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MBC 토 오후 6시 30분
한 달 만에 그렇게 변하다니 놀라웠다. 요리가 하루 이틀 원포인트로 배운다고 쉽게 몸에 익는 것도 아닌데, 음식대결에서 보여준 손놀림과 요리솜씨는 지난주 방송에서 본 한 달 전 모습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식칼을 잡아본 적도 없었을 것 같았던 정형돈과 길이 생선과 해산물 손질하는 것을 보고 이들이 카메라 밖에서도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예전 논두렁을 달리고 각자 캐릭터를 잡아가던 시절에 비해서 빵빵 터지진 않는다. 물론 초조해하거나 위기를 느끼지도 않는다. 남들도 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할 때 이제 <무한도전>은 성장, 미션, 도전을 정체성이자 교리로 삼아 지속가능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웃음 코드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체질 자체에 변주를 주는 것이다. 이런 변화 뒤에는 멤버들만큼이나 성장을 거듭해온 제작진이 있다. 이들은 이번 주 식객 특집에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형식상의 ‘웰메이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요리 대결이 새로운 소재도 아니고 혼자서, 한 장소에서, 정해진 행동반경 속에 있는 출연진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빠른 호흡의 편집과 요리에 포커스를 둔 카메라워크로 이 문제를 멋지게 극복했다. 또한 시의 적절하게 ‘루저’ 패러디 자막을 넣더니, 다음 주 뉴욕 특집 예고를 새로운 뉴욕 연가 위로 보여줬다. 이 정도 위트와 세련미를 갖고 만드니 다음 주 뉴욕 특집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또 한 단계 성장할 멤버들의 요리 실력과 함께.
글 김교석

<수퍼내추럴 시즌5> 2-3회 수퍼액션 토 밤 10시
일부에서는 파이널 시즌이라는 설이 돌고 있는 <수퍼내추럴 시즌5>의 국내 방영이 지난주부터 시작되었다. 2회 재방영과 3회의 연속 편성으로 두 편 연속방영의 실체는 ‘낚시’임이 드러났지만, 새로운 시즌을 무려 미국과 같은 시즌에 큰 TV 화면과 제대로 된 자막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소중하다. 이번 시즌의 키워드는 ‘신과 종말’. 꽃미남 퇴마사 형제의 소소한 괴담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태초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는 묵시록적 시나리오로 확대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메시아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윈체스터 형제의 어깨가 무거워질수록 시리즈 초반의 유쾌함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신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까지 던져진 이상 더 물러설 곳은 없다. 최근의 대세인 거대 자본과 권력에 의한 종말 음모론이나 과학적 근거를 갖춘 환경재앙의 지구멸망 시나리오도 아닌, 천사와 악마의 최후전이 진행 중인 <수퍼내추럴>의 세계가 촌스럽게 고전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주적 스케일로까지 뻗어나간 이야기를 특유의 키치적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전개는 이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힘이다. 물론 제작비의 한계도 작용했겠지만, 주식회사 천국과 지옥에서 영업 나온 듯 한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나 윈체스터 형제의 그래픽 노블이 알고 보니 계시록이었다는 반전 혹은 종종 여타의 B급 장르로 자유롭게 분위기를 변신하는 모습 등은 <수퍼내추럴>이 꾸준히 축적해온 고유한 세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농담 같은 설정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시즌4 최종회 딘의 대사처럼 “우린 형제고 가족이야. 아무리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아”라는 설정이야말로 이 시리즈 최고의 진리이자 매력임이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즌 내내 갈등하던 샘과 딘이 결국 결별하고 따로 활동했던 3회는 팬들에겐 최악의 에피소드로 기억될 것이 틀림없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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