 노래하는” 애였다고.

선예 : 를 통해 함께 JYP에 들어간 가수. 조권이 “앞에서 옷 갈아 입을 수도 있다고 할 만큼 친하다”고 말한 사이로, 두 사람이 데뷔전 겪은 고생담은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다. “JYP 건물이 지어질 때부터 연습생이었던” 조권은 데뷔까지 2567일이 걸렸고, 그 동안 매 달 실력을 평가 받았으며, 그 사이 많은 친구들이 JYP에서 떠나는 모습을 봤다. 이 때문에 그는 한동안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제일 열심히 하는, 제일 인사 잘하는, 제일 잘 웃는 그런 열세 살의 나는 어디 가고 잘 울고, 잘 상처받고 잘 아픈 나만 남았을까”라고 할 만큼 심적 고통을 겪었다. 4~5년 차에는 “(JYP에서)잘리면 뭐하나, 공부도 이미 뒤쳐졌고, 정말 막막”했을 정도. 조권이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깝권’의 모습과 감성적인 발라드 뮤지션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건 이 시절의 경험 때문이었을지도. 조권은 “내가 선택한 특별한 삶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진영 : 조권을 2567일 만에 데뷔시킨 바로 그 사람. 하지만 조권은 박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송에서 ‘깝’을 보여줄 수 있는 “8년 내공”을 갖게 됐고, 박진영은 이례적으로 조권의 데뷔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권은 8년 동안 “(경쟁에) 익숙 해지다보니 스트레스에 상당한 내성”이 생겼고, 수많은 연습을 통해 엔터테이너로서의 감정과 테크닉을 완숙한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같은 무대에서 발라드를 부르다 몇 분 뒤 곧바로 소녀시대의 ‘Gee’따라 추고, 다양한 보컬 테크닉을 장난처럼 빠르게 바꿔서 보여줄 수 있는 건 ‘8년 내공’의 힘. 또한 조권은 인터뷰를 할 때 연습생 시절을 말하면서 바로 눈물이 떨어 질것처럼 깊게 자신의 이야기에 몰입한다. 10대 시절을 연습생으로 보내면서 실력도, 감정도, 상처도 쌓으면서 문자 그대로 ‘예인’이 된 건지도. 때로는 사장님께 노래로 늦은 데뷔에 대한 항의를 하는 장난기는 덤이다.

열혈남아 : 2AM과 2PM의 멤버 대다수가 데뷔 전 출연한 Mnet의 리얼리티 쇼. 조권은 에서 노래 실력 외에도 최지우의 표정을 흉내 내는 동시에 출연자들 중 탁월한 노래 실력을 보여 “역시 조권은 강해”라는 말을 탄생시킨다. 또한 “역시 강한 조권”은 JYP내에서 그의 위치를 보여준다. 오락 프로그램을 위한 농담이기도 하겠지만, JYP 가수 중 팀과 소속사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조권 밖에 없다.

2AM : 노래를 너무 잘해 사람들이 보컬 선생으로 착각했던 이창민, “시골에서 올라온 것 같은 풋풋한 형”같았지만 사실은 아역 배우 출신 임슬옹, “밴드하던 고딩” 정진운이 조권과 만나면서 만들어진 그룹. 2567일 만에 데뷔한 조권의 개인사와 맞물려 데뷔곡의 뮤직비디오를 “회사에서 연습하다 나온 ‘인간극장’ 콘셉트”로 찍었고, 음향 사고로 무반주로 노래를 불러도 아무 문제없는 가창력으로 ‘어렵게 데뷔한 가창력 있는 발라드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 하지만 2AM의 가장 큰 특징은 몸 관리를 위해 아이스크림조차 안 먹는 멤버가 있을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일지도. 좀처럼 무너질 일 없는 노래 실력과 자기 관리는 2AM이 예능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며 차근차근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조권은 그의 개인사가 2AM의 콘셉트와 그대로 연결되고, 플랫 하지만 다양한 테크닉을 가진 목소리로 멤버들의 화음을 리드하는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현 : 조권이 에서 따라한 노래 ‘와’를 부른 가수. 조권이 처음으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SBS 의 스튜디오도 를 촬영한 곳이었다. 조권은 합성인지 실사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화려한 활약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안착했다. 남자이면서도 여성의 동작을 더 여성스러운 애교와 새침함으로 표현하고, 무엇을 따라하든 원전의 동작을 완벽하게 익혀 장난기 없이 동작에 몰입하는 조권의 모습은 느끼해질 수도 있었던 자신의 개인기를 ‘깝’으로 승화시켰다. KBS 에 출연해도 가장 여성스러울 것 같지만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은 남자가 “다음 생에는 돌고래로 태어나서 재주를 보여주고 싶다”고 할 만큼 끼를 가지면서 ‘깝권’이 탄생했다.

