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바퀴>에 한국의 주부들을 게스트로 초대한 토크쇼.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진 스토리온 <친절한 미선씨>는 이런 말이 어울릴 주부 토크쇼다. 이미 <세바퀴> 등을 통해 중년 주부 연예인의 아이콘이 된 박미선과 7년 만에 캐나다에서 돌아온 그의 단짝 이성미가 함께 진행하는 <친절한 미선씨>는 매 회 이른바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주부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녹화가 끝난 첫 회에는 ‘성형외과 의사를 남편으로 둔 주부들’, ‘아이를 국제 중학교에 보낸 엄마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1% 엄마들과 상위 1%의 개그우먼

하지만 <친절한 미선씨>의 관심사는 역시 게스트에 앞서 박미선과 이성미의 재회다. 과거 개그우먼 중 최고의 입담을 자랑했던 이성미와 현재 최고의 여성 MC로 자리잡은 박미선의 조합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스토리온의 이충효 사업부장이 “두 사람을 무조건 캐스팅한다고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할 만큼 쇼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래서 프로그램 이름도 이성미의 ‘미’와 박미선의 ‘선’을 딴 <친절한 미선씨>. 특히 일반인 대상의 토크쇼와 ‘대한민국 1% 주부’를 게스트로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두 사람의 현명한 조율이 없다면 프로그램이 알맹이 없는 자극적인 토크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MBC <세바퀴>가 공중파에서 중년 토크쇼의 붐을 이끌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은 <친절한 미선씨>로 케이블 TV 토크쇼의 새로운 유행을 주도할 수 있을까. 제작 발표회에서 가진 두 사람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두 사람이 오랜 만에 함께 한다.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
이성미
: 미선이와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하다. 박미선이 “언니 할래?”해서 그냥 하겠다고 했다. 무슨 프로그램이냐 보다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선이만 신경 쓰지, 주위 분들 의견은 신경 안 쓴다. (웃음)
박미선 : 우린 방송보다 실생활에서 호흡이 더 잘 맞는다. 그래서 농담으로 부부 같다고 하기도 그러고. 둘이서 프로그램 전체 MC를 맡은 게 처음이라 걱정도 되지만 언니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잘 될 거 같다.

“대한민국 1%라는 여자들도 다 똑같다”

이성미가 7년간 캐나다에 있었는데 서로 왕래를 했었나.
박미선
: 일단 전화를 워낙 자주했다. 인터넷 통화를 모를 때는 국제전화비가 100만 원이 나오기도 했다. 휴가 갈 때도 대부분 캐나다로 갔고, 교민 행사도 캐나다에 있으면 2박 3일로 다녀오기도 했다. 떨어져 지냈다는 느낌이 거의 안 들었다.

이성미는 돌아와서 방송을 해보니 변화가 실감 되던가.
이성미
: 아무래도 세월이 지나서 내가 어른의 입장이 돼서 그런지 많이 달라졌구나, 새로워졌구나 싶은 것들이 있다.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무엇이구나 싶기도 하고. 주위 분들이 내 역할이 뭔지, 웃길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 그리고 요즘 애들은 너무 예쁘고, 너무 크더라. 아무래도 내가 너무 성장판이 일찍 닫힌 것 같다. (웃음)

요즘 한국에서는 독설 토크가 유행인데, 어떤 생각이 드나.
이성미
: 내가 뭐라고 할 게 아니다. 김구라와 같이 프로그램을 해봤더니 잘하더라. 내가 그냥 “좀 착하게 하면 안 될까?”하니까 “누나 이게 설정이에요”이러더라. (웃음) 각자 개성이 있는 거 같고, 그 사람의 판단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당사자가 어느 순간 자신에 대해 짚어보면 자신에게 필요한 걸 느끼지 않을까.

박미선은 요즘 최고의 전성기인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미선
: 무난하니까? (웃음) 여기 가면 이것도 하고, 저기 가면 저것도 하고. 난 세상에서 잘할 수 있는 게 방송 밖에 없다. 21년 동안 쉬지도 않았고.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새는 쉬라고 할까봐 걱정이다. (웃음) 한 때는 아줌마라 별로 일도 없었고, 다시 이렇게 방송할 줄 몰랐다. 직장 다닌다는 마음으로 한다. 요즘엔 나와서 일하는 게 스트레스 푸는 거기도 하고. 전업주부 친구들도 집에만 있으니까 미치려고 하더라. 그에 비하면 정말 행복하다.

