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ON] 이승기│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스타ON] 이승기│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좋아요, 좋아!” 연신 싱글싱글 웃음을 짓는 뷰 파인더 속의 이승기를 향해 사진기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카메라 쪽으로 툭!”이라는 주문이 떨어지자 정말 이승기의 표정이 툭, 렌즈 앞으로 낙하했다. 단정함, 반듯함, 순진함, 해맑음. 이승기를 거치면 추상적인 단어들은 그려놓은 것처럼 또렷한 모습을 갖는다. 그래서 삽시간에 조금은 쓸쓸한 듯 어딘가 진지하게 돌변한 그의 얼굴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툭’, 딱 그만큼의 여유가 스며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의 무게는 곧 이 소년이 더 이상 우리가 처음 대면한 고등학생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사실 이승기는 데뷔하던 무렵으로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첫인상과 마찬가지로 그를 지배하는 가장 큰 형용사는 ‘반듯하다’인 탓이다. 인터뷰 하는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서 질문을 경청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교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범생과 같았다. 게다가 “아, 그렇습니까”, “예, 맞습니다”라는 추임새에서는 빳빳한 군기마저 느껴졌다. 조금 복잡한 질문을 들으면서 “응? 아……. 예, 그쵸”라고 작게 스스로에게 속삭일 때, 머릿속에서 펼쳐진 이해의 프로세스를 표정에 그대로 반영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집중력과 순발력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인사를 할 때는 반드시 고개를 숙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차림새는 수수하고, 행동은 조심스러웠다.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예의가 몸에 배어 있으니 그에게서 쉽게 흠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스타ON] 이승기│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스타ON] 이승기│인터뷰 비하인드, Y의 기록
외모 또한 마찬가지다. 꼬리를 빼지 않고 한 번에 그려낸 것 같은 눈매는 과도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처럼 담백한 곡선을 그리고, 눈동자의 깊이는 신뢰감을 줄만큼 검다. 이와 대비되는 살짝 통통한 코와 입술의 선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소년의 느낌이 남아있다. 웃을 때 활짝 커지는 입 꼬리에는 꾸며내지 않은 천진함이 묻어난다. 그 얼굴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그가 ‘누난 내 여자’라는 당돌한 노래를 하면서도 결코 무례해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아이처럼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순수함 위에 쌓여 쉽게 허물어 지지 않는 진중함.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이미지가 꾹 놀러 찍은 도장처럼 이승기를 둘러싼 공기의 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십대 중반. 남자가 되는 나이에 접어 든 그의 숨길 수 없는 징후들은 예상치 못 한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MC 경험의 영향인지 유난히 손동작이 많은 그가 “제가 B형이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손바닥에 알파벳을 쓸 때, 이승기의 뽀얀 손등에는 툭, 툭 힘줄이 불거져 있었다. 무의식중에 손가락을 꺾어 따닥! 소리를 낼 때, 그 힘줄은 더욱 팽팽하게 당겨졌다 푸른빛으로 부풀었다. 여간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그의 복근처럼, 두드러지지 않아서 더욱 인상적인 그 ‘남자의 흔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1박 2일에서 고생을 많이 시키나” 묻자 이승기는 쑥스러운 듯 제 손등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매니저가 웃으며 대신 대답을 했다. “하하하. 그거 운동해서 일부러 만든 거예요! 남자다워 보이지 않아요?” 수줍게 따라 웃던 이승기가 슬쩍 주먹을 쥐자, 거기엔 어느새 훌쩍 자란 남자의 손이 있었다. 이제 소년 승기에게 안녕을 고할 준비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계절이 바뀌면, 세상에서 가장 반듯하면서도 멋진 ‘남자’를 새롭게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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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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