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남학생들은 왜 그렇게 폭력적인 걸까? 그 아동 폭행 동영상 찍었던 애들이 당시 중 3이었다며?
아, 그 로우킥 동영상 말이구나. 사실 폭행이라고 하기엔 반 장난으로 한 느낌이 있지만 그래서 더 위험한 걸지도 모르지. 상대방에 대한 악의 없이 장난삼아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잘 모르지만 뉴스에서 보니까 로우킥이라는 게 이종격투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라며. 동영상 보니까 아이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던데 그렇게 위험한 걸 아이들이 이종격투기를 보며 배우게 된 거 아니야?
로우킥이라는 개념이 모두에게 알려지기 전에 낮게 발차기를 하는 기술이 없었느냐면 그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 해당 동영상의 가해 학생들이 이종격투기 발차기를 흉내 내겠다며 일을 벌인 건 사실인 것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처럼 TV로 격투기 시합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흠, 그러니까 그렇게 위험천만한 기술이 오가는 격투기를 청소년들이 TV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문제가 아니냐는 그런 질문인 건가? 사실 분명히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건 맞는데 이번 사건 하나를 근거삼아 격투기 경기 중계가 위험하다고 모는 건 너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가 싶어. 적어도 이런 중계 때문에 십대들의 폭력 행사가 더 많아졌거나, 폭력의 정도가 심해졌다는 통계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사람들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폭력 동영상이 요즘 등장하는 걸 근거 삼을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동영상 공유 문화 자체가 없었잖아.

조금 비겁한데? 어쨌든 그 학생들이 격투기를 보면서 로우킥이라는 걸 배운 것도 사실이고, 그걸로 아이를 때린 것도 사실이잖아. 그게 한 건이든 두 건이든 분명 문제인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내 말은 그거야. 이종격투기에서의 로우킥이 학생들의 못된 호기심을 자극한 건 사실이지만 그 시합을 안 봤다고 해서 과연 십대의 그 개념 없는 공격본능 자체가 사라지겠느냐는 거야. 대한민국 다수 남학생들이 어릴 때 배운 태권도의 돌려차기, 안 배워도 할 수 있는 뒤통수치기처럼 그 자리를 대체할 수많은 요소가 있는데 순전히 로우킥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하긴 어렵단 거지. 물론 공격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TV에서 줄여나가거나 청소년이 쉽게 접하지 못하게 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그건 부모들의 시청지도를 비롯해 프로레슬링처럼 ‘따라하지 마시오’라는 지속적 캠페인을 동반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호기심이 생겨도 남을 때리면 안 된다는 기본적 상식을 채워주지 않으면서 그저 이종격투기가 나쁘다고 말하는 건 원인보다는 범인을 찾으려는 전형적인 게으른 태도라고 봐.

네가 좋아하는 스포츠라고 너무 편드는 거 아니야?
사실 이건 ‘10관왕’에도 적용되는 문제야. 정확히 말해 로우킥보다도 내가 소개했던 길로틴 초크가 훨씬 위험한 기술이야. 제대로 걸린 상황에서 놓아주지 않으면 기절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독자들이 단순히 ‘드라마의 격투 장면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거라 믿으며 기술을 소개한 거고, 독자들 역시 그런 맥락 안에서 길로틴 초크를 이해했다고 생각해.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학생들이 교실에서 싸우다가 길로틴 초크를 거는 일이 벌어졌을 때 ‘10관왕’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쉴드를 치는 거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텍스트에 대한 명백한 오독과 텍스트 자체 중 무엇이 더 큰 문제일까? 물론 텍스트가 없었다면 오독 역시 없었겠지만 그건 텍스트가 원래 존재하는 목적을 무시한 채 결과론적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닐까?

그럼 격투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뭔데? 결국 보는 사람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거 아니야?
조금 애매한 지점이 있어. 너처럼 자극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해소하는 것이라 보는 사람도 있지. 어쨌든 전제는 복싱이나 무에타이, 현재의 이종격투기 같은 호전적 스포츠를 만든 공격적인 본능이 인간에게 주어져있다는 거야. 심지어 축구조차 마을 대 마을의 패싸움에 가까운 형태로 시작되었던 다분히 호전적인 종목이지. 이번 로우킥 동영상 사건이나 축구 훌리건의 패싸움처럼 스포츠의 폭력성이 경기장 바깥으로 전염되는 건 분명 큰 문제지만 그나마 스포츠라는 틀을 통해 어느 정도 원시적 폭력성을 룰 안에 가둬놓은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봐.

너랑 논쟁하겠다는 건 아니야. 다만 네 생각이 궁금했던 거지. 그러면 너는 이런 사태들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 거야?
아까 말한 것처럼 다양한 방향에서의 지도가 필요하지. 십대 독자가 얼마나 볼지는 모르겠지만 ‘10관왕’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봐. 스포츠를 원래 목적 그대로 즐기게 만드는 거지. 가령 이번 K-1 맥스 대회에서 한국의 천재희 선수가 보여준 로우킥이 상대인 복서 출신 와타나베의 앞 디딤발에 데미지를 줘서 와타나베의 펀치 파워를 감소시킨 사례나 과거 K-1 선수인 니콜라스 페타스가 로우킥을 차다 상대방 무릎에 부딪혀 정강이뼈가 부러진 이야기를 통해 로우킥에 대한 호기심을 기술 자체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봐. 그걸 통해 격투기를 보는 재미에 빠질 수도 있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친구들은 가까운 도장에 갈 거고,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길거리에 지나가는 꼬마를 넘어뜨리는데 로우킥을 쓰진 않을 거 같은데, 아닌가?

어느 정도 말이 되긴 하는데 너 ‘10관왕’의 파급력을 너무 높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왜 이래. 나는 이번 종범신 ‘무릎 팍 도사’ 출연이 순전히 내 덕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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