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제1회 슈퍼모델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소라에게 ‘국내 최초의 슈퍼모델’이라는 수식은 이름처럼 친숙한 표현이다. 물론 그녀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 땅에 모델이라는 직업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늘씬한 키와 서늘한 눈매로 얌전하고 아담한 요조숙녀의 미덕을 완전히 배반하는 이소라의 등장은 미의 기준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억할만한 사건이 되었다. 게다가 도발적인 외모만큼이나 화끈하고 솔직한 그녀의 성격은 런웨이 위의 마네킹이 아니라 새로운 태도를 제시해 줄 수 있는 트렌드 리더로서 모델의 역할을 긍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소라는 패션계에서도, 패션에 문외한인 대중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화제의 인물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이소라의 모습을 한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휴식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영역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던 그녀는 온스타일 의 진행자로 발탁되면서 잠깐의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이것은 패션계에서 시청자에게 친화적인 진행을 이끌어 가는 동시에 심사위원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소라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리고 허리디스크에도 불구하고 하이힐을 신고 ‘패션’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던 첫 번째 시즌을 지나 “평소에 입어볼 수 없는 다양한 의상과 장신구들을 착용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아직도 제가 그런 착장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구요”라고 할 정도로 매 회 프로그램의 상징으로서 고심을 거듭한 두 번째 시즌의 마지막 녹화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는 를 통해 패션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영원한 모델, 아직도 Jean-Paul Maunick의 ‘Primal’을 들을 때면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를 걷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소라에게 인생이라는 런웨이를 함께하는 소중한 노래들을 추천받았다. 1. Lenny Kravitz의 < Mama Said >
“< Mama Said > 앨범은 매번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어요. ‘Butterfly’도 좋지만 특히 ‘All I Ever Wanted’는 듣는 순간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린 곡이거든요.”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취합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레니 크라비츠는 존 레논과 지미 헨드릭스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 위에 뛰어난 연주 실력을 더해가고 있는 뮤지션이다. 또한 무대에서의 카리스마와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통해 섹시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그는 타고난 연예인으로서의 자질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의 멋진 분위기에 반한 것은 이소라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 레니 크라비츠 같은 목소리로 저에게 고백을 해 오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해요. 하하하. 절절하게 외치면서 말이죠.” 2. Kelis의 < Tasty >
패션은 단순한 의상의 문제가 아니다. 태도와 취향, 분위기와 사고방식 전체가 융합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패션의 룩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소라는 켈리스의 음색을 단지 목소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저는 켈리스의 라이프스타일이 진정으로 궁금해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면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쉽게 툭툭 부르는 것 같은데 정말 노래의 매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잖아요. 게다가 이렇게 섹시하게 부르는 사람은 처음 봤다니까요.” 그녀의 생활을 궁금해 하는 이소라를 위해 전하자면, 뉴욕 할렘 출신으로 초록색 웨딩드레스를 선택할 정도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켈리스는 현재 임산부의 몸으로 힙합 스타인 나스와 이혼 협의 중이다. 그러나 올해 새 앨범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고 하니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싱글맘 싱어를 만날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3. Santana의 < Supernatural >
세상의 모든 런웨이가 화려하고 번쩍이는 것은 아니듯, 인생의 순간들도 때로는 소박하고 온유한 공기를 품는다. 그리고 그럴 때, 이소라는 산타나를 듣는다. “< Supernatural >의 모든 곡이 명곡이죠. 물론 ‘Maria Maria’도 정말 좋죠. 그렇지만 저는 ‘Wishing It Was’를 특히 사랑해요. 노래하는 목소리도 조용하지만 정말 멋있구요. 가슴이 찡할 만큼 그리운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노래인 것 같아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산타나가 1999년 발표한 < Supernatural >은 그의 무르익은 음악적 기량과 더불어 화려한 보컬리스트 기용으로 화제가 되었던 음반이다. 그중에서도 이소라가 반한 ‘Wishing It Was’는 스톨홀름 출신의 뮤지션 이글 아이 체리가 부른 것으로 그의 누나인 네네 체리 역시 유명한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4. god의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아무래도 보여지는 부분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god의 노래는 그저 듣기에도 좋은 노래들이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이들도 추억 속의 그룹처럼 느껴질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아이돌의 귀여움에 열광하기보다는 그들이 성숙해가며 불렀던 노래의 가사가 전해주던 공감의 순간을 기억하는 이소라는 god의 의 노랫말들을 특히 소중하게 기억했다. “일단 노래를 잘 불러서 더욱 가사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구요. 그저 줄글로 써 놓고 봐도 참 와 닿는 가사들이 많았어요. ‘보통날’의 소박한 이야기도 좋고,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은 정말 언젠가 썼던 일기, 혹은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처럼 현실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5. Imogen Heap의 < Style Meets Music >
