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 같지만 그 바닥에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가 다이렉트로 싸우는 이야기. 80년대적 이데올로기와 90년대적 현상이 섞여 있는 독특한 느낌” (오종록 감독),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설정을 이용한 전복적인 이야기로 대중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낸 작품” (김병욱 감독), “볼 때마다 정신줄을 놓고 극에 끌려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간신히 잡은 마지막 정신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베개를 쥐어 뜯어댔던 기억이 생생하다.” (홍자매) SBS (이하 )이 방송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작가와 감독들은 여전히 이 작품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돈이 필요한 여자와 돈이 지루한 남자, 야망이 큰 남자와 자존심이 강한 여자. 출생의 비밀이나 복수 같은 장치도 없이 네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미워하는 이야기만으로 는 멜로의 정수를 보여주며 한국 드라마사에 화인 같은 자취를 남겼다.
“처음부터 작가가 쓴 캐릭터, 연출이 이해하는 캐릭터, 배우가 표현하는 캐릭터가 거의 일치해 움직였다. 조인성, 소지섭 같은 배우들도 그 전에는 자신감이 부족해 잠재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놀 수 있도록 만들어 주니 그 이상을 해냈다. 다들 운명같이 만났던 거다.” , 등을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를 보여주었던 최문석 감독은 를 만나 특기를 발휘했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멜로 특화적 연출의 비결은 단순하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땐 삐삐도 핸드폰도 없었으니까 토요일 오후 두 시에 종로 서적 앞에서 만나자고 하면 그건 영원히 토요일 오후 두시 종로서적인 거다. 한 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면서 너무 즐겁고, 5분 전이 되면 초조해지고, 안 나오면 두 시간씩 기다리고. 그렇게 엄마 몰래 정독도서관 다니면서 여학생들 만나 영화 한 편 보고 빵집 가던 시절의 설레던 감정들이 남아 있다.” 유독 감수성이 뛰어나던 소년에서 어느새 연출 20년차로 접어든 최문석 감독이 선배들의 작품을 추천했다. SBS
1995년, 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
“좋은 드라마를 얘기할 때 는 기본으로 들어가는 작품이다. 사실 김종학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듦으로써 후배 연출자들이 드라마를 할 수 있는 소재적 공간을 싹 말살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80년 광주와 삼청교육대 등 굵직굵직한 내용들을 다 다루는 바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대사 속의 시대극이 거의 없고, 만약 같은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 해도 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이미 최선의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에 후배들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이건 칭찬이다. (웃음)”
SBS
2001년, 극본 김규완, 연출 오종록
“오종록 선배의 작품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해서 신인 시절 영향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 국에서 같이 일한 적도 있고, 우리 둘 다 독문학을 전공했는데 공통점은 둘 다 독어는 잘 못 한다는 거다. (웃음) 같은 초기작들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 중에 제일 강렬했던 건 역시 다. 오종록 선배는 헛헛하게 하는 작품이 없다. 아주 질긴 사람이고, 연출이나 이야기를 만들 때도 나보다 훨씬 ‘쥐어짜는’ 스타일이다. 인간의 감정을 겉에서만 훑지 않고 막 할퀴고 상처 내면서 끝까지 다 보여주는데 그 힘이 대단하다.”
MBC
2003년, 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
“드라마 일을 하다 보니 새 작품이 시작되면 대부분 1, 2회는 놓치지 않고 본다. 그 다음부터는 재미가 있어야 꾸준히 보게 되는데 , 은 물론 까지 이병훈 감독의 사극들은 다 재미있게 봤다. 특히 을 좋아했는데 스케일이 큰 이야기 안에서도 디테일이 대단하고, 미술을 운용하거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작가들과 작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비슷한 색깔이 나온다는 것은 감독이 가지고 있는 색깔 때문인 것 같고 이는 사극이라는 하나의 장르, 자신에게 잘 맞는 분야를 계속 연구하신 결과라고 본다. 지금도 작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비롯해 많은 연출가들의 꿈이기도 하다.”
