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과 KBS 의 ‘1박 2일’은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를 열었다. 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개념 자체를 만들었고, ‘1박 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이 아닌 다른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두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야할 이유는 그들의 영광스러운 과거가 아니라 더 영광스러운 현재 때문이다. 은 방송 5년째인 지금도 뉴욕에서 요리 대결을 펼치며 화제를 모으는 등 가장 새로운 오락 프로그램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방송 3년째인 ‘1박 2일’은 얼마 전 4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오락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열어가고 있다. 후발 주자들마저 생명력이 다하거나 단 한 번조차 그들만큼의 반응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과 ‘1박 2일’은 전성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과 ‘1박 2일’가 보여주는 예능의 미래와 이젠 연대기라 해도 좋을 두 프로그램의 지난 이야기들, 그들의 전혀 다른 재미의 코드들, 그리고 두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일까지 모두 정리했다. VS ‘1박 2일’!

<무한도전> vs ‘1박 2일’│우리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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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해요! (너희 집이) 화목하지 않다고!” 그 때가 언제였더라. 박명수가 유재석에게 ‘화목론’을 말하던 게. ‘무한’도전은 꿈도 못꾸고 ‘무리한’ 도전만 하던 그 때, 유재석은 “저희가 (한자리수 시청률에도) 이번 개편에서 살아 남았습니다”라며 기뻐했었다. 물론, 그가 디자이너 이상봉의 런웨이에 서며 “태호야 일이 너무 커졌다”라고 말하는 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일이 커졌다. 2006년 초 작은 스튜디오에서 개편을 걱정하던 그들은 2009년 말 에 비빔밥 광고를 실었다. 함께 폐지를 걱정하던 팬들은 그들의 달력을 20억 원어치씩 사는 거대한 팬덤으로 성장했다. MBC 은 그렇게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뿌리를 내렸고, 수많은 아이템의 가지를 뻗으며 오락 프로그램이 나무처럼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육남매’처럼 몇 시간이면 촬영 가능한 에피소드와 ‘전국체전’처럼 몇 달을 매달려야 하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은 독보적인 돌연변이다. 만 존재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하나의 장르로 안착시킨 것은 KBS 의 ‘1박 2일’이다. ‘1박 2일’에는 처럼 뚜렷한 캐릭터와 ‘리얼’의 또 다른 말인 ‘야생’이 있었고, 여기에 1박 2일의 여행이라는 고정된 포맷을 제시했다. ‘1박 2일’은 매번 새롭지는 않지만 덜 복잡했고, 매주 새로운 여행지가 보여주는 자연 경관은 중장년층 시청자들도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고정 시청자로 끌어들였다. ‘1박 2일’의 성공 뒤에 SBS 의 ‘패밀리가 떴다’가 등장하며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전성기가 열렸다.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는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시즌 1이 종료된다.

리얼버라이어티, 으로 시작해 ‘1박 2일’로 완성되다
<무한도전> vs ‘1박 2일’│우리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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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과 ‘1박 2일’이다. 후발주자마저 생명이 다한 지금, ‘1박 2일’은 지난주에 코너 시청률 40%를 기록했다. 으로 시작된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1박 2일’에서 완성됐고, 이제는 한국 오락 프로그램의 미래를 보여준다. 그것은 각각 만 5년과 3년 된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매번 아이템이 달라야 하는 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들은 인도와 뉴욕에 가고, 요리사나 에어로빅 선수도 된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수많은 도전을 하며 다양한 특징을 갖게 되고, 때론 ‘뇌구조 특집’처럼 출연자의 내면을 파헤치는 에피소드를 통해 캐릭터와 실제 인간의 경계도 모호하게 만들었다. 캐릭터간의 실제 관계를 바탕으로 심리전을 펼치는 ‘의좋은 형제’와 ‘의상한 형제’는 의 현재다. 그들은 쌀 두 포대와 쓰레기 봉지만으로도 온갖 음모가 횡행하는 추격전을 만들 수 있고, 그 바탕에는 시청자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의 개인사가 있다.

반면 ‘1박 2일’은 확장이 거의 불가능한 세계다. 여의도 고수부지든 남극이든, ‘1박 2일’이 여행을 떠나 돌아오는 이야기라는 것은 똑같다. 대신 ‘1박 2일’은 갈수록 여행의 모든 요소를 분해하듯 관찰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는다. ‘혹한기 실전캠프’에서 제작진은 차를 타는 것부터 간식, 음식 재료 고르기, 요리하기, 야외 취침까지 모든 과정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혹한기 실전캠프’의 테마가 ‘인연’이듯, ‘1박 2일’은 인간과 인간의 인연을 놓치지 않으면서 단순한 게임의 반복에서 벗어난다. 출연자들만의 여행이었던 프로그램에 PD가 고정 출연자처럼 등장하고, 어느새 출연자와 제작진이 야외 취침을 걸고 복불복을 한다. ‘1박 2일’은 한정된 세계의 하계를 더 많은 사람들을 동참시키며 해결했다. 그들이 ‘1박 2일’에 동화되는 유대감은 ‘1박 2일’의 감수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출연자와 함께 했던 에피소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들의 복불복 게임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12명의 남자들이 함께 물장구를 치는 순간이다.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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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상반된 방식을 기반으로, 두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다. 은 ‘추석특집’에서 뉴스쇼를 패러디하는 콩트 속에 노홍철의 사생활에 대해 토크하고, 전국체전 참여 같은 리얼리티 쇼를 하는 한편, ‘인생극장’이나 ‘꼬리잡기’처럼 다양한 미션과 규칙이 있는 어드벤처 게임도 진행한다. 이 장르 불명의 쇼에 그나마 비슷한 것은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라 DC와 마블 코믹스 등에서 나오는 슈퍼 히어로물이다. 슈퍼맨과 엑스멘이 그러하듯, 은 매번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캐릭터를 발전시키고, 역으로 그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세계 안에 통합시킨다. ‘의상한 형제’에서 등장한 ‘현대판 동화’라는 표현은 의 성격 중 하나다. 때론 동화에 가까운 에피소드도 뚜렷한 캐릭터들을 통해 새롭게 보여줄 수 있다.