마지막으로 이소라가 선택한 곡은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싱어송라이터 Imogen Heap의 ‘I Am In Love With You’다. 얼핏 세련된 클럽이나 전위적인 패션쇼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곡이지만 이소라가 노래를 추천한 이유는 전혀 의외다. “솔직히 Imogen Heap의 노래들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목소리도 특별히 좋아하는 음색이 아니고.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이 곡만은 계속 듣게 되네요. 뭐랄까, 굉장히 묘해요.” 패션이란 예측 불가한 작은 부분을 통해 진보를 경험한다. 그리고 인생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을 통해 흥미를 얻게 된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뮤지션의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발견하는 것 역시 패션, 그리고 인생이 갖고 있는 그 무정형의 에너지와 일맥상통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도저히 왜 좋은지 납득할 수 없지만 ‘묘한’ 느낌 때문에 그 노래를 잊을 수 없다는 이소라의 설명을 어쩌면 가장 솔직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에는 디자이너의 문턱에 가까워진 사람들이 출연한다. 그리고 그들은 매번 주어지는 과제를 통해 보다 빨리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들의 경쟁결과만을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 과정 동안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성장의 궤적이 가감 없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소라는 그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출연자가 좋은 기회를 얻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때로는 정말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친구가 탈락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정말 속상하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니까 실망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화려한 런웨이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백 스테이지를 견뎌야 하는 법을 아는 그녀에게 괜스레 인생의 백 스테이지를 함께한 노래를 물었다. “존 레논의 < Double Fantasy >요. 그중에서도 ‘Woman’은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어요.” 무대 앞의 화려함과 뒤의 고단함, 두 개의 판타지를 모두 알고 있는 여자를 우리는 최초의 슈퍼모델이라 부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그런 이소라의 모습을 한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휴식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영역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던 그녀는 온스타일 의 진행자로 발탁되면서 잠깐의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이것은 패션계에서 시청자에게 친화적인 진행을 이끌어 가는 동시에 심사위원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소라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리고 허리디스크에도 불구하고 하이힐을 신고 ‘패션’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던 첫 번째 시즌을 지나 “평소에 입어볼 수 없는 다양한 의상과 장신구들을 착용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아직도 제가 그런 착장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구요”라고 할 정도로 매 회 프로그램의 상징으로서 고심을 거듭한 두 번째 시즌의 마지막 녹화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는 를 통해 패션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영원한 모델, 아직도 Jean-Paul Maunick의 ‘Primal’을 들을 때면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를 걷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소라에게 인생이라는 런웨이를 함께하는 소중한 노래들을 추천받았다. 1. Lenny Kravitz의 < Mama Said >
“< Mama Said > 앨범은 매번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어요. ‘Butterfly’도 좋지만 특히 ‘All I Ever Wanted’는 듣는 순간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린 곡이거든요.”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취합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레니 크라비츠는 존 레논과 지미 헨드릭스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 위에 뛰어난 연주 실력을 더해가고 있는 뮤지션이다. 또한 무대에서의 카리스마와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통해 섹시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그는 타고난 연예인으로서의 자질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의 멋진 분위기에 반한 것은 이소라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 레니 크라비츠 같은 목소리로 저에게 고백을 해 오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해요. 하하하. 절절하게 외치면서 말이죠.” 2. Kelis의 < Tasty >
