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프로파일러
엄마는 프로파일러
지문 다가가기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없다면 여기 계시다. 음대 졸업 후 세 딸을 낳아 키우고 첫째와 셋째 결혼시키고 나니 병원에 뼈를 묻을 기세인 워커홀릭 둘째 혜영(장서희)이 눈에 밟혀 하루라도 빨리 시집보내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이 시대의 열혈 모친.

엄마 말 귓등으로도 안 듣는 딸에게 굴하지 않고 직장에 전화해 출근 여부 물어보고 집 열쇠까지 달라고 조르는 적극성과, 딸 주위의 남자가 눈에 띄는 순간 매의 눈으로 명찰을 확인한 뒤 이력과 스케줄을 체크하는 민첩함을 겸비했다.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돌발 질문을 통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유도심문의 천재로 위장에도 능해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여기는 두배로 텔레콤 고객센터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고객님들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설문조사중인데요.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라는 접근법으로 이상식(고주원) 선생을 낚는 데 성공했다. 가사도우미의 아이가 아프자 일부러 이상식 선생의 진찰 시간에 데려와 “어머, 난 신생아 중환자만 보는 줄 알았지”라며 우연을 가장하는 순발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남의 집 쓰레기통까지 뒤져 낱낱이 분석한 뒤 “성향이 전혀 다른 두 남자가 같이 살고 있단 얘긴데, 어느 쪽이야? 직접 부딪혀 보지, 뭐” 라 결론내리는 치밀함과 완벽주의는 최승희를 능가하는 프로파일러의 천재성을 보여주니 에 혜영 모를 캐스팅하라, 캐스팅하라!

갈래 : 엄마는 7급 공무원, 엄마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 혜영 엄마 알고 보니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1점 문제] Q. 다음 중 텔레마케터로 위장한 혜영 모가 이상식 선생의 신상을 털기 위해 던진 유도 질문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결혼했던 경험은 있으십니까~?
2) 총기 소지 경험은 있으십니까~?
3) 혹시 교제 중이신 분이 있으십니까~?
4) 지난 대선 때 어느 후보를 찍으셨습니까~?
5) 일 년에 제사는 몇 번이나 지내십니까~?
[2점 문제] Q. 이상식 선생과 안경우 선생이 함께 사는 집에서 나온 쓰레기에 대한 혜영 모의 분석으로 잘못된 것을 고르시오.

1) 경우 파혼 상대의 사진 – 최근에 찍은 사진 같은데. 헤어진 지 며칠 됐나?
2) 영수증 다발 – 이거 완전히 예물수준 아니야? 파혼했나?
3) 스티로폼과 랩 조각 – 이게 뭐야. 생태? 찌개 끓일 줄 안다?
4) 유기농 미나리 포장지 – 오, 재료도 제대로 쓰는군.
5) 구겨서 버려진 팬티 – 아니 속옷 취향이 왜 이렇게 싸구려야?
[3점 문제] Q. 다음 모녀의 통화에서 혜영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로 적절한 것은?

엄마 : 너 아버지 생일 안 잊어 버렸지? 저녁 여덟 시까지 팔선으로 오면 된다. 그리고 저녁은 느 언니가 내기로 했어. 늬 언니 이번에 새로 이사도 했다니까 못 가볼 거 같거든 그날 선물이라도 하나 챙기면서 인사는 제대로 해라. 그리고 너 이사 했다는 데도 주중에 하루 시간 내서 가볼 테니까.
혜영 : 여긴 안 오셔도 돼요.
엄마 : 그래도 다 큰 딸이 이사를 했다는데-
혜영 : 다 큰 딸이니까 안 오셔도 된다니까요?
엄마 : 그래도 어떻게 하고 사는지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
혜영 : 곰팡이도 안 슬고 햇볕도 잘 들고 문짝도 잘 돼 있고 방범창도 잘 돼 있어요. 그러니까 오실 필요 없다니깐요. 24평에 방이 두 개에요 맘에 안 드셔도 근데 병원서 얻어 준 집이니까 그러려니 하세요.
엄마 : 얘!
혜영 : 오면 확 이사가 버릴 거야~!

1) 사실은 아버지 생신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2) 엄마 딸은 다 크다 못해 늙어가고 있다니까요.
3) 병원에서 24평에 방 두 개짜리 집 얻어준 게 자랑.
4) 이 동네 별로 맘에 안 들어서 얼른 이사 가고 싶어요.
5) 가까이 오지 마…난 별로 엄말 원하지 않는단 말이야~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1) 재물에 벌벌 떤다.
2점 문제 – 4) 얼마 썼어? 여기 빌리는 데 얼마 썼냐구! 날 기쁘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곤 하지 마.
3점 문제 – 4) 삼 개월 이내로 눈에 띄는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다.

[실전! 말하기 전략]* 남편의 건전한 카드 명세서, 그러나…
아니 웬 해장국집에서 80만원이나 나왔대? 이거 완전히 룸살롱 수준 아니야? 그게 아니라면, 한 끼에 해장국을 160 그릇 먹었나?

* 길에서 이렇게 생긴 귀요미를 목격했을 때
안녕하십니까, 전화 피싱 피해 사례 수집을 위한 전국민 대상 무작위 표본 추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십니까~?

* 좌파 미워, 군대 더 싫어!
앞뒤가 다른 두 남자가 한 몸에 살고 있단 얘긴데, 어느 쪽이야?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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