이후 최문석 감독은 와 최근 종영한 를 연출했다. 로 인해 높아진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KBS 나 등 볼 거리가 다양하고 규모가 큰 작품들이 주목받는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는 새로운 숙제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은 멜로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본질에서 나오는 갈등과 감정을 스토리에 어떻게 잘 담아 만들어내느냐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살릴 수 있게 멋진 포장을 찾고 있다.” 지금은 CP를 맡아 데스크에 있는 그가 다시 현장으로 나오는 날, 우리는 한층 더 깊어진 멜로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처음부터 작가가 쓴 캐릭터, 연출이 이해하는 캐릭터, 배우가 표현하는 캐릭터가 거의 일치해 움직였다. 조인성, 소지섭 같은 배우들도 그 전에는 자신감이 부족해 잠재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놀 수 있도록 만들어 주니 그 이상을 해냈다. 다들 운명같이 만났던 거다.” , 등을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를 보여주었던 최문석 감독은 를 만나 특기를 발휘했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멜로 특화적 연출의 비결은 단순하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땐 삐삐도 핸드폰도 없었으니까 토요일 오후 두 시에 종로 서적 앞에서 만나자고 하면 그건 영원히 토요일 오후 두시 종로서적인 거다. 한 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면서 너무 즐겁고, 5분 전이 되면 초조해지고, 안 나오면 두 시간씩 기다리고. 그렇게 엄마 몰래 정독도서관 다니면서 여학생들 만나 영화 한 편 보고 빵집 가던 시절의 설레던 감정들이 남아 있다.” 유독 감수성이 뛰어나던 소년에서 어느새 연출 20년차로 접어든 최문석 감독이 선배들의 작품을 추천했다. SBS
1995년, 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
“좋은 드라마를 얘기할 때 는 기본으로 들어가는 작품이다. 사실 김종학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듦으로써 후배 연출자들이 드라마를 할 수 있는 소재적 공간을 싹 말살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80년 광주와 삼청교육대 등 굵직굵직한 내용들을 다 다루는 바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대사 속의 시대극이 거의 없고, 만약 같은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 해도 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이미 최선의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에 후배들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이건 칭찬이다. (웃음)”
SBS
2001년, 극본 김규완, 연출 오종록
“오종록 선배의 작품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해서 신인 시절 영향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 국에서 같이 일한 적도 있고, 우리 둘 다 독문학을 전공했는데 공통점은 둘 다 독어는 잘 못 한다는 거다. (웃음) 같은 초기작들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 중에 제일 강렬했던 건 역시 다. 오종록 선배는 헛헛하게 하는 작품이 없다. 아주 질긴 사람이고, 연출이나 이야기를 만들 때도 나보다 훨씬 ‘쥐어짜는’ 스타일이다. 인간의 감정을 겉에서만 훑지 않고 막 할퀴고 상처 내면서 끝까지 다 보여주는데 그 힘이 대단하다.”
MBC
2003년, 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
“드라마 일을 하다 보니 새 작품이 시작되면 대부분 1, 2회는 놓치지 않고 본다. 그 다음부터는 재미가 있어야 꾸준히 보게 되는데 , 은 물론 까지 이병훈 감독의 사극들은 다 재미있게 봤다. 특히 을 좋아했는데 스케일이 큰 이야기 안에서도 디테일이 대단하고, 미술을 운용하거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작가들과 작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비슷한 색깔이 나온다는 것은 감독이 가지고 있는 색깔 때문인 것 같고 이는 사극이라는 하나의 장르, 자신에게 잘 맞는 분야를 계속 연구하신 결과라고 본다. 지금도 작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비롯해 많은 연출가들의 꿈이기도 하다.”
이후 최문석 감독은 와 최근 종영한 를 연출했다. 로 인해 높아진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KBS 나 등 볼 거리가 다양하고 규모가 큰 작품들이 주목받는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는 새로운 숙제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은 멜로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본질에서 나오는 갈등과 감정을 스토리에 어떻게 잘 담아 만들어내느냐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살릴 수 있게 멋진 포장을 찾고 있다.” 지금은 CP를 맡아 데스크에 있는 그가 다시 현장으로 나오는 날, 우리는 한층 더 깊어진 멜로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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