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호│응당 이 남자!
김산호│응당 이 남자!
잘 생겼다. 키도 크다. 능력 있다. 집도 잘 살고 옷도 잘 입는다. 소개팅에서 만나면 로또 맞은 기분일 것 같은 이 남자, 그런데 입 열면 폭탄이다. “남자라면 응당 예쁜 여자 좋아하지, 못생긴 여자 좋아하는 남자도 있어?” 라는 외모지상주의자에 세상 모든 차별을 당당하게 실천하고 레깅스 스타일은 괜찮지만 ‘저 다리’는 싫다는, 나름 대쪽 같은 기준까지 가진 밉상. 그런데, 보다 보니 이상하다. “내가 친구로서 충고하는데 너 살 빼야 내년 크리스마스엔 남친이랑 같이 보낼 수 있다?” 따위 막말이 그저 병 주고 약 주는 잔소리 같고 술 취해 길에 뻗어 있을 때 달려와 집에 데려다주는 걸 보면 꼭 그렇게 나쁜 놈만은 아닌 것 같다. tvN (이하 )의 산호(김산호)는 이렇게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얄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신기한 남자다.

유치원 원장의 꿈을 바꾼
김산호│응당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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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욕 많이 먹었어요. KBS 에서도 악역이었지만 이번엔 미니홈피에 악플도 많이 달리고 쪽지로도 많이 혼났어요. 그래서 알았죠. 아, 가 정말 인기가 많구나!” 극 중 산호의 빈정거림은 쏙 빼고 영애를 놀릴 때의 장난기만 남긴 표정으로 김산호가 말한다. 우월한 외모와 달리 알고 보면 허당에, 늘 못생겼다며 구박하던 영애에게 정 들어버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그의 연기는 이미 3년을 함께 해 온 의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녹아들며 시즌 6의 재미를 책임진다. “회사에서도 꼭 예쁜 여직원한테만 잘 해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성격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가 영애와 점점 친해지면서 이런 애도 인간적인 끌림으로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조만간 100회 특집으로 방송될 ‘막장 드라마’ 편에서는 드디어 둘의 키스신까지 준비되어 있단다.

건축을 공부해 직접 유치원 건물을 지어 원장 선생님이 되겠다는, 다소 동화 같은 꿈을 가졌던 고등학생 시절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우연히 보게 된 연극 이었다. 무대 위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한 뒤에는 연기가 생활 그 자체가 됐다. “연기하는 친구 넷이 함께 자취하는 집이 연습실이었어요. 누가 오디션 준비하면 카메라로 찍어주고 상대역도 해주니까 합격률이 좋았죠. 친구들이 뮤지컬 에 출연했는데 매일 듣다 노래를 다 외워버렸어요. 옆방에서 틀리게 부른다 싶으면 가서 지적해줄 정도로. (웃음)” 뮤지컬 에 이어 MBC 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알려졌고 지난해에는 화제의 뮤지컬 에서 신선한 캐릭터 해석으로 주목받은 그는 지나간 공연들이 ‘정말 힘들었다’고 엄살을 피우지만 부리부리한 눈매가 가늘어지며 짓는 표정에는 당장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써 있을 만큼 즐거운 기운이 가득하다.

“남자, 서른부터 시작이죠”
김산호│응당 이 남자!
김산호│응당 이 남자!
김산호│응당 이 남자!
김산호│응당 이 남자!
요즘에는 촬영과 2월 공연인 뮤지컬 연습, 김태우 주연의 스릴러 촬영 등 방송, 공연, 영화 일을 동시에 하며 잠이 부족해 체중이 줄어들 지경이지만 무대에서 에너지를 얻고 카메라 앞에서 배우는 김산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기운차게 말한다. “한 가지 일을 10년 하면 빛이 보인다고 하는데 작년이 연기 시작한지 10년째였지만 아무 것도 안 보여서 고민이 많았죠. (웃음) 생각해보면 10년은 자리를 잡는 것보다 이 일을 포기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인 것 같아요. 지나간 10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 서른부터가 시작인 거죠.” 서른이란 숫자가 낯설게 들릴 만큼, 청년의 에너지가 펄떡인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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