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어, 내 곁엔 너 마저!” 무대 위의 남자는 절규한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수한 눈동자들과 하늘 위로 울려 퍼지는 합창은 남자의 목소리를 배반한다. 그날, 그 밤, 그 곳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모인 대부분은 십년을 넘기는 세월동안 그의 곁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부르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떼창’이 나올 리가 없다. 머리가 아닌 입으로 기억하는 노래들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마지막 순간을 대화합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열광의 중심에는 “올해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인 공연”을 하고 있다고 감격을 감추지 않는 이적이 있었다.

사흘에서 이틀로 줄어든 페스티벌은 보다 촘촘하게 시간표를 꾸렸다. 메인 무대의 입장과 퇴장 시간에 맞춰 한 켠에 마련된 야외 살롱에서는 짧은 라이브가 이어졌고, 실내 공연장에서는 ‘록 스피릿’과 ‘댄싱 소울’이 한데 어우러졌다. 그런가하면 온종일 수변무대에 틀어박혀 구도를 하듯 뮤지션의 음악에 휴일을 오롯이 헌납하는 마니아들 덕분에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방식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어느 가을날, 음악을 위해 도시 한복판에 모여든 사람들이 평화로운 한 때를 보냈다는 사실만은 모두에게 동일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보다 아름답게 완성하기 위해 밤이 깊은 그 시각에도 실내에서는 페퍼톤스의 노래에 맞춰 지붕을 뚫을 듯 점프를 하는 소년들이 있었고, 수변에서는 재주소년을 향한 수줍은 마음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릴 준비로 두근거리는 소녀들이 있었다. 아마, 내년 가을을 다시 한 번 기약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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