패션은 단순한 의상의 문제가 아니다. 태도와 취향, 분위기와 사고방식 전체가 융합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패션의 룩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소라는 켈리스의 음색을 단지 목소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저는 켈리스의 라이프스타일이 진정으로 궁금해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면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쉽게 툭툭 부르는 것 같은데 정말 노래의 매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잖아요. 게다가 이렇게 섹시하게 부르는 사람은 처음 봤다니까요.” 그녀의 생활을 궁금해 하는 이소라를 위해 전하자면, 뉴욕 할렘 출신으로 초록색 웨딩드레스를 선택할 정도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켈리스는 현재 임산부의 몸으로 힙합 스타인 나스와 이혼 협의 중이다. 그러나 올해 새 앨범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고 하니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싱글맘 싱어를 만날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3. Santana의 < Supernatural >
세상의 모든 런웨이가 화려하고 번쩍이는 것은 아니듯, 인생의 순간들도 때로는 소박하고 온유한 공기를 품는다. 그리고 그럴 때, 이소라는 산타나를 듣는다. “< Supernatural >의 모든 곡이 명곡이죠. 물론 ‘Maria Maria’도 정말 좋죠. 그렇지만 저는 ‘Wishing It Was’를 특히 사랑해요. 노래하는 목소리도 조용하지만 정말 멋있구요. 가슴이 찡할 만큼 그리운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노래인 것 같아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산타나가 1999년 발표한 < Supernatural >은 그의 무르익은 음악적 기량과 더불어 화려한 보컬리스트 기용으로 화제가 되었던 음반이다. 그중에서도 이소라가 반한 ‘Wishing It Was’는 스톨홀름 출신의 뮤지션 이글 아이 체리가 부른 것으로 그의 누나인 네네 체리 역시 유명한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4. god의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아무래도 보여지는 부분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god의 노래는 그저 듣기에도 좋은 노래들이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이들도 추억 속의 그룹처럼 느껴질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아이돌의 귀여움에 열광하기보다는 그들이 성숙해가며 불렀던 노래의 가사가 전해주던 공감의 순간을 기억하는 이소라는 god의 의 노랫말들을 특히 소중하게 기억했다. “일단 노래를 잘 불러서 더욱 가사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구요. 그저 줄글로 써 놓고 봐도 참 와 닿는 가사들이 많았어요. ‘보통날’의 소박한 이야기도 좋고,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은 정말 언젠가 썼던 일기, 혹은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처럼 현실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5. Imogen Heap의 < Style Meets Music >
마지막으로 이소라가 선택한 곡은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싱어송라이터 Imogen Heap의 ‘I Am In Love With You’다. 얼핏 세련된 클럽이나 전위적인 패션쇼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곡이지만 이소라가 노래를 추천한 이유는 전혀 의외다. “솔직히 Imogen Heap의 노래들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목소리도 특별히 좋아하는 음색이 아니고.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이 곡만은 계속 듣게 되네요. 뭐랄까, 굉장히 묘해요.” 패션이란 예측 불가한 작은 부분을 통해 진보를 경험한다. 그리고 인생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을 통해 흥미를 얻게 된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뮤지션의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발견하는 것 역시 패션, 그리고 인생이 갖고 있는 그 무정형의 에너지와 일맥상통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도저히 왜 좋은지 납득할 수 없지만 ‘묘한’ 느낌 때문에 그 노래를 잊을 수 없다는 이소라의 설명을 어쩌면 가장 솔직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에는 디자이너의 문턱에 가까워진 사람들이 출연한다. 그리고 그들은 매번 주어지는 과제를 통해 보다 빨리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들의 경쟁결과만을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 과정 동안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성장의 궤적이 가감 없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소라는 그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출연자가 좋은 기회를 얻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때로는 정말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친구가 탈락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정말 속상하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니까 실망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화려한 런웨이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백 스테이지를 견뎌야 하는 법을 아는 그녀에게 괜스레 인생의 백 스테이지를 함께한 노래를 물었다. “존 레논의 < Double Fantasy >요. 그중에서도 ‘Woman’은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어요.” 무대 앞의 화려함과 뒤의 고단함, 두 개의 판타지를 모두 알고 있는 여자를 우리는 최초의 슈퍼모델이라 부른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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