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1박 2일’. 지난 2년여동안 예능계의 가장 큰 난제는 이것 아니었을까. 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 자체를 만든 반면 ‘1박 2일’은 40%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에 유재석이 있으면 ‘1박 2일’에는 강호동이 있다. 가장 인기있지만, 가장 다른 두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MC, PD, 조직 구도, 외부인과의 관계, 정서, 영상, 세계관으로 나눠 에서 비교했다.

<무한도전> vs ‘1박 2일’│비교 탐험, 리얼과 야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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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은 거의 모든 미션에서 출연자들이 서로 경쟁하고, KBS 의 ‘1박 2일’은 제작진이 출연진에게 밥이나 야외 취침을 걸고 복불복을 한다. 그래서 은 각각의 출연자들의 목소리가 크고, ‘1박 2일’은 우선 출연자들의 협동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에는 박명수처럼 대들고, 정준하처럼 잘 삐지며, 노홍철처럼 시끄러운 인물들을 모두 조율하며 동시에 자신도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유재석이 있다. 반면 강호동은 출연자들의 뜻을 모아 제작진과 유리한 협상을 전개하는 큰 형 역할을 한다. 자연스럽게 진행을 하면서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잡아주다 어느 순간 그들과 경쟁을 하고, 때론 몸개그까지 하는 유재석의 진행은 말 그대로 만능이고, 김종민이 ‘1박 2일’에 복귀한 날 김종민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기자들이 궁금해할 멘트에 적당한 답을 해주며 앞으로 진행될 일을 브리핑하는 강호동의 상황 대처 능력은 감탄할 정도다. 두 프로그램의 PD들이 그들에 대해서만큼은 찬사만 하는 이유가 있다.
<무한도전> vs ‘1박 2일’│비교 탐험, 리얼과 야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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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매번 다채롭게 아이템을 바꾸고, 자막부터 사진 한 장까지 센스 있는 유머를 전달한다. 반면 나영석 PD는 때로는 다큐멘터리에 어울리는 긴 호흡의 시퀀스 안에 출연자들의 다양한 모습과 자연 경관까지 함께 담아낸다. 그만큼 김태호 PD는 자신의 의도대로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수 있는 기획력과 감각이, 나영석 PD는 자신이 생각한 방향에서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뚝심과 친화력이 돋보인다. 김태호 PD가 몇 개월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와중에 매월 ‘무한도전 달력’을 촬영하고, 그 사이에 시의성 있는 에피소드를 모두 진행시키는 완벽한 기획력을 가졌다면, 나영석 PD는 남극마저도 일단 갈 기획을 해보고, 정말 가게 되면 그 곳에서 자신도 예측 못한 120%를 뽑아내는 순간까지 기다린다. 패셔니스타인 김태호 PD와 ‘야생’에 적합한 옷을 입는 나영석 PD의 패션 스타일만큼이나 다른 연출 스타일.
<무한도전> vs ‘1박 2일’│비교 탐험, 리얼과 야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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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뻗쳐!” ‘혹한기 캠프’에서 ‘1박 2일’ 출연자들은 잠시나마 얼차려를 받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은지원이 한 살 어린 김종민에게 농담으로 “나이 어리니까 물에 빠져라”라고 할 만큼 ‘1박 2일’은 서열 관계가 뚜렷하다. 반대로 은 박명수와 정준하의 호칭 관계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반장선거’를 통해 유재석에서 박명수로의 권력 이양도 가능하다. 물론 ‘형’이란 호칭을 쓰긴 하지만, 은 자신보다 웃기면 견제하고, 못 웃기면 비판하며, 서로의 방송 분량을 두고 이합집산을 벌이는 회사 동료처럼 보인다. 반면 복불복을 함께 수행해야 하는 ‘1박 2일’에서는 형, 동생하는 서열관계가 보다 빠르고 단결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이는 남자들끼리 고생하며 여행하는 ‘1박 2일’과 예능계의 현실을 쇼에 그대로 반영한 의 차이.
