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영화 <디스 이즈 잇>은 마이클 잭슨의 인생에 관한 작품이 아니다. 마이클 잭슨이 오랜만의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공연 제작자들은 급하게 그의 리허설 과정을 담은 영상을 편집했고, 그것이 <디스 이즈 잇>으로 개봉됐다. 그러나, <디스 이즈 잇>은 어떤 영상물보다 마이클 잭슨의 본질을 보여주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는 지금 전 세계인의 기억에 마이클 잭슨을 남게 한 그 공연들의 완성 과정이 담겨 있다. <디스 이즈 잇>을 보다보면 마이클 잭슨이 어떻게 공연을 준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으며, ‘인간’인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어느 순간부터 대중과 유리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공연은 그가 사람들에게 대화를 거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마이클 잭슨의 공연 중 반드시 봐야할 몇 개의 무대를 골랐다.





마이클 잭슨은 단지 춤을 잘 추는 뮤지션이 아니다. 그는 현대와 고전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춤의 요소들을 집어넣고, 뮤지컬이나 영화적인 연출을 더해 하나의 완결된 쇼로 보여준 위대한 댄서다. ‘Thriller’의 춤 일부는 좀비의 동작을 상상해 형상화한 것이고, ‘Black or white’ 뮤직비디오에서는 곡이 끝난 후 혼자 추는 춤에서 탭댄스를 연상시키는 춤을 보여주기도 한다. 댄스 가수가 공연에서 단순 안무가 아닌 뮤지컬과 같은 하나의 완결된 쇼를 보여준 것 역시 마이클 잭슨이 처음이다. ‘Smooth criminal’은 이런 마이클 잭슨의 무대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마이클 잭슨의 영화 <문워크>의 영상으로 유명한 이 곡은 마이클 잭슨과 갱단의 추격전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마이클 잭슨의 다채로운 움직임을 집약시켰다. 특히 간주에서 정말로 허공에서 멈춰 서버린 것 같은 마이클 잭슨의 동작은 말 그대로 ‘전설’이다.






마이클 잭슨이 팝계에 끼친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록과 흑인 음악의 완벽한 결합이었다. 그는 록 비트를 소울 창법으로 소화할 수 있었고, 그것을 하나의 무대로 결합할 수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없었다면 지금의 흑인 뮤지션들이 그토록 자연스럽게 백인들에게 파고들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마이클 잭슨의 ‘Beat it’과 ‘Black or White’는 흑과 백, 록과 댄스의 결혼을 알리는 결과물. ‘Beat it’에서 그룹 밴 헤일런의 기타리스트 에디 밴 헤일런이 기타를 친데 이어 ’Black or White`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록 밴드 건스 앤 로지즈의 기타리스트 슬래쉬가 참여해 큰 화제를 모았다. 단, 마이클 잭슨은 슬래쉬의 기타 연주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그의 연주를 인트로에만 넣고 다른 부분은 세션맨에게 맡겼다. 대신 ‘Give into me’에서는 마음대로 연주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이런 뒷얘기와 상관없이 마이클 잭슨은 슬래쉬를 공연에 참여시켰는데, 장르, 외모, 성격까지 무엇 하나 닮은 데가 없는 두 사람의 공연은 무대 위에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슬래쉬는 (미리 합의한 상황에서) 종종 기타 솔로를 끝없이 연주해 당황한 마이클 잭슨이 그를 뜯어 말리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슬래쉬는 마이클 잭슨의 1999년 내한 공연에도 참여했었다.






마이클 잭슨은 ‘Dangerous’를 통해 한 명의 댄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마이클 잭슨을 중심으로 한 댄서들의 군무는 완벽한 일체감을 만들어내고, 마이클 잭슨의 동작들은 그의 모든 테크닉을 집약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곡 마지막에 마이클 잭슨이 수많은 댄서들과 함께 보여주는 춤은 ‘Thriller’와 함께 마이클 잭슨의 군무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Smooth criminal’처럼 갱스터 콘셉트 하에서 무대 위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수트를 입고 춤을 추는 것은 관객에게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Dangerous’는 국내외의 수많은 가수들이 오마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은 최고의 댄스 가수지만, 동시에 최고의 팝 발라드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미국 최고의 인기 뮤지션들이 함께했던 ‘We are the world’의 작곡가였고, ‘Heal the world’는 지금도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이 곡들에 비하면 ‘Will you be there’는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곡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스펠적인 구성과 마이클 잭슨의 미성이 결합한 이 노래의 분위기는 성스럽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고,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는 곡의 구성은 완벽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다. 특히 이 곡은 공연 중에도 빛을 발한다. 수많은 코러스가 정적인 움직임의 군무를 보여주는 가운데 공연장 전체를 장악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노래와 무대 연출 만으로도 관객들을 얼마나 열광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곡을 빼고 마이클 잭슨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보여주는 순간 팝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문워크 자체는 마이클 잭슨이 처음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뒤로 걷는 춤은 그 전에도 흑인 댄서들이 췄던 동작이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은 문워크를 자신의 노래 안에 완벽하게 용해해 퍼포먼스의 차원으로 끌어올렸고, 댄스 음악의 차원을 끌어올렸다. 이제는 ‘Billie jean’을 너무 많이 봤다고, 너무 많은 가수들이 인용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시 ‘Bille jean’을 보라. 단 한 명의 뮤지션이 춤과 노래만으로 모든 사람들을 압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Billie jean’에 대한 흥분을 안고 <디스 이즈 잇>을 보라. 당신이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면, 목이 멜지도 모를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Billie Jea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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