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객: 김치전쟁>│입맛 없는 자를 위한 에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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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의 만찬에서 일본 수상은 오랜 시간 한국 음식을 맛보지 못한 한국 대통령을 위해 김치와 불고기를 내온다. 한국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독특한 맛이라는 찬사가 떨어지기 무섭게 일본 수상이 뒤통수를 친다. “일본의 기무치와 야끼니꾸입니다. 입맛에 맞으셨으니 다행입니다.” 현실의 대통령처럼 추진력 강한 영화 속 대통령도 김치 세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김치 경영대회를 연다. 이 지점에서 영화 역시 과거의 영화 처럼 요리 경합을 통해 플롯을 이끌어 나갈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수상 관저에서 기무치와 야끼니꾸를 만들었던 장본인인 천재 요리사 장은(김정은)이 자존심을 위해,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한식의 명가 춘양각에서 자랐던 또 한 명의 요리 천재 성찬(진구)이 몰락한 춘양각의 매매를 막기 위해 경연대회에 참여한다.
영화 <식객: 김치전쟁>│입맛 없는 자를 위한 에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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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은 고이지만 눈물은 글쎄
영화 <식객: 김치전쟁>│입맛 없는 자를 위한 에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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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보다 중요한 축은 사람”이라는 김정은의 말도 있었지만 사실 경연대회에 등장하는 오색찬란한 김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아픈 기억을 지우기 위해 춘양각을 없애려는 장은과 과거 단골들의 추억을 위해 춘양각을 지키려는 성찬의 갈등은 오히려 부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것은 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김치라는 하나의 소재만을 가지고 요리 경합의 볼거리를 충분히 채웠다는 점에서는 엄지를 들어 올릴만하지만, 그 김치를 만들면서 인물들이 자신의 과거, 그리고 어머니와 화해하는 모습은 마치 겉절이 담그듯 속성으로 진행된다. 빠른 진행 자체가 흠은 아니겠지만 오랜 시간 묵혀놨던 앙금이 작은 계기 하나로 사라지는 순간 극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오직 경합에서의 빠른 손놀림만이 시야에 남는다.

그래서 의 마지막 김치 경합은 과연 어떤 김치가 한국을 대표할 것이냐에 대한 대답은 될지언정,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대단원의 장이 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만약 이 작품이 가족에 대한 정을 환기시킨다면 주인공들의 눈물 때문이 아니라 집에서 담근 배추김치에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경합과 두 주인공의 개인사가 연결되는 이음매가 좀 더 탄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그래서다. 눈물샘보다는 허기를 좀 더 자극하는 은 1월 28일 개봉한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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