<무한도전> vs ‘1박 2일’│비교 탐험, 리얼과 야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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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식객’편에서 정준하는 명현지 셰프에게 예의 없는 행동을 하다 무수한 비난을 받았다. 이는 정준하가 비호감 캐릭터인 탓도 있지만, 명현지 셰프는 을 돕는 ‘선생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에서 외부 출연자들은 그들에게 무언가 가르쳐 주거나, 그들을 지켜보는 관객들이다. 그들은 선생님에게 정중하게 협력을 요청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일정 선을 넘지 않는 매너를 지켜야 한다. 반면 ‘1박 2일’은 여행 중 만나는 모든 이들이 동반자가 된다. ‘집으로’ 편처럼 아예 일반인이 프로그램의 핵심이 될 수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조차도 캐릭터와 사연을 듣는다. 얼마 전 한 부부는 ‘1박 2일’과 여행 코스를 함께 걸으며 그들의 연애사를 말하기도 했다. 출연자와 일반인들의 관계에서 나오는 따뜻함은 누구든 이 프로그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강호동이 만나는 아이들마다 끌어안는 이유.
<무한도전> vs ‘1박 2일’│비교 탐험, 리얼과 야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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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은 출연자들을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 빠뜨린다. 밥을 안주고, 스태프와 함께 짐을 옮기도록 하며, 찬물에 빠뜨린다. 그래서 우동 한 젓가락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고, 짐 옮기기가 끝난 뒤의 휴식은 세상을 다 얻은 것이다. ‘1박 2일’은 그런 육체적 고통을 통해 작은 일들을 통해서도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멤버들이 겪은 고생은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편집되고, 그들이 힘든 미션을 완수하면 감동적인 음악이 흐른다. 그래서 감정과잉이라는 지적도 받지만, 여러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도 존재한다. 반면 은 ‘의좋은 형제’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고서 하루 동안 얼굴도 쳐다보지 못했다. 물론 그들도 가끔은 울지만, 기본적으로 PD부터 출연자를 ‘까는’ 게 속 편한 사람들이다. 이 서로의 방송 분량을 신경 쓰는 ‘무한 이기주의’로 시작한데다 갈수록 개개인의 경쟁을 추구하는 아이템이 많아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듯. 의 팬층 역시 이런 ‘까는’ 재미를 즐기는 젊은 세대가 많다. 하긴, 인기투표까지 하는 마당에 서로 끌어안고 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무한도전> vs ‘1박 2일’│비교 탐험, 리얼과 야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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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도 말했듯, ‘1박 2일’은 갈수록 ‘예능’보다 ‘다큐’가 생각나는 영상들이 늘어난다. 얼마 전 거문도에서는 출연자들이 수십 kg의 장비를 지고 걸어갈 때 출연자들의 고생스런 얼굴 대신 바스트샷이나 풀샷 위주의 영상을 통해 그 뒤의 배경을 많이 보여주기도 했다. 매번 아이템의 장르 자체가 바뀌는 은 영상 스타일도 변화무쌍하다. 추석특집이었던 ‘무한도전 TV’에서 보여준 ‘무릎 팍 도사’에서는 진짜 ‘무릎 팍 도사’와 거의 흡사한 컷을 보여주고, ‘식객’같은 리얼리티 쇼에서는 기존 리얼리티 쇼와 비슷한 편집을 보여준다. 그래서 은 영상의 스타일보다는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영상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멀리서 다가오는 추격자를 재빨리 보여주거나, ‘Yes or No’에서 온갖 고생 끝에 자장면을 먹는 전진의 얼굴을 위에서 잡으며 그 환희의 감정을 환각적인 느낌이 들만큼 극대화시킨 영상은 의 촬영팀이 프로그램의 맥락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무한도전> vs ‘1박 2일’│비교 탐험, 리얼과 야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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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제작진이 정해놓은 룰 안에서 마음대로 세상을 휘저으며 미션에 도전한다. 반대로 ‘1박 2일’은 여행의 특성상 언제나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대신 제작진은 그 길에 수많은 난관을 설치해 놓는다. 그래서 은 정해진 룰을 지킨다는 전제 안에서 출연자들끼리 숱한 이합집산을 하고, 뺏고 뺏기는 복마전이 펼쳐진다. 반면 ‘1박 2일’은 제작진이 정해놓은 관문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통과하며 목적지에 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1박 2일’은 때론 제작진에게 각각의 난관을 없애 달라고 협상할 수도 있지만, 은 제작진이 정해놓은 게임의 룰만큼은 뒤집을 수 없다. ‘꼬리잡기’에서도 출연자들은 마음대로 서울 시내를 누볐지만, 반칙만큼은 엄격하게 규제됐다. 이 차이는 두 프로그램이 재미를 주는 방식의 차이기도 하다.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은 미션을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만, 같은 세계를 더 깊게 들어가는 ‘1박 2일’은 여행에 동반하는 사람들이 소소한 관문을 통과하며 복작거리는 사이에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다. 넓게, 깊게. 또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귀여운 레이싱. 두 쇼는 그렇게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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