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등장에서부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카리스마를 드러냈지만, 윤여정은 강호동에게 비교적 쉬운 손님이었다. 특별히 공격을 하거나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이 할 말 많은 여배우는 술술 자신의 역사를 털어 놓았다. 이름이 등장하는 거의 모두를 보내버리는(!) 촌철살인의 입담은 물론, 전셋집 집세, 집수리 비용까지도 구체적으로 밝히는 나이든 여자 특유의 수다는 이야기를 횡으로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에 강호동은 적절한 타이밍에 맞장구를 치거나 당했다는 리액션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말하는 사람의 흥을 돋워 주었다.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의 진행이었다. 그래서 이날의 방송에서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강호동 개인의 능력 보다는 몇 시간 동안이나 이어졌을 녹화를 걸러내고 이어 붙여서 내보낸 제작진의 태도였다. 윤여정의 이력을 훑은 전반부에서는 그녀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고, 최근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후반에서는 게스트의 멘트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편집의 묘미를 살려 방송 자체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그 와중에 유난히 부각된 “세련돼 보이세요”라는 멘트는 웃음의 요소인 동시에 인물에 대한 인상의 가장 확실한 요약이기도 했다. 사실 윤여정의 대답만을 추려내면 그 내용은 지면을 통한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무릎 팍 도사’의 분위기는 사람보다는 배우로서의 그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분위기 또한 한층 가볍고 경쾌했다. 비슷한 시기에 만난 같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톤이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한결 같이 멋있는 배우 윤여정은 분명 놀라운 배우다.
글 윤희성
MBC 수 밤 12시 35분
이승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출연한, 그것도 부제가 ‘아이에서 어른으로’였던 어제의 를 보면서 새삼 청춘의 전환점마다 그의 노래들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냐는 김창완의 질문에 여전히 “20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대답했던 그의 바람대로 그의 대표곡들은 늘 사랑과 환희와 두근거림과 아픔과 그리움 같은 청춘의 감성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던 것 같다. 브라스밴드 버전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로 시작해서 20주년 기념 앨범의 신곡 ‘좋은날Ⅱ’와 락 버전으로 편곡한 ‘그대가 그대를’을 거쳐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을 그대로 되살린 ‘천일동안’을 부르짖듯 열창하는 그의 클라이맥스 무대를 보는 동안, 뜨겁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기다리고 지워냈던 추억들을 떠올렸던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진 마지막 곡 ‘물어본다’는 실로 어른의 노래였다.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한다는 노랫말이, 앞서 “나이가 들수록 더 저항적이 되고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말한 그의 인터뷰와 겹쳐 지나갔다. 총 5곡을 연주한 짧은 공연에 20년의 시간을 넘치는 에너지로 담아낸 멋진 무대였다. 내년 초에 발매된다는 그의 10집 앨범에서 성숙한 어른의 고민을 청춘의 감성으로 노래한 멋진 곡들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글 김선영
등장에서부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카리스마를 드러냈지만, 윤여정은 강호동에게 비교적 쉬운 손님이었다. 특별히 공격을 하거나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이 할 말 많은 여배우는 술술 자신의 역사를 털어 놓았다. 이름이 등장하는 거의 모두를 보내버리는(!) 촌철살인의 입담은 물론, 전셋집 집세, 집수리 비용까지도 구체적으로 밝히는 나이든 여자 특유의 수다는 이야기를 횡으로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에 강호동은 적절한 타이밍에 맞장구를 치거나 당했다는 리액션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말하는 사람의 흥을 돋워 주었다.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의 진행이었다. 그래서 이날의 방송에서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강호동 개인의 능력 보다는 몇 시간 동안이나 이어졌을 녹화를 걸러내고 이어 붙여서 내보낸 제작진의 태도였다. 윤여정의 이력을 훑은 전반부에서는 그녀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고, 최근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후반에서는 게스트의 멘트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편집의 묘미를 살려 방송 자체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그 와중에 유난히 부각된 “세련돼 보이세요”라는 멘트는 웃음의 요소인 동시에 인물에 대한 인상의 가장 확실한 요약이기도 했다. 사실 윤여정의 대답만을 추려내면 그 내용은 지면을 통한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무릎 팍 도사’의 분위기는 사람보다는 배우로서의 그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분위기 또한 한층 가볍고 경쾌했다. 비슷한 시기에 만난 같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톤이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한결 같이 멋있는 배우 윤여정은 분명 놀라운 배우다.
글 윤희성
MBC 수 밤 12시 35분
이승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출연한, 그것도 부제가 ‘아이에서 어른으로’였던 어제의 를 보면서 새삼 청춘의 전환점마다 그의 노래들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냐는 김창완의 질문에 여전히 “20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대답했던 그의 바람대로 그의 대표곡들은 늘 사랑과 환희와 두근거림과 아픔과 그리움 같은 청춘의 감성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던 것 같다. 브라스밴드 버전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로 시작해서 20주년 기념 앨범의 신곡 ‘좋은날Ⅱ’와 락 버전으로 편곡한 ‘그대가 그대를’을 거쳐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을 그대로 되살린 ‘천일동안’을 부르짖듯 열창하는 그의 클라이맥스 무대를 보는 동안, 뜨겁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기다리고 지워냈던 추억들을 떠올렸던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진 마지막 곡 ‘물어본다’는 실로 어른의 노래였다.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한다는 노랫말이, 앞서 “나이가 들수록 더 저항적이 되고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말한 그의 인터뷰와 겹쳐 지나갔다. 총 5곡을 연주한 짧은 공연에 20년의 시간을 넘치는 에너지로 담아낸 멋진 무대였다. 내년 초에 발매된다는 그의 10집 앨범에서 성숙한 어른의 고민을 청춘의 감성으로 노래한 멋진 곡들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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