가인 : 조권과 MBC 에 함께 출연 중인 가수. 에서 MC 박미선이 두 사람에게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말한 것은 이 커플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무적으로 보일 만큼 결혼과 사랑부터 강조하던 와 달리, 두 사람은 ‘가상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의 연애 감정에 충실하며 프로그램의 무게를 벗어났다. 특히 “여자친구가 생기면 애교도 떨고 놀이동산도 같이 가겠다”던 조권은 거창한 이벤트를 벌이거나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대신 가인에게 온갖 애교와 잔소리와 새침함으로 ‘주머니에 넣고 싶은’ 남자가 됐다. 일할 때는 실수 하나에도 마음 상할 만큼 진지하지만, 그 진지함을 여자 친구에게 전가시키지 않는 ‘So cute’한 남자의 매력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대중에게 단지 ‘깝권’이었던 조권의 캐릭터가 사실은 그의 정체성이었음을 납득시킨 순간.

윤상현 : SBS 의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조권은 ‘패밀리가 떴다’에서 윤상현과 대립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가장’이 돼 상대 팀과 협상을 벌인다. 나이는 어리지만 오랜 연습생 생활로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나이답지 않은 예능감도 가진 조권은 아이돌-예능인으로 나눠진 ‘패밀리가 떴다’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패밀리가 떴다’에는 유재석처럼 멤버들의 캐릭터를 빠르게 잡아주고, 출연자들의 관계를 조절할 MC가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조권의 행동은 프로그램에서 튀어 보일 가능성이 높고, 여전히 성별 바꾸기 장기 자랑 등 개인기 보여주기 시간이 많은 ‘패밀리가 떴다’의 코너 구성은 ‘깝권’의 캐릭터를 빠르게 소진시킬 가능성도 있다. 출연자에게 끊임없이 더 많은 걸 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세계에서 조권의 ‘8년 내공’은 소진되지 않을 수 있을까.

방시혁 : ‘죽어도 못 보내’를 만든 작곡가. ‘죽어도 못 보내’와 함께 2AM은 각종 차트를 석권했고, 조권은 예능과 음악 활동의 시너지로 농담 삼아 “조권이 대세”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인기를 얻었다. 2AM은 노래로 안정된 팬 층을 쌓고, 예능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뒤 ‘단번에 터지는’ 멜로디를 가진 ‘죽어도 못 보내’를 부르며 그들의 대중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러, 조권이 당장 예능의 슈퍼스타가 되지 않는 한 그가 예능에서 갑자기 더 큰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다. 또한 엄청나게 빠른 최근의 음원 소비 속도는 한 그룹이 특정 스타일의 노래를 몇 번씩 되풀이할 수 있도록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자신들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음악으로 집결시킨 상황에서, 2AM과 조권은 대중성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움을 동시에 갖춘 음악을 선보여야 할 타이밍이 됐다. 지금까지 2AM이 조권을 중심으로 멤버들의 각개 격파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2AM 자체가 성장해야하는 셈이다. 2567일을 기다리고, 다시 2년 동안 차근차근 올라왔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길 앞에 섰다. 조권은 자신이 기다린 시간만큼 자신의 무대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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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 중인 윤아가 속한 그룹 소녀시대의 수영이 진행한 MBC 의 MC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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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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