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호│My name is...
김산호│My name is...
내 이름은 김산호 金山鎬. 돌림자를 써서 아버지가 지어주셨는데 내가 태어난 병원이 ‘호산부인과’라는 곳이라 그걸 뒤집은 게 아닐까 싶다.
충남 천안에서 1981년 2월 12일에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다.
삼형제 가운데 막내다. 부모님과 큰형, 형수님, 조카 둘, 작은 형이 있다. 애들을 좋아해서 고향 가면 조카들과 자주 놀아주는데 나만 보면 배스킨라빈스 가자고 조른다. (웃음)
서울예대 연극과에 다니다 스물한 살 때 동기들 따라 군대에 갔다. 그 땐 별 생각 없었는데 친한 친구가 나이 서른에 입대한 걸 보니 안쓰러워서 일찍 다녀오길 잘했다 싶다.
요즘은 2월에 공연하는 를 연습 중이다. 원래 몸치지만 같은 춤을 오래 추다 보니까 그래도 늘었다. 아마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가 될 거다.
예전 공연 중 청바지 지퍼가 열린 적이 몇 번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 공연 때도 항상 불안해하다 슬쩍 뒤돌아 확인하고 그랬다. 왜 꼭 양손을 다 쓰는 장면만 되면 그게 불안하던지!
에서 어리고 순수한 청년 마트를 연기했는데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혀가 짧아져서 “내 칼이 어딨지?”라는 대사를 자꾸 “내 칼이 어딨띠?”라고 해버렸다. 마지막 공연 때 (김)태한이 형이 날 놀려주려고 “내 칼이 어딨띠?”에 맞춰 “띠리리리리~”하는 영구 흉내 낸다며 벼르고 있길래 대사를 아예 “내 칼을 갖다줘”로 바꿔 버렸다. (웃음)
작년 봄의 는 열성 팬이 많은 작품이라 준비하기도, 연기하기도 정말 힘들었다. 내가 맡은 ‘그’ 리차드를 어떻게 해석할까 고민하다가 ‘나’ 네이슨을 리차드가 이용만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좋아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공연 중간에 친한 친구인 (정)상윤이와 서로 ‘네가 연기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에서는 맨날 영애에게 살 빼라고 구박하지만 사실 나도 일 때문에 다이어트 해봐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다이어트 하라는 말 안 할 거다. 어차피 그 모습을 좋아해서 사귄 거니까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다.
산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응당’은 실제로 모 작가님이 자주 쓰는 단어인데 내 캐릭터가 얻게 됐다. 말 하면서도 너무 웃긴다. 사실 난 다른 사람들이 순대국 먹자고 하면 순대국 먹고, 짜장면 먹자고 하면 짜장면 먹으러 가는 사람인데 산호는 ‘응당’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먹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니까.
산호는 반포 자이에 살지만 나는 이태원에 혼자 산다. 상윤이를 비롯한 친구들과 주로 이태원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어차피 아침까지 마시는 거, 집이 경기도인 상윤이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기 때문이다.
작가님들과의 첫 미팅은 가라오케에서였다. 회사에 예쁜 여직원 들어와서 좋아하는 남자직원들처럼 노래 불러보라고 해서 부르니까 환호하시고 그랬다. 모 작가님은 “1년만 사귀어주면 로 바꿔 준다!”고 하셨다. (웃음) 그렇게 편해지면서 작가님들도 내 실제 성격을 잡아 캐릭터에 쓰시는 것 같다.
100회 특집은 본편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막장 드라마의 모든 걸 함축시켜서 영애와 산호의 충격적인…스포일러니까 말하지 않겠다. (웃음) 호란, 구준엽, 김미화, 김진표 씨 등 화려한 특별출연도 많고 아주 재밌을 거다.
영애와 산호처럼 여자와 친구가 된다면 글 쓰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배우는 작가가 쓴 글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직업이니까 그걸 쓰는 사람들이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는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가 궁금하다.
최근 촬영에 들어간 영화 는 스릴러인데 김태우 선배님이 평범한 회사원에서 나쁜 상황에 휘말리며 악행을 저지르는 주인공을 맡으셨다. 나는 주인공의 친한 부하직원이지만 알고 보면 배신자다.
그 날의 촬영분에 연연하기보다 전체 극의 흐름을 이해하라는 말씀을 김태우 선배님이 해주셨다. 대본을 받으면 다음 날 대사만 보지 말고 꼭 하루 한 번씩 정독을 하면서 작품의 깊이를 보라는 가르침이 너무 감사했다. 어차피 연기는 평생을 두고 가는 거니까.
무대에서는 언젠가 의 콜린 역을 해보고 싶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콜린의 목소리에 반해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젊고 눈에 띄는 역할은 지금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마음 넓은 남자를 연기하려면 연륜이 필요할 것 같다.
초연 때 무휼 역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늘 괴유만 맡기신다. 열심히 하면서도 (고)영빈이 형이 연습할 때 옆에서 계속 무휼 대사를 조그맣게 외워본다. (웃음) 하지만 내가 봐도 영빈이 형의 나이나 연륜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이해의 깊이는 범접할 수 없는 것 같다. 항상 꿈을 꾸면서 나에게도 연륜이 쌓일 때까지 준비하고 있어야지.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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