이 슈퍼히어로들의 모험 속에서 은 예능도, 영화도, 스포츠도 아닌 이상하지만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추격자와 도망자가 정해지고, 그들에게 단서가 제공되는 ‘여드름 브레이크’의 시나리오는 영화에 가깝다. 하지만 노홍철이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해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은 리얼리티 쇼인지 영화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철거 직전의 어두컴컴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은 영화적인 긴박감을 주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고 거친 영상을 보여준다. 정형돈이 속고 속이는 심리전 끝에 박명수에게 쌀을 주며 눈물어린 고백을 하는 ‘의좋은 형제’의 장르는 리얼리티 쇼일까, 다큐멘터리일까. 지금의 은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쇼다.

‘1박 2일’, 식상함을 돌파하는 기본기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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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를 실험하는 동안 ‘1박 2일’은 어떻게,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행이라는 제한선이 있는 ‘1박 2일’은 집요할 만큼 모든 부분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는다. ‘1박 2일’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진 뒤 “….이 사건이 그렇게 커질 줄은…”식의 자막이 등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박 2일’의 제작진은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는 평범한 일에도 시간 제한을 걸어 빠른 속도감을 가진 드라마로 만들고, 강호동이 스태프들과 함께 무거운 짐을 지고 몇 km를 걸은 뒤 쓰러지는 모습을 감동적인 분위기로 묘사한다.

이 과정에서 ‘1박 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연출을 발견하고, 발전시킨다. 사소한 일에도 긴장감을 부여하며 작은 행동까지 잡아내는 카메라를 통해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고, 여행지를 보여줄 때는 예능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풀 샷 영상을 통해 여행지의 정취를 보여준다. ‘1박 2일’에서 캐릭터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음악을 사용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어떤 상황이든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1박 2일’ 연출의 특징 중 하나다. 몇 주만 비슷한 내용이 방송돼도 식상함을 지적 받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숙명을, ‘1박 2일’은 자신의 세계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고, 집요할 만큼 부각시키는 연출로 돌파한다. 이 한국의 모든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영감을 준다면, ‘1박 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고민에 빠질 때 참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가이드일 것이다.

지금 이 남자들이 걷고 있는 길

하지만 우리가 지금 바라봐야할 것은 그들이 한국 오락 프로그램이 아닌 그들 자신에게 미친 영향일 것이다. 이 더 넓게, ‘1박 2일’이 더 깊게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사이, 그들은 완결된 세계로 성장한다. 은 봅슬레이를 배우며 울고, 뉴욕에서 정준하가 요리를 배우면서 온갖 구설수에도 시달리며 그들의 역사를 만들어나간다. ‘1박 2일’도 수많은 야외 취침을 하고, 제작진과 야외취침 복불복을 하고, 박찬호를 만나며 그들의 연대기를 기록한다. 은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로 음원 차트를 휩쓸고, ‘식객’편에서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인 ‘THINK COFFEE’를 이슈로 만들었다. 세상 바깥으로 뻗어나가던 은 드디어 실제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실존하는 무엇이 되었다. 반대로 ’1박 2일‘은 그들의 세상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안으면서 그들의 여행에 대한 재미를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과 ‘1박 2일’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한 것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은 사진전 ‘무한도展’으로 그들의 1년을 담았고, ‘1박 2일’은 ‘혹한기 실전 캠프’에서 김종민과 박찬호를 매개삼아 지난 3년여의 과정을 추억했다. 초등학생처럼 철없어 보이던 출연자들의 장난 같은 이야기들이 어느새 실존하고 기념해야할 역사가 되는 순간. 과 ‘1박 2일’의 현재는 오락 프로그램이 웃고 잊혀지는 장르를 벗어나 세상에 유의미한 발자국을 남기는 역사가 되는 과정이다. 더 이상 두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은 정말로 존재하고, 우리와 교류하는 실제 세계다. 4년 전, 박명수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전 ‘의상한 형제’편에서 멤버들과 통화하며 한마디를 던졌다. “2010년 올 한 해도 레전드 만들어 보자.” 레전드. 과 ‘1박 2일’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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