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3회 KBS2 수 밤 9시 55분
<아이리스>를 보면 수많은 레퍼런스가 떠오른다. 본격 대작 첩보물의 표방과 액션 신의 화면 구성, 카메라워크, 음향은 <본> 시리즈를, 대통령 후보 암살 저지를 통해 서로의 유대 혹은 긴장 관계 형성은 <24>, 대통령도 모를 비밀조직의 실체와 요원들 간의 러브스토리는 <앨리어스>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이 깜짝 놀랄만한 출생의 비밀에 휩싸인 건 로컬 스타일인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매우 당연시 하는 설정이다. 액션 신으로 들어가면 더욱 구체적인 영상들이 아른거린다. 킬러 빅(탑)은 상하이에서 장 르노 역을 맡아 <레옹>을 찍었고, 자꾸 성당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첩혈쌍웅>을 비롯한 오래 전 홍콩영화 내음도 느껴진다. 그런데 첩보물이라고 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과 추리를 하게 만들어 빨려들게 할 의무가 있는데 이미 스토리는 접은 것 같아 언급을 안 하더라도 캐릭터 설정과 액션의 현장감이 두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만큼이나 초현실적이다. 킬러라는 빅은 두개골을 박살내고 싶은지 초대형 권총 데저트이글을 들고 무려 화장까지 하고 나타나고, 액션들은 ‘명화’의 참조 유무를 떠나 긴박감을 만들지 못한다. 다만 이번 회에서는 떡밥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대신 정직하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박정희 핵개발, 백산(김영철), 김현준(이병헌)으로 이뤄지는 숨겨진 플롯과 화보 같은 커플 신, 돈을 들인 해외 로케와 총격, 카체이싱 액션까지 이 드라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걸 이 시점에서 공개했다. 이것이 자신감의 발로인지 자충수인지는 아직 몇 회를 좀 더 두고 봐야 할 테다. 단 <24>와 <본>시리즈를 안 봤다면 말이다.
글 김교석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MBC 의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박경철은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웃기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는 논리 정연했고, 의사 시절 겪은 이야기들은 감동적이었지만, 그는 그 모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했다. ‘무릎 팍 도사’의 출연진이 그의 큰 체구를 이야기하며 캐릭터를 만들어주려 해도, 박경철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릎 팍 도사’는 흥미롭게도 그런 게스트의 입담이 아닌 그의 콘텐츠로부터 재미를 만들어내려 했다. ‘’무릎 팍 도사‘는 그의 주식 투자 비법에 주목하고, 토크쇼 초반부터 그와 주식 투자의 연관성을 드러냈다. 강호동은 주식 투자 이야기가 나오자 그것을 하이라이트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토크 초반 박경철이 말한 미담들이 소소한 재미를 줬다면 주식 투자 이야기는 주요리 역할을 하며 보는 사람의 귀를 쫑긋거리게 만들었고, 주식 투자에 대해 전문 용어 없이도 투자의 원칙에 대해 쉽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박경철의 화법은 자연스레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특히 초보자의 눈높이에서 기초적인 질문을 하고, 시청자를 대신해 ‘투자의 비법’에 대해 물어보면서도 적당한 선은 지키는 강호동의 진행은 유독 빛났다. SBS 에서 그의 진행은 아직 논란이 많지만, ‘무릎 팍 도사’에서의 강호동은 모시기 어려운 게스트에게 시청자의 궁금증을 가장 효과적으로 물어보는 진행자다. 그리하여, ‘무릎 팍 도사’는 박경철을 통해 롱런을 위한 변화의 마침표를 찍는다. 예능적인 재미 대신 게스트의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호기심을 이용해 재미를 만들고, 게스트의 재치가 아닌 제작진의 기획과 게스트의 내용물로 시청자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제 ‘무릎 팍 도사’는 어쩌면 별로 밝힐 것 없이 홍보만을 위해 나온 연예인보다 그 외의 출연자들이 훨씬 더 재밌는 ‘교양형 예능’ 토크쇼가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박경철이 그토록 나눔을 아는 외과의사이자 주식투자가가 될 수 있었던 그 부러운 사고의 기반이 어떻게 다져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나올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든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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