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설 특집 프로그램이 이라니. 이거 너무 빤한 포맷에 너무 빤한 TV 시청 아니야?
그냥 좀 봐주면 안 돼? 오늘 소녀시대 티파니랑 써니랑 애프터 스쿨 가희까지 나온다고 했단 말이야.

채널 돌려.
아, 2PM 찬성이랑 준호, 2AM 슬옹이랑 창민이까지 나온다고 그랬다.

착한 내가 봐줘야지 뭐.
그래. 그리고 내가 해설도 하나하나 다 해줄게. 그러면 씨름 보는 재미가 있을 걸? 룰 자체는 상당히 간단한 게임이지만 상대방을 넘어뜨리기 위한 수읽기나 기술이 정말 무궁무진한 스포츠야. 아마 밸런스 유지라는 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스포츠보다…

조용히 좀 해. 지금 슬옹이랑 준호랑 나왔잖아.
아, 저 둘이 붙네? 저 정도면 거의 우승 후보끼리 대결 아닌가? 아악! 티파니랑 써니 응원 봤어? 봤지? 저건 거의 심리적 도핑(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위한 약물 복용)이야, 도핑. 이미 승리는 슬옹이로 거의 확정…

돌려.
잠깐, 슬옹이가 진짜 이겼어! 거의 들어 던지는데?

와, 슬옹이 힘 진짜 세다. 응? 들배지기? 저 기술이 들배지기 맞아?
응, 들배지기고, 그 중에서도 들어 올리면서 들배지기가 아니라 들어 올린 후 들배지기야.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 모든 씨름 기술의 목적은 결국 하나야. 상대방의 무게 중심을 무너뜨려서 쓰러뜨리는 거지. 그 중 들어 올리면서 들배지기는 상대방을 들면서 다리를 걸어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는 거고, 들어 올린 후 들배지기는 아예 상대방의 발을 지면에서 띄워 몸을 지탱할 여지를 없앤 다음에 넘어뜨리는 거지. 순식간에 상대방을 들어 올리는 하체와 허리힘이 중요한 기술이야.
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그럼 슬옹이처럼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한 거야?
들배지기로 유명한 게 인간 기중기라 불리던 205㎝의 이봉걸 장사긴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이만기 장사나 지금 MC로 활약하는 강호동도 들배지기를 잘 썼으니까. 다만 상대방의 두 발을 땅에서 떨어지게 할 정도로 들어야하니까 키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상대로 쓰긴 쉽지 않지. 그러니 전성기 이봉걸이나 최홍만처럼 키가 크고 근력 역시 좋은 선수들이 들배지기를 주무기로 쓰게 되지.

그럼 결국 씨름도 체격 좋은 사람이 유리한 거야?
기량의 차이가 아주 크지 않다면 당연히 타고난 체격과 체중에 의한 어드밴티지가 생기게 되지. 아까 말한 것처럼 상대방의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는 게 목표라면 당연히 힘이 좋고 상대방이 기술을 걸기 어려운 체형의 선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잖아. 하지만 이만기처럼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있거나 선수 시절 강호동처럼 허리힘이 좋고 유연하면 체격 문제를 극복하는 것도 가능해. 아까 준호처럼 몸이 들렸다가 뒤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전성기 강호동이었다면 공중에서 몸을 돌리는 되치기로 슬옹이를 먼저 땅에 닿게 할 수 있었을 거야. 물론 일반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러니 오늘처럼 아마추어들이 싸우는 시합이라면 체격이 우월한 사람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지금 하는 신동이랑 노유민은 체격도 그렇고 얼굴도 거의 똑같은데? 아앗! 아예 뒤집어서 던져버렸어! 신동 힘이 훨씬 좋나봐.
신동의 힘이 좋은 것도 좋은 건데 지금 건 타이밍이 참 좋았어. 방금 노유민이 허리샅바를 놓고 손을 신동의 등으로 뻗잖아. 저건 등샅바 잡아채기라고 해서 상대방의 등쪽 샅바를 잡아 당겨 무게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하면서 넘어뜨리고 자기는 옆으로 슬쩍 피하는 기술이거든. 그런데 그렇게 끌어당기기도 전에 팔을 뻗느라 몸의 균형이 앞으로 쏠린 노유민을 어깨에 걸쳐 뒤로 넘긴 거야. 저건 단순히 힘으로만 이겼다고 볼 수 없어.

씨름이라는 게 생각보다 다양한 기술이 있구나?
물론이지. 힘과 기술,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는 스포츠야.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앗, 티파니다! 이겨! 무조건 이겨! 아니, 채널을 왜 또 돌리려는 거야. 참아.

아, 정주리가 이겼네? 어쩌나. 응원이 소용이 없나 보네?
하아… 이건 아니야. 내가 원하는 4강은 티파니, 써니, 가희, 주연이었는데…

어차피 나도 오전반 오후반 4강 꿈이 깨졌단 말이야. 그러니 우승은 우리 오전반 아니면 오후반에서 나와야지.
자, 이제 오후반 찬성이 출동한다. 하드웨어만 보면 우승감인데 말이지. 40대인 조영구가 상대하기엔 좀 무리인데? 찬성이가 무난히 이길 거 같…

어, 뭐야! 찬성이가 졌어! 다 네가 설레발쳐서 그래! 어쩔 거야!
나보고 어쩌라고. 저건 조영구가 잘 한 거야. 버티기도 잘 버텼고, 찬성이와의 거리가 좁혀진 틈을 놓치지 않고 무릎 당기기 기술을 걸어서 넘어뜨린 거라고.
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써니가 가희를 어떻게 이긴 거야?
뭐야? 이젠 또 슬옹이랑 창민이랑 붙이는 거야? 둘 중에 하나 밖에 못 올라가는 거잖아. 이게 뭐야.
와, 그래도 생각보다 치열한 경기가 되겠는데? 창민이 근육 좀 봐봐.

어, 창민이가 먼저 넘어뜨리려고 하고 있어! 어, 어, 어, 엇! 또 슬옹이가 이겼어! 창민이가 이기는 줄 알았더니.
저건 잡치기에 대응하는 가장 교과서적인 되치기야. 허리 중심을 오른쪽으로 틀어주면서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해 넘어뜨리는 방법이지. 물론 슬옹이가 따로 씨름 기술을 배운 건 아닐 거고, 그 상황에서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상대방을 넘어뜨리려다가 자연스레 나온 움직임일 거야. 이렇게 기술 하나하나를 보면 알겠지만 승부의 세계에 우연이란 없어. 결국 스포츠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써니 나오는데?
꿈은 이루어진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