<친절한 미선씨> 첫 회에서 성형외과 의사들의 부인이나 국제중학교에 아이를 보낸 엄마들과 토크를 했다.
박미선
: 쉽지 않았다. 일반인 출연자들이고, 출연자들 숫자가 많으니까. 그리고 국제중학교 다니는 학생의 엄마들에 대한 편견도 있고. 그런데 막상 얘기를 해보니까 극성은 극성인데 애들이 잘 따라주더라. (웃음)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많더라. 성형외과 의사 부인들은 경제력도 좋고 부족한 게 없지만 남편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길 바라고.
이성미 : 그 분들의 말에서 가정과 아이에 대한 사랑이 크게 느껴졌다. 대한민국 1%라는 여자들도 다 똑같다는 느낌? 다 여자로서 행복하고 싶어 했다.

“의리나 한결 같은 걸로 1%에 들어갈 자신은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나. 한국은 캐나다와 비교해 무척 학력 경쟁이 심한데.
이성미
: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하지만 난 내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즐겁고 기쁘게 자랐으면 좋겠다. 캐나다에서도 우리 딸이 시험에서 B를 받았길래 잘했다고 했는데, 옆집 엄마는 B를 받으면 집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 그러고 싶지는 않다. 국제 중학교 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그 스타일대로 가고, 나는 내 스타일대로 가면 된다.

아이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나.
이성미
: 애들은 너무 적응을 잘한다.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하고 나니까 내가 유명한 사람이라는 걸 믿어주고. (웃음) 다만 막내는 캐나다에 비해 같이 있는 시간이 적어서 서운해 하는 것 같다.

박미선도 너무 바빠서 어머니로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박미선
: 글쎄, 드라마처럼 밤을 새거나 하진 않아서. 나도 애들 학교 나갈 때 나가서, 들어올 때 쯤 들어온다. 주말엔 집에 있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는 내가 시험 때 아직 공부를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도 엄마가 일하는 게 너무 익숙해서 내가 미안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워킹맘이라고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내 일은 내가 잘하고 있으니까, 너희들도 너희 일을 잘 하라고 한다. 오히려 피곤하면 어깨 주무르라고 한다. (웃음) 무조건 희생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성미는 컴백하면서 방송을 위해 새롭게 준비한 것들이 있나.
이성미
: 솔직히 캐나다에서 밥만 해서… 개인기로 밥을 할 수도 없고. (웃음) 요새 태어났으면 난 개그우먼 못 했을 것 같다. 살아있다는 게 내 개인기 같다. (웃음) 방송 30년을 입만 가지고 버텼는데, 사람들이 놀 수 있게 자리를 깔아주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박미선 : 우리는 춤도 노래도 안 돼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오래 해먹고 있으니까. (웃음) 전성기라고 말 해주는 것도 쑥스럽고. 다만 가격대비 효율성은 최고다. (웃음) 그냥 일하는 게 참 재밌다. 결혼해서 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후배들하고 수다 떠는데 출연료를 받는다는 것도 행복하고. 이런 직업이 없다. (웃음)

주부 전문 토크쇼 MC로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박미선
: 메시지를 의도한 프로그램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수다를 떠는 거고, 결론을 내리는 건 시청자들 몫이다.
이성미 : 그저 오버하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10가지에서 8가지만 보여줄 때 다른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 선을 지키고 싶다.

본인들이 한국에서 1% 안에 드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미선
: 주부들 중 수입 1%? (웃음) 사실 1%라는 게 특별하다란 것 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세계의 여자들도 있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는 거다.
이성미 : 의리나 한결 같은 걸로 1%에 들어갈 자신은 있다. 둘이 만난 지 20년이 넘었는데, 미선이가 참 한결 같다. 한결 같은 마음을 가진 여자들. 의리 있는 여자들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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